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촌 상권이 무너진 이유
- 사람은 있지만 상권은 경직화
싹 다 망한 신촌 상권
"대학교에다가 병원에다가 학교도 큰 학교가 3개가 있잖아. 하나둘 셋 이렇게 둘러싸여 있는 데다가. 상권이 죽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죽을 수 없는 상권이 싹 다 망했습니다.
젊음의 성지에서 슬럼가로
하루 평균 유동인구 40만 명. 이중 20대가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젊음의 상징으로 불리는 신촌.
하지만 연세로 1층 점포는 빛 바랜 ‘임대’ 현수막이 붙은 텅빈 점포가 즐비하고요. 4층 건물 전체가 통째로 비어 있는 곳도 여러 개라 슬럼가를 방불케 합니다.
명동, 압구정동과 함께 서울 3대 황금 상권으로 손꼽히던 이곳이 도대체 왜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까요?
"상권이 뻔해지고 경직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오질 않아요. 유동인구를 제외하고 상권 자체가 갖는 고유한 가치인 잔존가치가 높지 않은 거죠. 과거 트렌드를 선도하며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던 신촌만의 특색을 상실하니 공실이 늘면서 매력이 사라졌어요."
신촌 상권이 무너진 이유 1) 바뀐 소비 트렌드
공실 지옥의 중심엔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소비 트렌드가 있습니다.
가격 흥정, 대면 주문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 직접 옷을 고르는 비정찰제 ‘길거리 쇼핑’은 더 이상 매력이 될 수 없었던 거죠.
20대 여성들의 쇼핑 성지로 불릴 만큼 보세 옷가게들이 빼곡했던 신촌 이대거리에 특히 직격탄이 된 겁니다.
“트렌드가 바뀌었어. 트렌드가. 임대 트렌드가. 사람은 있지만은 사는 건 인터넷으로 구매를 하니까. 대기업 로드 상가보다는 인터넷 판매에 주력을 하니까. 말하자면 세상 사는 트렌드가 바뀌어 가지고 이런 로드 상가가 많이 없어진 거지.”
현재 옷가게 자리는 인생네컷, 무인점포가 꿰차고 있습니다.
신촌 상권이 무너진 이유 2) 매력적인 점포의 부재
또 다른 요인은 매력적인 점포의 부재입니다.
작은 소품부터 손잡이 하나까지 주인장의 감성이 담긴 인스타에 올릴 핫플은 신촌의 높은 임대료 앞에선 좀처럼 뿌리내리기 어렵죠.
“10평 기준으로 보증금 1억에 월세 한 7백 이렇게 되니까”
"10평에 700만원씩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죠. 그래서 요즘 연남동처럼 월세가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특색 있는 곳이 뜨는 거죠"
신촌 상권이 무너진 이유 3) 건물주가 높은 임대료 고수
더 큰 문제는 건물주 역시 임대료를 내릴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건물주 대부분은 임대료를 낮추면 건물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려도 다시 올리기 어려우니 애초부터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자영업자를 찾고 있습니다.
상업성을 잃은 신촌에서 발길을 돌린 건 소형 가게만이 아닙니다. 대형 프렌차이즈들도 하나둘 문을 닫았습니다.
2004년 아시아 최초로 신촌에 문을 연 크리스피크림도넛은 2017년 문을 닫았고, 그 이듬해인 2018년에는 만남의 장소로 대표되던 맥도날드가 폐업을 했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18년간 자리를 지키던 롯데리아가 폐점했죠.
"상권이 아닌 맛집을 찾아 방문하는 트렌드로 바뀌었죠. 쉽게 말해 신촌에 있는 맛집을 찾는 게 아니라 SNS에 올라온 맛집이 신촌에 있어야 이곳을 방문하는데. 그나마 핵심 소비층이 연대·이대 학생들인데 대학 안에 이미 웬만한 프랜차이즈 카페, 레스토랑 등이 다 있어요. 학교 밖으로 나올 일이 없는 거죠."
사람은 있지만 상권은 경직화
신촌엔 사람이 없는 게 아닙니다.
소비는 변했고, 사람들의 취향도 바뀌었지만 유니크한 가게가 들어오기엔 임대료는 너무 높고, 상권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캠퍼스에 머물고 있는 학생들을, K-열풍을 체험하려는 외국 관광객들을, 나만의 핫플을 쫓는 젊은 소비층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신촌만의 색깔을 입은 콘텐츠 거리가 만들어져야 할 겁니다.
그래서 오늘의 한줄평 “건물주님들 임대료부터 내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