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는 언제가 찬스일까”…돌아온 금리 인하기, 전문가 예측 들어보니

손동우 기자(aing@mk.co.kr),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서진우 기자(jwsuh@mk.co.kr) 2024. 10. 11. 22: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4.10.11.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최근 대출규제 여파로 주춤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금리인하는 집값을 자극하기 마련이어서 엇박자 대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영향이 당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는 시장에 먼저 반영됐다는 평가가 우세하고, 지금은 대출규제로 돈줄이 묶여 집값이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올 봄부터 여름 사이에 서울 집값이 단기 급등할 때 금리인하 기대감이 먼저 반영된 부분이 있다”며 “시장에 피로감이 만연한데다 정부가 대출을 더 깐깐하게 관리할 가능성이 높아 금리인하 영향이 집값을 당장 흔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 등 주택 매수세는 최근 위축되는 분위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일 기준)는 올 7월 8906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6161건으로 줄었으며, 이달 11일까지 집계된 9월 거래는 2285건에 그치고 있다. 9월 계약분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라는 점을 고려해도 8월보다는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상승폭도 둔화세를 가리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 올라 지난주와 동일한 상승폭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값은 8월 둘째 주에 0.32% 뛰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후 오름폭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주택 매매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도 주춤한 모습이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낙찰률(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은 45.6%로, 전월(47.3%)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낙찰가율(경매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4.3%로, 전월(95.5%)에 비해 1.2%포인트 떨어졌다. 올 5월 이후 지속되던 상승세가 4개월 만에 꺾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위원은 “DSR 2단계 시행 등으로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매수세가 위축된 것 같다”며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외 지역에서 낙찰 비중이 떨어진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대출규제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가계대출 규제의 규제영향 분석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직접 효과가 6개월에 그쳤다. 연구를 맡은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15억 초과 아파트 대출을 금지시킨 12·16 대책 후 분기별 효과를 분석한 결과, 도입 직후 2개 분기까지는 규제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지만, 이후에는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내년 이후 장기적인 주택시장 방향은 미분양과 전세시장, 두 가지 지표의 영향력이 강할 것으로 판단한다.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매매시장 안정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말부터 1년간 지속된 집값 안정세는 전세 가격 하락을 동반했다. 상황은 그때와 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많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올해 16만 9996건에서 내년에 12만 8734건, 2026년에 7만 3575건까지 확 줄어들 전망이다.

이같은 분위기 탓에 청약 시장은 계속 강세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지역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40.7대1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넘은 것은 ‘청약 광풍’이 불었던 2021년(163.8대1) 이후 3년 만이다.

전국 아파트 분양시장 전망도 개선되는 추세다. 주택산업연구원의 10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달보다 6.1포인트 상승한 99.3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은 전달 대비 3.1 포인트 오른 121.0을 기록했다. 2021년 6월(121.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재건축 시장은 전반적으로 잠잠한 분위기지만 압구정 등 일부 핵심지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압구정2구역에 위치한 신현대9차 전용 108㎡이 지난달 5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보통 국민평형은 전용 84㎡(34평)을 뜻하지만 구축 아파트의 경우 전용 107~109㎡이 34평으로 분류된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 중 국민평형이 50억원 이상 거래된 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즉각적인 변동은 없지만 금리 인하로 집값 상승 여력이 발생함에 따라 정부가 주택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기 신도시 물량 일부가 분양에 나섰지만 아직 그 양은 많지 않고 수도권 신규 택지 선정과 그린벨트 해제도 다음달은 돼야 나오기 때문이다. 이 역시 장기적인 대책이어서 금리 인하기 주택 공급에 따른 시장 안정화를 유도하긴 어렵다.

따라서 신규 주택 공급이 어렵다면 기존 다주택자 물량이 임대 시장에 많이 나와야 단기적인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