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코리아 오픈 4강 진출! 일본 미야자키 2-0 완파

안세영이 다시 한 번 “코리아오픈의 얼굴”임을 증명했다.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단식 8강에서 세계 10위 미야자키 토모카를 2-0(21-7, 21-17)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경기 시간은 약 40여 분. 1게임 21-7은 사실상 내용이 말해주는 스코어였다. 리턴의 길이와 각도를 자유자재로 바꾸며 네트 앞·중후반 코트를 번갈아 흔들자, 미야자키는 공격 타점이 무너졌고 실수가 잦아졌다. 2게임 초중반에 잠깐 15-15 동점을 허용했지만, 그 다음 4연속 득점으로 곧바로 정리했다. 위기관리도 담담하고, 마무리도 정확했다.

눈에 들어온 건 ‘템포 조절’과 ‘질식 수비’의 조합이다. 안세영은 강하게만 때리는 선수가 아니다. 때릴 듯하다가 반 박자 늦춰 헤어핀을 떨어뜨리고, 낮은 드롭으로 코너를 찌른 다음 하프 스매시로 빈 공간을 마무리한다. 상대가 길게 밀어내면 스텝 두세 번으로 베이스라인을 밟고 다시 균형을 잡는다. 랠리가 길어져도 표정과 스윙 속도가 흔들리지 않으니, 장기전이 될수록 상대가 먼저 지친다. 1게임대 2게임 흐름이 다른 날에도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 이게 세계 1위의 차별점이다.

대회 흐름도 안세영에게 우호적이다. 2022년, 2023년 이 대회를 연달아 우승했던 그는 지난해 부상 관리로 불참해 3연패 기회를 미뤘다. 2년 만에 다시 선 안방 무대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배경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시즌 내내 경쟁하던 중국 강자들, 즉 왕즈위(2위), 한웨(3위), 그리고 ‘천적’이라 불린 천위페이(5위)가 이번 대회엔 없다. 물론 빈자리 자체가 트로피를 보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코트에 서 있는 선수의 완성도가 지금처럼 높다면, 우승 확률이 올라가는 건 자연스러운 계산이다.

무엇보다 컨디션의 흐름이 좋다. 사흘 전만 해도 중국 마스터스 결승에서 한웨를 33분 만에 2-0으로 제압했다. 그때 보여준 건 “이젠 정말 완전히 회복했다”는 신호였다. 시즌 전체로 보면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일본오픈, 중국 마스터스까지 이미 7번의 우승. 이번 코리아오픈을 제패하면 시즌 8관왕, 그리고 2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더해진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피로가 쌓이는 건 사실이지만, 오늘 8강전 운영은 체력 분배 면에서도 모범적이었다. 불필요한 힘 싸움을 줄이고, 서브-리턴-세 번째 샷에서 이미 랠리를 유리하게 끌고 간 덕분에 소모전을 피했다.

이제 시선은 준결승으로 향한다. 상대는 폰파위 초추웡(태국)과 여지아민(싱가포르) 중 승자. 두 선수는 스타일이 다르다. 초추웡은 길게 끌며 각을 만드는 타입이고, 여지아민은 네트 앞에서의 손목 감각과 빠른 전환이 강점이다. 어느 쪽이 오더라도 관건은 같을 것이다. 첫째, 리턴 첫 터치의 질을 유지해 상대 주특기 진입을 늦출 것. 둘째, 네트 앞에서 50 대 50을 60 대 40으로만 올릴 것. 셋째, 앞선 경기처럼 초반 러시로 경기의 ‘속도 권한’을 먼저 가져올 것.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결승행은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안방 무대에서 보여주는 태도도 인상적이다. 포인트 하나에도 팬과 호흡하고, 경기 후엔 고개 숙여 인사한다. 코트 밖에선 외국 선수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작은 선물을 건네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강함과 배려가 동시에 느껴지는 이런 디테일은 결국 경기의 중심을 지키는 힘으로 돌아온다. 팬의 기대는 때로 압박이 되지만, 안세영은 그 압박을 에너지로 바꾸는 법을 안다.

결국 오늘 경기가 남긴 메시지는 단순하다. “폼은 일시적이고, 클래스는 영속적이다.” 잠시 흔들릴 수는 있어도, 제대로 준비된 세계 1위는 같은 품질을 반복해낸다. 수치로는 2-0, 감각으로는 ‘한 수 위’. 2년 만의 코리아오픈 우승을 향한 길은 여전히 길고도 험하지만, 최소한 지금의 안세영은 그 길을 알고, 그 길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이제 남은 건 평소처럼, 담백하게 한 경기씩 덜어내는 일뿐이다. 팬들은 그 과정을 즐길 준비만 하면 된다.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