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에너지 창고’의 배신... 비상시 쓰려던 원유 90만 배럴 ‘증발’

김정우 2026. 3. 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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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비상 상황을 대비해 국내 석유 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국제공동비축 원유 90만 배럴이 정부의 우선구매권 행사 직전 해외로 팔려 나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울산 석유 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해외 기업 A사의 원유 약 90만 배럴에 대해 우선구매권을 즉시 행사하지 않은 사이, 해당 물량이 해외로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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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에 준공된 '울산 석유비축기지' 내부. 사진=연합뉴스


국가 비상 상황을 대비해 국내 석유 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국제공동비축 원유 90만 배럴이 정부의 우선구매권 행사 직전 해외로 팔려 나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에너지 안보의 최후 보루인 비축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즉각적인 감사에 나섰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울산 석유 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해외 기업 A사의 원유 약 90만 배럴에 대해 우선구매권을 즉시 행사하지 않은 사이, 해당 물량이 해외로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공동비축 사업’은 석유공사가 국내 비축 시설을 임대해 산유국 등의 원유를 저장해 주되, 수급 위기 시 한국 정부가 해당 물량을 우선적으로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제도다. 1999년부터 국내 석유 수급 안정을 위한 핵심 장치로 운용해왔다.

이번 사태는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긴조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긴박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정부가 국내 보관 중인 국제공동비축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우선구매권을 행사하려 했으나, 정작 울산 기지에 있어야 할 90만 배럴은 이미 해외로 팔려 나간 뒤였다.

국내 도입 원유의 6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비상시를 대비한 ‘안전장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해당 90만 배럴에 대한 물량 확보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번 사태를 국가 에너지 안보 체계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비상 상황에서 석유공사가 우선구매권 행사 시기를 놓친 경위와 관리 소홀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공사에 대한 감사에 즉시 착수했으며, 조사 결과 규정 위반이나 업무 태만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엄중히 문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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