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 선수가 결승선 앞에서 4등을 기다린 이유

철인 3종 경기대회 결승선 앞. 마지막 속도를 내던 선수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결승선을 한발짝 남기고 아예 멈춰섰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더니 뒤에서 뛰어오던 선수를 기다립니다. 결승선을 넘기 직전, 악수를 나눈 두 사람. 결국 뒤늦게 도착한 선수가 멈춰서 기다린 선수보다 먼저 결승점을 넘습니다.

경쟁자에게 승리 양보한 철인의 스포츠맨십

2020년 9월 1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0 산탄데르 트라이애슬론대회’. 스페인의 디에고 멘트리다 선수는 경기 내내 영국의 제임스 티글 선수 뒤에 바짝 붙어서 달리고 있었습니다. 티글이 3등, 멘트리다가 4등이었죠.

이제 결승점이 저 앞입니다. 근데 꺾어지는 코너에서 티글이 주로를 벗어나 철제 펜스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펜스를 짚고 나서야 실수를 깨달았고, 허탈한 듯 손을 들어올렸지만 이미 멘트리다에게 한참 뒤처진 뒤였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뒤를 돌아보며 티글의 실수를 알아챈 멘트리다가 결승선을 바로 앞에 두고 걸음을 멈춥니다. 그리고 티글이 도착하자 두 선수는 골인 지점 앞에서 악수를 나누고, 멘트리다는 티글 선수가 먼저 갈 수 있도록 등까지 밀어주죠. 3등 자리를 양보한 겁니다.

멘트리다의 양보 덕에 티글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멘트리다는 4위에 머물렀습니다. 레이스가 끝난 뒤 티글은 멘트리다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이 장면을 바라보던 관객들은 멘트리다의 스포츠 정신에 일제히 박수를 보냈습니다.

멘트리다는 경기 후 “티글은 경기 내내 내 앞에 있었다”면서 “그는 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연한 행동이었다고 말했지만, 경쟁자였던 티글은 자신에게 승리를 양보한 멘트리다를 향해 “믿을 수 없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고 감격해했죠.

21살의 멘트리다는 대학에서 물리치료학과 스포츠과학을 이중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라고 합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밤잠을 줄여가며 트라이애슬론 훈련에 매진했으니 얼마나 이기고 싶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스포츠 정신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 팬들로부터 폭풍 칭찬을 받았습니다.

대회 본부는 멘트리다에게 ‘명예 3위’를 주고 동메달 상금과 똑같은 300유로를 수여했고, 멘트리다의 우상이자 이날 대회에서 1등을 했던 하비에르 고메즈 노야 선수는 멘트리다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인터뷰 요청도 쏟아졌죠. 예상하지 못했던 해피엔딩입니다.

멘트리다가 결승선 앞에 멈춰섰을 때 보여준 건, 최선을 다한 동료 선수에 대한 최상급의 존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존중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요? 철인의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멘트리다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품격 있게 지켜주는 ‘작은 영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