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에 긴급조정권 발동하는 일은 없어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관련해 “사안의 중대성과 상상조차 어려운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며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 인사 중 처음으로 긴급조정권 발동을 공개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15일 아직 긴급조정권 발동을 결정할 단계가 아니라면서도 “장관으로서 할 말을 한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파업 돌입 시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정부 기류가 잡혀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노조법 76조는 ‘고용노동부 장관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는 긴급조정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파업이 중단되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가 개시된다.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예외적으로 제약하는 극약 처방인 셈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전례는 1969년 8월 대한조선공사, 1993년 현대자동차, 2005년 8월 아시아나항공과 12월 대한항공 파업 때의 단 4차례뿐이다.
삼성전자 파업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1700여 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들과 반도체 산업 전반에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는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단지 피해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선례를 남긴다면 국가적으로 중요한 다른 대기업 파업 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파업은 노조가 경제적 피해를 무기로 사측을 압박해 임금 및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것인데, 경제적 피해를 이유로 파업권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다. 그런 일이 친노동을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벌어진다면 그 또한 모순일 것이다.
김 장관이 긴급조정권 발동을 거론한 건 노사의 성실한 협상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노조 사무실을 찾아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과 면담했다. 전날 중노위가 사후조정 회의를 재개하자고 노사에 요청한 데 이어 노동부 장관까지 중재에 뛰어든 것이다. 정부가 압박과 중재를 병행하는 셈이다.
삼성전자 노사도 오는 21일 파업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협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이날 노조 측과 만나 협상 재개를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가 사측 입장을 듣고 협상 결렬을 선언한 마당에 ‘성과급 제도화’에 대한 진전된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교섭을 재개하자고만 해서야 대화가 되겠는가. 노조도 “6월 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파업을 기정사실화할 게 아니라 사측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양측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해 파업이 일어나고, 혹여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한다면 국가 경제도, 반도체 산업도, 삼성전자 노사도, 정부도 모두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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