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장모님 앞에서만 말을 아끼길래.." 딸이 건넨 편지를 읽고 이유를 알았다

사위는 평소 시원시원한 성격이지만 이상하게 우리 친정엄마 앞에만 서면 조용해졌다.

살가운 인사를 건네기는커녕 어머니의 물음에 짧은 대답만 남기고 묵묵히 고개를 숙이기 일쑤였다.

남편이 내 친정엄마를 어려워하거나 은근히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불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주말 식사 자리에서도 친정엄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옛날 이야기를 꺼내실 때 남편은 가만히 듣기만 했다.

내가 중간에서 남편에게 말을 붙여보라고 눈치를 줬지만 그는 그저 따뜻한 보리차만 컵에 채워드렸다.

식사가 끝난 뒤 침묵만 가득했던 거실 분위기 때문에 나는 남편의 무심함에 서운함이 밀려왔다.

집으로 돌아온 직후 나는 남편에게 어르신 앞에서 왜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었느냐며 타박을 했다.

남편은 머쓱한 표정으로 헛기침만 할 뿐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에 화가 난 나에게 옆에 있던 딸아이가 남편이 적어둔 작은 쪽지 한 장을 가만히 내밀었다.

편지에는 장모님이 청력과 발음이 나빠져 말을 겹쳐 들으면 당황하신다는 남편의 세심한 관찰이 적혀 있었다.

자신이 말을 보태면 장모님이 소리를 놓칠까 봐 일부러 목소리를 줄이고 말씀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무뚝뚝한 행동 속에 숨겨진 사위의 깊은 배려를 깨닫는 순간 내 오해와 서운함은 눈물로 변했다.

사위의 말없는 경청은 장모님의 떨리는 음성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가장 진심 어린 대화법이었다.

쪽지를 읽고 난 뒤 나는 남편의 조용한 손길이 어떤 말보다 깊은 효도였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다음 날 친정집을 찾은 나는 가만히 어르신의 손을 잡고 들어주는 남편의 넓은 등 뒤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