
한국타이어가 브랜드 이원화 전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대표 브랜드 '한국'(HANKOOK)은 고급 라인으로 두고 실속형은 '라우펜'으로 독립시켜 가격 민감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기업 정체성을 담은 단어 '한국'의 가치 희석 없이 고객층을 넓히고 수입산 저가 제품에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액 9조4119억원·영업이익 1조76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5%, 33% 증가했다. 성과가 개선된 것은 고부가가치 제품군(PCLT) 비중 확대다. 전체 제품군 중 고인치, 고성능 제품 판매 비중은 48%에 달한다.
다만 상위 시장 점유에 집중한 탓에 실속형과 범용 제품군은 각각 중국산, 태국산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 이에 올해부터 라우펜 브랜드를 본격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너도나도 '프리미엄'…보급형 라인업 공백
라우펜 구매 대상은 고성능 제품이 굳이 필요 없는 일반 운전자다. 국내 타이어 3사가 앞다퉈 고성능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출퇴근·정속 주행 같은 일상 영역에서 사용할 합리적 대안이 부족해진 점을 겨냥했다.
브랜드 론칭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는 중이다. 2014년 미국 세마쇼(자동차 튜닝 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인 뒤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렸다. 국내에는 2022년부터 판매를 시작해 승용, SUV, 트럭·버스 전용 타이어로 영역을 넓혔다.
라우펜은 론칭 10여 년 만에 100여 개국으로 진출했고 지난해 판매량은 약 900만 개로 한국타이어 전체 물량의 9~10% 비중이다. 한국(HANKOOK)이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하는 역할이라면 라우펜은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구조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고성능 제품군(벤투스), 에너지 절약형 제품(키너지) 등을 내놓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요구 이상의 성능과 가격이었을 수 있다"며 "실용 부분에서 더 많은 제품을 내놓을 경우 브랜드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이중화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펜’으로 넓히는 對 중국 방어막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타이어로부터 시장을 방어하는 역할도 맡았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청을 통관한 수입산 타이어는 1858만3757개다. 중국산 타이어는 944만개로 50.8%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동기(548만개)와 비교하면 72.2% 급증했다. 품목별로는 소형트럭·밴 전용 제품이 304만8864개(전년비 194%↑)로 가장 많았고 △승용 302만개(11.7%) △트럭·버스용 239만개(218.4%) 등도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산은 소형트럭, 준대형트럭, 버스 등 상용차 전용 제품군이 주력이다. 교체 주기가 잦고 가격에 민감한 제품군인 만큼 가격을 앞세운다면 국내 제조 제품으로는 활로를 찾기 쉽지 않다.
이미 일부 품목은 국내 제조사들이 생산·판매한 것보다 중국산이 많은 상태다. 트럭·버스용 타이어의 경우 국내 제조사는 160만개를 팔았지만 중국산 제품 수입량은 239만개였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국내 판매중인 라우펜 제품군을 트럭·버스용으로 다변화했다. 대형 트랙터, 트레일러, 카고 등 상용 트럭을 비롯해 덤프트럭용, 시내버스용 등의 판매 비중을 확대하는 중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들의 미국 수출길이 막혔고 이 물량이 인근 국가에 저가로 풀리는 상황"이라며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의 경우 제때 대응하지 않으면 토종 브랜드들의 설 자리가 많이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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