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에 발목잡힌 한국투자저축은행...부동산PF 여파
(이미지=저축은행중앙회 홍보 영상 갈무리)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발목을 잡혀 가까스로 적자를 면하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많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안정적인 건전성 수치를 보여 대손비용 관리에 따라 향후 수익성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해(2023년 1월~2023년 12월) 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전년(8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순익의 95%가 빠진 실적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순이익 감소는 충당금 적립 여파로 해석된다.
지난해 한국투자저축은행 충당금은 1949억원으로 전년 대비 807억원 늘었다.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인 업무이익은 지난 2022년 2186억원에서 지난해 2009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충당금이 늘어나면서 이익이 줄어든 셈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충당금 규모가 커진 이유는 당국의 지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저축은행 및 캐피탈·상호금융 등 2금융권, 그리고 유관 협회를 소집해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었다. 금감원은 이 회의에서 2023년 결산 시 장기간 본 PF로 전환되지 않는 브릿지론 등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에 한해 예상 손실을 100%로 인식하고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주문했다. PF가 아닌 일반 대출로 분류했던 저축은행 브릿지론에 대해 올해 신규 취급분부터 PF 대출로 분류하는 강화된 충당금 규제 적용을 이어간 조치다.
당국의 충당금 확대 적립 주문은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높은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직격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업계에서도 부동산 PF 대출이 활발한 곳이다. 지난해 저축은행별 경영 공시를 보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신용공여액은 8111억원으로 자산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 중 OK저축은행(1조831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채권은 건전성 측면에서도 OK저축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좋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액과 연체율은 각각 511억원, 6.30%로 집계됐다. OK저축은행과 비교하면 연체액은 약 480억원, 연체율은 2.9%포인트(p) 낮은 수치다.
최근 5년간 한국투자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연체액과 연체율 현황을 보면 지난해 사정이 유독 나빴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한국투자저축은행은 4006억원의 부동산 PF 대출을 내주면서 연체액과 연체율은 모두 0으로 유지했다. 이듬해에는 5164억원의 부동산 PF 대출이 실행돼 89억원이 연체됐다. 연체율은 1.72%였다. 이듬해인 2021년 부동산 PF 대출 신용공여액은 693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연체액과 연체율은 각각 85억원, 1.22%로 오히려 개선됐다.
한국투자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건전성이 나빠진 해는 지난 2022년이다. 신용공여액은 961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00억원 늘어났다. 연체액은 275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세 배 이상, 연체율은 2.86%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전반적인 건전성은 우수한 편이다. 특히 BIS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5.02%로 자산규모 상위 5개 저축은행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5.91%로 업계 1위 SBI저축은행(5.92%)을 단 1%p 차이로 제치면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관건은 대손비용 관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수익성 하방압력을 예의주시하기도 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높은 순이자마진(NIM)과 외형성장, 금융주선 수수료 등을 기반으로 양호한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2022년 이후 물가상승, 금리상승, 부동산 경기둔화 등 비우호적 산업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대손부담 등 수익성 하방압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동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