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력이 곧 수출 경쟁력…무협 "가업 승계 제도 개선해야"

(사진=게티이미지)

오랜 기간 수출을 지속해 온 기업일수록 수출 규모가 크고 국가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영속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업 승계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8일 발표한 '수출 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한 제언'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수출 업력이 30년 이상인 기업의 최근 5개년(2015년∼2019년) 연평균 수출 실적은 1473만달러로 집계됐다. 업력이 10년 미만인 기업의 평균 수출 실적 94만달러보다 15.7배 많은 규모다.

또 수출 업력이 30년 이상인 기업의 평균 수출 품목 수는 13.1개, 수출 대상국 수는 7.9개 국으로 10년 미만인 기업보다 각각 4.7배(2.8개), 4.6배(1.7개국)에 달한다.

팬데믹(2020년∼2022년) 기간에도 수출 업력이 30년 이상인 기업의 연평균 수출 실적은 1092만달러, 10년 미만인 기업의 평균 수출 실적은 133만달러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 국내 생산가능인구 감소, 최고 경영자(CEO) 고령화 등으로 인해 매출‧고용에 있어 경제 기여도가 높은 장수기업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다만 과도한 조세 부담, 엄격한 가업 승계 지원 제도 요건 등이 원활한 가업 상속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역협회 설문조사 결과 원만한 가업 승계는 △해외 시장 진출(57.3%) △기술 개발 및 투자(43.2%) △기업가정신(37.8%) △고용(35.0%) 확대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응답 기업은 가업 승계와 관련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조세 부담'(74.3%)을 꼽았다. 가업 승계 문제로 매각 또는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42.2%에 달했다.

실제 한국의 상속세 최고 명목세율(직계비속 기준)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은 2위이며, OECD 회원국 중 직계비속에 상속세를 부과하는 18개국의 평균(26.5%)을 크게 상회한다. 기업인들은 가업 승계 지원 제도 이용과 관련해 정보 부족, 까다로운 사전·사후 요건 등을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우리 무역업계의 원활한 가업 승계와 수출 장수기업 확대를 위해 △상속세율 인하 △최대 주주 주식 할증 완화 △상속인 범위 확대 △가업 상속 지원 제도 사전·사후 요건 완화 등 정책 개선을 제언했다.

우선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들의 평균(26.5%) 수준으로 상속세율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중견 및 대기업에 주식 시장 가치의 20%를 일률적으로 할증해 상속 증여 재산을 평가하는 지금의 방식 대신 미국‧독일‧일본 등과 같이 기업 특성을 고려해 할증 또는 할인 평가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평가 방법을 허용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자녀‧배우자, 부모, 형제 등으로 제한된 상속인 요건을 손자‧손녀, 전문 경영인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규모 사전 요건을 기존 매출액 5000억 원 미만에서 1조 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한편, 사후 5년간 고용 의무(직전 2년 근로자 수의 평균 90%) 유지 규정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수출 업력이 길수록 수출 규모, 품목 수, 수출 대상국 수, 고용 인원 등 많은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는 '기업 업력이 곧 수출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무역업계의 가업상속을 적극 지원해 수출 장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CEO 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장수기업의 소멸 비중 상승 등 기업의 영속성을 제한하는 경영 여건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과도한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가업 상속 지원 제도 요건이 가업 승계를 저해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동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