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LCC 타격
정부 지원 끊겨
5월 고비 본격화

지난달 촉발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오는 4월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최대 3배 가까이 인상되면서 여행객들의 체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토부가 유류할증료 폭등을 억제하고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 없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5월부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2일 파이낸셜뉴스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안전 간담회를 통해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LCC 지원방안에 사실상 손을 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 국토부는 LCC 담당자들을 호출해 ‘중동 사태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했으나, 결국 지원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대형 항공사, 헤지 수단 有
과거 정부 LCC 육성 약속
항공 업계 위기의 배경에는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공급 불안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목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의 경우 헤지 수단이 있어 특정 수준의 비용 압박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사실상 헤지 수단이 전혀 없는 LCC는 생존의 갈림길로 접어들고 있다.
앞서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LCC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024년 국토교통부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중국(시안, 장자제), 일본(나고야), 호주(시드니) 등 주요 노선의 운수권 및 중장거리 노선 LCC 취항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방공항 강화 방침
LCC 정부 지원 제외
당시 정부는 지방 국제공항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함께 내놨다. 청주-발리, 부산-자카르타 등 기존 노선 외에도 운수권 배분 시 지방공항 운항 실적 반영을 강화하겠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최근 고유가 사태에 직면한 LCC가 사실상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며 저가 항공 업계는 위기를 맞았다. 간담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 20일 에어부산은 고유가로 인한 부산발 일부 노선의 비운항 소식을 발표했다. 해당하는 노선에는 부산발 괌(왕복 14회), 다낭(왕복 4회), 세부(왕복 2회) 등이 포함됐다.

에어로케이, 비운항
LCC 위기 5월 도래
이날 에어로케이 역시 국제선 4개 노선에 대한 비운항 일정을 공지했다. 일정 기간을 정해 실시하는 ‘한시적’ 운항 중단 제도인 비운항은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 운항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에어로케이가 비운항을 예정한 기간은 4월~6월이다.
업계에서는 LCC의 진정한 위기는 5월에 시작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통적으로 가정의 달 5월은 국제선 여객 수요가 몰리기 시작하면서 비수기에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항공사들의 유류비 부담은 5월에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지원 필요 시점
비운항 대책 일시적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한 LCC들은 단순히 운항을 줄이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타개하기 힘들다. 연간 일정 수준 이상의 운항 실적을 채워야 하는 운수권과 국제 기준상 80% 이상을 사용해야 하는 슬롯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LCC들은 운수권 회수 유예 및 슬롯 등 지원 필요성을 정부에게 전달하며 버티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고유가 사태는 자금 동원력과 헤지 수단이 부족한 LCC 업계에 생존을 건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정부 지원 사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비운항이라는 대책이 등장했지만 운수권과 슬롯 유지라는 구조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항공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유연한 정책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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