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당 아티클은 23년 2월에 집필되었습니다.
배스킨라빈스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최강자입니다. 2021년 기준 배스킨라빈스의 매출액은 5692억 원이에요. 경쟁사인 하겐다즈와 비교하면 여덟 배에 가깝습니다. 2022년 말 기준 매장 수는 1600개가 넘고요.
2위 브랜드와 여덟 배 차이라니, 거의 독점이네요. 장부를 안 열어볼 수가 없겠어요. 이재용 회계사와 함께 비알코리아 재무제표를 분석해 봤습니다.
Chapter 1. 한국 아이스크림 시장의 절대 강자
배스킨라빈스의 2021년 매출이 5692억 원인데, 얼마나 많은지 궁금하시죠? 한국 편의점과 마트에서 팔리는 일반 아이스크림의 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투게더, 바밤바 같은 아이스크림이죠. 그 전체 시장의 4분의 1 이상을 배스킨라빈스 하나가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배스킨라빈스 매장에서 실제로 소비자가 낸 돈은 그보다 더 많습니다. 배스킨라빈스의 전체 매장 1600여 곳 중에서 1550여 곳이 가맹점이거든요. 비알코리아 본사의 매출은 각 가맹점이 본사에 내는 제품 및 브랜드 사용료 등을 합친 금액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2021년 한 해의 배스킨라빈스 거래액은 7000억 원을 훌쩍 넘길 거라는 게 업계의 관측입니다.
아이스크림 품목 하나로 이 정도라니, 정말 대단하죠.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잘 된 걸까요? 찾아보니 배스킨라빈스는 쭉 잘 되어 왔습니다. 비알코리아 재무제표에 배스킨라빈스 매출이 따로 잡히기 시작한 게 2000년인데, 그 해 매출은 718억 원에 불과했거든요. 그해 이후로 지금까지, 전년 대비 매출이 줄어든 건 2006년과 2016년, 겨우 두 해뿐입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이 좋았다고 하기엔 혼자 잘 된 것입니다. 이 시장에 도전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잖아요? CJ푸드빌이 2006년에 들여온 콜드스톤, 토핑을 고르면 비벼주는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했죠. 신세계푸드가 2013년에 들여온 유기농 아이스크림 브랜드 쓰리트윈즈도 있었고요. 모두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남은 건 하겐다즈와 롯데가 운영하고 있는 나뚜루 정도지만, 체급이 너무 다르죠.
심지어 미국 본사와 비교해도 한국 사업이 유독 좋습니다. 2019년 기준 미국 배스킨라빈스 매출은 8100억 원입니다. 미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한국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은 아니에요. 벤앤제리스만 해도 1조 원대 연 매출을 내고 있거든요.
배스킨라빈스의 한국 아이스크림 시장 독주,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Chapter 2. 맥도날드보다 일찍 상륙, 한 발 이상 빨랐다
배스킨라빈스는 1945년 미국에서 출발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아이스크림 보급병으로 일한 두 남자가 창업했죠. 어바인 라빈스와 그의 처남, 버트 배스킨. 왜 상호가 배스킨라빈스인지 알겠지요?
배스킨라빈스의 상징인 ‘31가지 맛’은 1953년부터 소개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다양한 맛을 차별화 포인트로 잡은 것이죠. 한 달이 최대 31일이잖아요. 매일 새로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였어요. 당시에는 미국 아이스크림 시장도 바닐라, 초코, 딸기 맛이 대부분이었대요. 그냥 ‘체리 맛’이 아닌 ‘체리 쥬빌레’처럼 변주를 둔 섬세한 전략이 먹혔죠.
배스킨라빈스가 한국에 언제 들어왔는지 아시나요? 무려 1985년이에요. 삼립식품 2세로 당시 샤니를 이끌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브랜드를 들여왔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에 배스킨라빈스를 보고 한국에서도 통할 거라고 봤대요. 1호점은 1986년 명동에 열렸어요. 1988년에 서울 압구정동에서 문을 연 맥도날드보다도 2년이나 빨랐던 셈이에요.
