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투명한 공천” 외쳤지만… 비명계 “선당후사” 사퇴 압박

김승환 2023. 3. 1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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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총선 공천제도 TF’ 첫 회의
TF 소속인원 11명 중 9명 非明계 인선
일각 “어차피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공천학살 우려 없애고 내홍 수습 미지수
조응천 “송영길·문재인 당위기에 사퇴
임명직 지도부 교체로 ‘방탄’ 벗어나야”
李, 15일 ‘더미래’와 간담회 소통 행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씨 사망을 계기로 이 대표 사퇴론이 다시금 터져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는 연일 당 내홍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내 공천 관련 기구에 비명(비이재명)계를 대거 배치한 데 이어 14일 첫 회의에선 ‘누구나 수긍하는 공천’을 강조했다. 당장 비명계의 공천 학살 우려를 누그러뜨려 국면 전환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내 ‘2024 총선 공천제도 TF(태스크포스)’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데 있어 민주당 내에서 누구나 수긍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천 과정이 대체로 보면 갈등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축제의 과정으로 당세가 확장되고 국민 지지를 추가로 늘리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했다.

TF 단장인 이개호 의원도 “민주당의 최고 선인 내년 총선 승리를 이루기 위해 공천 기준을 경쟁력에 둬야 한다”며 “경쟁력 확보 위한 실천 방안은 역시 당의 하나된 단결된 힘이다. 모든 민주당 후보들이 공감, 동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결집력을 높이고 총선 승리에 주춧돌을 놓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이낙연계 의원이다. TF 부단장인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또한 지난 대선 때 이낙연 전 대표를 도운 인물이다. 공천TF 소속 인원 총 11명 중 9명이 비명계다. 당 지도부를 친명(친이재명)계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천에 대한 비명계 불신을 완화하기 위한 인선이란 평가다.

다만 공천TF 권한이 제한적이라 당 내홍을 완전히 수습하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공천TF 소속인 문진석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천 룰 논의 기준은 21대 공천 룰 준용해서 22대 공천 룰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당 혁신위 안도 일부 참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공천TF는 비명계가 불안해하니깐 준 것”이라며 “어차피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이 대표 사퇴론도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지금까지 선배들은 당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선당후사하는 정치로 다 자신을 먼저 버렸다”며 이 대표 거취를 재차 압박했다. 그는 “대선에 패배한 책임을 지고 송영길 전 대표가 물러났고 문재인 전 대표는 당이 굉장히 어려움에 처하니깐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며 과거 사례도 들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재보궐선거에 연달아 패하고 당내 계파갈등이 심화하자 당대표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최근 당 지도부가 쇄신안 차원에서 발표할 것으로 관측되는 당직 개편 방향에 대해선 ‘방탄정당 탈피’를 제안했다. 조 의원은 “우리 당이 방탄정당으로 비쳐지는 걸 막아야 한다. 이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선출직 지도부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임명직 지도부는 지금 너무 방탄에 몰입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니 교체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 일부도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체포동의안 표결을 고려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 당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친명이든, 비명이든 계파색이 옅은 인물의 당직 인선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총선 공천제도 TF’ 제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개편안과 별도로 이 대표는 당내 소통 강화 행보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15일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회원과 간담회를 진행한다. 더미래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이 대표를 향해 “현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당의 불신 해소와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당내 주요 모임 중 하나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과도 만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공천TF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길’과도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당내 의견은 때와 장소를 가릴 것 없이 많이 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김승환·김현우·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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