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진보 4연승… 정근식 “혁신교육 계승하겠다”

김예윤 기자 2024. 10. 17.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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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단일화-야권 표 결집에 승리
오늘부터 1년 8개월간 임기 시작…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 유지 전망
정부 정책과 엇박자에 갈등 우려… 23.5% 낮은 투표율 ‘대표성’ 논란도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출마한 정근식 후보가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정 후보의 당선으로 서울에선 10년 동안 계속된 진보 교육의 흐름이 이어지게 됐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6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선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출마한 정근식 후보가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 후보는 17일 0시 기준으로 74만8805표(50.72%)를 얻어 67만2373표(45.54%)를 얻은 조전혁 후보를 7만6432표 차로 앞섰다.

정 후보의 당선으로 서울에선 10년 동안 계속된 진보 교육의 흐름이 이어지게 됐다. 반면 보수 진영은 2014년 조희연 전 교육감의 첫 당선 이후 ‘4연패’를 기록했다. 정 후보는 16일 오후 11시가 넘어 당선이 확실시되자 선거사무소에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처럼 역사의식과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야말로 미래를 밝힐 열쇠”라며 “창의력과 자율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 “윤석열 정부 심판” 메시지 반복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진보 진영인 조 전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를 부당 채용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고 치러지는 선거라 진보 진영에 불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조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 계승자를 자처했던 정 후보가 당선된 것을 두고 교육계에선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실망이 진보 후보 지지로 이어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 후보는 후보 등록 첫날 “윤석열 정부의 역사 왜곡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겠다”고 했고, 선거운동 마지막 날에는 “의료대란에 이은 교육대란을 막기 위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통은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단일화를 이룬 것도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정 후보는 후보 등록 후에도 끈질긴 구애 끝에 2022년 선거에서 완주했던 최보선 전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며 승기를 잡았다. 반면 조 후보는 중도보수로 꼽히는 윤호상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표가 분산됐다.

야권 지지자의 표 결집 효과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감 선거는 각 후보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정당 공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2019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발기인이었던 정 후보는 선거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찍은 사진을 “역사와 진실을 위해 함께해 왔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야권 지지자의 표심을 자극했다.

● 혁신학교 등 기존 정책 유지

정 후보는 17일 바로 임기를 시작해 2026년 6월 30일까지 1년 8개월 동안 조 전 교육감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정 후보는 선거 기간 여러 차례 “조 전 교육감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조 전 교육감의 대표 정책인 혁신학교는 현행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인권조례도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본안 소송을 이어가며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신의 공약인 ‘학습진단치유센터 설치’, ‘서울교육 양극화 지수 개발’ 등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인 정 후보는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경력을 살려 역사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현 정부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며 선거를 치른 만큼 향후 정부에서 추진하는 교육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학생 84만 명과 연간 예산 13조 원을 책임지는 서울시교육감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낮은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 문제도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6일 진행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23.5%에 불과했다. 전체 유권자 832만 명 중 100만 명의 표도 얻지 못한 채 당선된 것이다. 교육계에선 낮은 관심으로 선거 때마다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교육감 직선제를 이대로 유지할 것인지, 이제라도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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