1986년이라니! 88서울올림픽도 열리기 전이잖아요? 짜장면 한 그릇이 500원이던 시절이었어요. 그때 배스킨라빈스 싱글 콘 가격은 무려 900원! 초기에는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았대요. “어떻게 아이스크림이 밥보다 비쌀 수가 있느냐”면서 말이죠.
이 정도면 그냥 ‘한 발 빨랐다’고 하기도 어려운 거 아닌가요? 그런데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1987년 첫 가맹점이 된 이태원점은 4년 뒤 배스킨라빈스의 세계 5000여 개 점포 중 판매 순위 10위권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어요. 35평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매달 10만 개 넘는 아이스크림이 팔렸대요.
두 발 빠른 선점. 시장이 커질수록 효과는 확실했죠. 배스킨라빈스 매출이 처음 1000억 원을 돌파한 건 2003년이에요. 어쩌면 그때쯤에야 한국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이 꽃피기 시작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15년 넘게 씨를 뿌리면서 버틴 셈이죠.
그리고 시장이 본격 커지기 시작했을 때는 경쟁자가 없었어요. 배스킨라빈스는 2001년에 이미 5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거든요.

Chapter 3. 자체 개발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모멘텀이 되다
배스킨라빈스에 오래 근무한 직원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점프업 모멘텀'이 있습니다. 바로 ‘케이크 팔이 소녀’ CF인데요, 기억나시나요? 귀여운 소녀가 눈 내리는 거리에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팔던 모습이요. 그 광고가 나온 지 무려 23년이 되었네요. 2000년에 방영된 그 광고는 전 국민의 뇌리에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아이스크림이란 옵션도 있다’는 것을 새겨 넣었죠.
비알코리아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처음 내놓은 것은 1991년 무렵입니다. TV CF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이고요. 다양한 연령층을 내세워 TV CF를 내보냈는데, 그 소녀 CF가 제대로 터진 겁니다. 실제로 비알코리아의 2000년 매출액(967억 원)은 전년 대비 무려 32.3%나 늘었어요. 전년 대비 매출액 성장세로는 역대 두 번째죠.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키운 일등 공신입니다. 일단 계절적 한계를 극복했어요. 그전까지 배스킨라빈스의 고민은 여름과 겨울의 매출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거든요. 크리스마스 케이크 매출 덕에 그 격차가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는 객단가가 획기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3만 원 안팎인 아이스크림 케이크 가격은 싱글 레귤러(3500원) 가격의 열 배 수준이니까요.
Chapter 4. 현지화 :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부터 아이스 꼬북칩까지
중요한 점은 아이스크림 케이크 그 자체가 아니라, 이것이 한국에서 탄생했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자체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비알코리아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실제로 한국 배스킨라빈스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아이스크림은 충북 음성의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죠.
이는 미국 본사 던킨브랜즈(현 인스파이어 브랜즈)의 운영 방침 때문입니다. 던킨브랜즈는 각 나라에 수출 계약을 할 때 제품이 아닌 ‘브랜드 가이드’와 ‘플레이버 라이브러리’를 전달합니다. 이 라이브러리에는 1000개가 넘는 아이스크림 맛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 나라의 지사에서 이를 기반으로 현지화할 메뉴를 선택하고 개발하는 것입니다.
각국 지사는 이 과정에서 상당한 자율성을 발휘합니다. 현지 시장에 맞는 메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은 2012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메뉴입니다. 파스텔 색감의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에 와작와작 씹히는 크런치 캔디가 들어가 있는 대표적인 메뉴로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습니다.
또한, 2019년에는 오리온 초코파이와 협력하여 선보인 ‘아이스 초코파이’ 맛이나 2021년에 출시한 ‘아이스 홈런볼’, ‘아이스 꼬북칩’ 같은 맛도 모두 한국에서 제품을 개발하여 가능한 것입니다.

사실상 독점한 베스킨라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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