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또 망하는구나”…용산‧여의도 뒤흔드는 ‘명태균의 입’
용산 선 그었으나…코너 몰린 명태균 추가 폭로 가능성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진실'을 감춘 보수의 책략가일까, '허언'을 내뱉는 정치 브로커일까.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입에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연일 휘청이는 모습이다. 명씨가 대통령 내외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것을 넘어, 김 여사와 직접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면서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명씨는 윤 대통령뿐 아니라 다수 여권 인사들의 '비선 책사'로 활동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명씨를 '허풍쟁이' '사기꾼'으로 치부하며 그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물밑에선 명씨의 추가 폭로 여부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김건희 여사 특검'에 힘을 싣고 있는 야당은 명씨가 특검에 불을 붙일 '스모킹건'(결정적 물증)을 내놓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명태균은 여사의 '믿을맨'? 공개된 '카톡' 보니
명씨의 이름이 정치권에 처음 소환된 건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이 계기가 됐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과정에 김 여사의 측근인 M씨가 개입했으며, 이 같은 정황이 담긴 텔레그램을 봤다는 다수의 의원이 있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었다. 최초 보도에서는 익명으로 표기됐으나, 후속 보도 과정에서 M씨가 곧 명씨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명씨는 관련 보도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다만 해명 과정에서 김 여사와 자신의 친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나아가 자신이 지난 대선뿐 아니라 크고, 작은 선거에서도 여당 후보들의 책사로 활동했었다고 주장했다.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안철수의 단일화 △2021년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이준석 전 대표 관련 여론조사 △2022년 제20대 윤석열 대선 캠프 등에서 자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었다는 게 명씨의 주장이다.
이밖에 지난 7·23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시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의원과도 만났으며,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의 경선 및 공천 문제에도 자신이 개입했었다고 명씨는 말한다.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이 모두 명씨와의 인연을 부인하고, 그의 실체를 '브로커' 등으로 비하하자 명씨는 작정한 듯 SNS를 통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명씨는 지난 10일 김재원 최고위원이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명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부인하면서 "허풍쟁이"라고 발언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SNS에 "김재원 씨, 지난 대구 남구. 대구시장. 대구 수성을 왜 떨어졌는지 알고는 있나? 헛소리 누가 하는데"라는 글을 올렸다.
또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씨를 겨냥해 '선거 브로커'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고 비난하자, 명씨는 곧바로 SNS를 통해 "오 시장님, 홍 시장님, 진짜 자신 있으시냐"며 "그만하세요, 망신당하지 말고"라는 글을 올리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명씨는 급기야 이날 김 여사와 나눈 메시지를 직접 공개했다. 자신이 허풍을 떠는 브로커가 아닌 김 여사의 지원을 받는 '실세 책사'였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명씨가 SNS를 통해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김 여사는 명씨에게 "철없이.떠드는,우리오빠,용서해주세오(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라고 했다. 김 여사는 또 "제가 명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는 메시지를 명씨에게 보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오빠'가 윤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같은 대화 내용을 올린 명씨는 "김재원(최고위원)씨의 강력한 요청으로 알려 드린다"라며 "너의 세치 혀 때문에 보수가 또 망하는구나"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블랙홀 된 명태균, 추가 폭로 나설까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명태균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이며,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명씨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 대통령 부부와 6개월간 매일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명씨와 김 여사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나, 그 과정에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으며, 명씨는 수 많은 대선 조력자 중 한 명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명씨와 연관된 모두가 그와의 인연을 부인하고 있고, 김재원 최고위원은 명씨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여권 물밑에선 불안감도 감지된다. 코너에 몰린 명씨가 자칫 윤 대통령 부부와의 내밀한 통화 녹취, 전당대회 및 공천에 자신이 개입한 추가 정황 등을 폭로할 경우 사태가 '게이트급'으로 일파만파 확대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폭로에 나설 경우 명씨 자신도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이기에 가능성은 적지만, 추가 폭로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만으로도 여권에는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명씨가 왜 김 여사와의 문자를 공개했겠나. '내가 당하면 당신들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일종의 압박에 나선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비롯해 자신에게 미칠 법적, 정치적 영향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명씨의 실체를 둔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야권은 명씨를 고리로 '김건희 여사 특검'을 더 압박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명씨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더 이상 피하지 말고 직접 해명해야 한다"며 "거짓말로 진실을 은폐하거나 침묵으로 위기를 피해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고 결국 정권 위기로 몰아넣는다. 대통령실은 국민을 속이려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