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그랜드 체로키...스포츠를 붙이겠어요

조회수 2023. 1. 26. 17:06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시승차를 받는 날 아침, 쉴 새 없이 눈이 내려 수도권 전 지역이 꽁꽁 얼어붙었다. 도로 군데군데 미쳐 치우지 못한 눈이 쌓였고, 이면도로는 녹은 눈이 얼어붙어 살얼음판이다. 최악의 시승 조건이다. ‘지프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제대로 경험하라고 하늘이 돕는구나’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잠시, ‘제대로 달려 볼 수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오늘 시승 그대로 진행하나요’라고 지프 관계자에게 묻자 대수롭지 않게 그대로 진행한단다. 심지어 시승 코스엔 남한산성 고갯길까지 있었는데도. ‘그래, 이유있는 자신감이겠지.’ 네바퀴굴림의 대가 지프를 믿고 호기롭게 달려보기로 했다.

눈 내린 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온통 굼벵이 걸음이다. 그랜드 체로키는 눈 따위 문제없다는 듯 듬직하게 나아간다. 미끄러짐을 파악해 네 바퀴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조율하는 쿼드라-트랙Ⅱ 네바퀴굴림 시스템 덕이다. 문득 한계가 궁금해 눈 쌓인 한적한 장소를 찾았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노로 바꾸고, 있는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았다. 순간 네 바퀴가 접지력을 잃나 싶더니 너무 손쉽게 눈밭을 박차고 나아간다. 바퀴의 3분의 1 이상이 눈 속에 파묻혀있지만, 문제는 없다.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앞머리가 끈덕지게 나아간다. 일부러 격한 상황에 내던진 괘씸한 조작에도 그랜드 체로키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무사히 도로로 돌아와 속도를 높였다. 웬걸, 소리가 제법이다. 엔진회전수가3000rpm에 다다르면 스포츠카에서나 들을 법한 호쾌한 엔진 소리를 내뱉는다. 하체도 소리와 궁합을 맞춘다. 네 바퀴에 엮은 에어서스펜션은 노면 정보를 완전히 지우지 않는다. 도로와 운전자가 교감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랜드 체로키는 먼저 등장한 그랜드 체로키 L보다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320mm, 125mm 짧고, 공차중량이 135kg 가벼워 무게로 네 바퀴를 꾹꾹 누르며 부드럽게 달리는 맛은 떨어진다. 대신 보다 탄탄하게 차체를 붙들어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여 흔들림 없이 간결하다. 서로 다른 주행감각을 대변하듯 디자인도 사뭇 새롭다. L 모델과 달리 앞범퍼 공기 흡입구 면적을 키우고, 윈도를 감싸는 크롬 라인 길이를 줄였으며 테일램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검정 띠를 추가해 화사한 분위기를 덜어내고 역동적으로 꾸몄다.


대시보드 가운데 10.1인치 센터페시아 화면은 티맵 내비게이션을 품었다. 위치가 계기판보다 낮아 불편하다는 생각도 잠시, 스티어링휠 옆쪽 버튼을 몇 번 누르니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지도로 가득 찬다. 심지어 10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도 길 안내 기능이 뜬다. 사소하지만 마음을 흔들어 놓는 포인트다. 결정타는 19개 스피커로 꾸린 맥킨토시 오디오다. 거침없는 출력으로 모든 음역을 고르게 퍼뜨리니 어떤 장르의 노래를 들어도 만족스럽다. 프리미엄 실내를 완성하는 마침표다.

‘그랜드 체로키 스포츠라 부르면 되겠다.’ 시승을 마치고 눈이 소복하게 쌓인 길을 걸으며 떠오른 말이다. 플래그십 자리를 내어준 그랜드 체로키가 달라졌다. 단순히 길이가 짧아져서가 아니다. 발 끝과 엉덩이를 타고 전해지는 탄탄한 승차감과 묵직한 조향감, 무엇보다 호쾌한 배기음을 뱉어내는 그랜드 체로키에 ‘스포츠’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투박하던 실내까지 화끈하게 개선해 단점도 확실하게 지워냈다.

남현수 사진 남현수, 스텔란티스코리아


왜 펜타스타인가?

펜타스타는 크라이슬러와 다임러가 공동 개발해 2010년부터 생산 중인 V형 6기통 엔진이다. 수 차례 개선을 거쳐 10년 넘게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램 등의 대형 차종에 두루 사용했다. 워즈 오토 선정 세계 10대 엔진으로 이름을 올릴 만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펜타스타라는 이름은 1963년 크라이슬러 코퍼레이션 시절 사용하던 오각별 마크를 부르는 이름에서 따왔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