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한정판’ 마케팅 효과 톡톡…품귀 현상 틈타 중고거래 확산
높은 인기도 비해 공급 못따라가 중고거래 활기

최근 식품업계의 신제품 출시 공식이 급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대대적인 물량을 쏟아내기보다, 일정 수량만 생산해 시장 반응을 살피는 '한정판 마케팅'이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희소성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소비 행태와 기업의 리스크 관리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1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리온이 봄 시즌 한정판으로 선보인 '촉촉한 황치즈칩'이 이례적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달 26일 출시된 이 제품은 생산 물량이 38만 박스로 제한됐으며, 대형마트와 일부 이커머스 채널에만 입고됐다.
출시 직후 SNS를 중심으로 이른바 '디토(Ditto) 소비(특정 인물이나 콘텐츠를 따라 구매하는 성향)' 현상이 나타나며 수요가 폭발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 등에는 정가의 2~4배에 달하는 가격에 제품을 되파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이 쇄도하자 오리온 측은 결국 추가 생산을 결정했다. 다음 달 초부터 다시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상시 판매' 전환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처럼 식품 기업들이 한정판 전략에 집중하는 이유는 급격한 트렌드 변화와 경기 침체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신제품을 출시했다가 실패할 경우 입게 될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5월 한정판으로 내놓은 '빈츠 프리미어 말차'가 전체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자, 5개월 만에 상시 판매 제품으로 전환했다. 맥도날드 역시 10년 넘게 여름 시즌 메뉴로만 운영하던 '맥윙'을 소비자들의 높은 지지에 힘입어 지난 1월부터 연중 상시 판매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생산 단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안전한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길환 대구대학교 공공인재대학 교수는 "코코아, 설탕 등 주요 원재료비 부담이 커진 반면 소비 시장은 위축된 상태"라며 "생산량을 조절하면서도 '한정판'이라는 희소성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유발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교수는 "중동 사태로 원재료 공급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전략이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공급 부족을 틈탄 중고거래 웃돈 현상이 심화되면 정상적인 유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업계 차원의 전반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영진 기자 b0127kyj@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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