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기업인 군기잡기` 국감… 재계총수 무더기 증인 추진
비자금 본다며 노소영 관장 포함
과방위, 김영섭 KT대표 등 신청
다음달 7일 시작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기업인 군기잡기 감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회장 등 재계서열 10대 그룹 총수 등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부를 태세다.
현재 각 상임위에서는 증인·참고인을 신청받고 간사 간 협의를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이 회장과 최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시우 포스코 사장, 김승연 한화회장, 허창수 GS건설 회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등 재계서열 10대 그룹 대표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농어업 등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인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다. 재계서열 10대 그룹의 지난해 출연한 금액은 47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0.003%에 그쳤다. 야당 의원들은 이번 증인 채택으로 자율에 맡긴 출연 방식도 개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도 이 회장을 비롯한 7대 기업 경영 총수들을 증인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 전자와 관련해선 최근 방사능 피폭 사고 문제로 실무자까지 증인으로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철 한화오션 신임 대표도 명단에 올랐다. 한화오션은 이달 9일 발생한 추락 사고에 더해 올 들어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사장의 국회 증인 채택이 유력하다. 지난달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의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 때문이다.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에 대한 안전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상윤 BMW코리아 사장도 거론된다.
법제사법위원회는 25일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코바나 뇌물성 협찬·전세권 설정사건 관련과 관련해서는 송병준 컴투스홀딩스 의장,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을 소환했다.
기획재정위원회의 일부 야당 의원들 역시 최 회장과 노 관장을 증인 신청했다. 법사위와 마찬가지로 300억원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관련 세금 누락 및 법인세 감세 관련 등을 따져 묻자는 의도다. 여당 기재위원들은 기업인 소환은 자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경우 야당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 가능성 여부와 반도체 산업 점검을 이유로 전영현 삼성전장 DS부문장(부회장), 수소환원제철 관련 문제를 이유로 이시우 포스코 대표이사 등을 신청했다. 전준희 요기요 대표이사·김명규 쿠팡이츠 대표이사·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임시 대표 등 배달 수수료 문제를 놓고는 여야 모두에서 증인 신청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와 박태훈 왓챠 대표도 각각 중소기업 데이터 기술 탈취, 피해 기업 사례 청취 등과 관련해 야당 의원실에서 증인 신청을 했다. 산자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의 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08명의 증인과 53명의 참고인을 채택했다. 과방위는 KT 최대주주변경 건과 관련한 질의를 이유로 김영섭 KT 대표와 김승수 현대자동차 부사장 등을 증인으로 불렀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와 정호진 삼성전자 한국총괄부사장,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CSO)은 각각 한공우주연구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분쟁, 중저가 단말기, 방사선 피폭 사고 관련을 이유로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과방위는 몇 년 간 논란이 일고 있는 인앱 결제 문제를 따지고자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레지날드 숀 톰슨 넷플릭스코리아 사장, 마크리 애플코리아 사장은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이는 외국인이라 통역 등이 필요한 만큼 원활한 국정감사 진행을 위해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IC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도 참고인 명단에 올랐다.
재계에서도 기업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국정감사에서 지적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첫 국감을 앞두고 의원들이 유권자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 총수들을 증언대에 세우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기업의 잘못을 당연히 지적하고 질타할 수 있다"며 "다만 일회적인 망신주기에 끝나지 말고,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이나 원포인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감사만 끝나면 마치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이 모르는 체 하는 게 일상"이라고 덧붙였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할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도 "의원과 정당이 존재를 과시하고 언론에 한 줄이라도 더 나가기 위해 기업인들을 소환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김세희·윤선영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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