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 인구 1위인 서울 한가운데서 나홀로 ''폭삭 망해버린'' 매장

고금리·고물가 시대, 핫플레이스만 살아남는다

서울의 소상공인들에게 최근 경영 환경은 혹독하다.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 씨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손님이 끊이지 않던 골목에서 이제는 SNS 상에 화제가 되는 곳이 아니라면 찾는 방문객이 뚝 끊겼다”며 현실을 토로했다. 월세는 그대로이지만 매출은 예전 같지 않은 현실, 이는 서울 전역 자영업자 대부분이 겪는 체감 경기에 가깝다.

최근 들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 악재가 겹치고 내수 경기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오로지 MZ세대 등 젊은 층이 유입되는 트렌드 중심, 이른바 ‘핫플’에서만 활기가 이어지고 있다. 상권의 운명이 철저히 ‘유행’에 달리면서도 월세와 고정비는 줄지 않아, 골목경제의 위기가 실시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급격해진 상권 양극화, 빛과 그림자가 극명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5.27%로 2020년 상반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4.77%) 대비 0.5%포인트 상승이라는 의미는 그만큼 사업장들이 빠르게 문을 닫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상권별로 온도차가 뚜렷하다. 한때 상징적인 유동인구 밀집지였던 강남대로의 경우, 불과 반년 만에 공실률이 0%에서 15.01%로 치솟았다. 망원역(10.84%), 건대입구(5.08%) 등도 마찬가지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상가 임대시장은 ‘핫플-비핫플’ 구도가 극명해졌다. 트렌드를 놓친 전통 중심 상권은 빠르게 공동화가 진행되는 반면, 이태원(3.85%), 명동(1.2%), 서촌(4.03%) 등은 오히려 공실률이 하락하며 회복 신호를 보였다. 숙명여대 인근 상권은 1분기에도 공실률 0%를 유지해 소비자 수요가 집중됨을 보여줬다.

임대료 양극화, ‘희비 쏠림’ 현상 심화

공실률만큼이나 상가 임대료 역시 핫플레이스와 비핫플레이스의 명암이 극명하다. 서울 전체 소규모 상가의 임대가격지수는 큰 움직임이 없었지만, 지역별으론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용산역(1.7p 상승), 이태원(0.5p 상승), 숙명여대(0.2p 상승), 명동(0.4p 상승)은 임대료가 오르는 반면, 신촌·이대(-0.4p), 홍대·합정(-0.4p), 망원역(-0.2p) 등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신촌·이대 일대는 1년 사이 임대가격지수가 3.2p나 빠지며, 연세대·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전통 상권이 빠르게 침체되는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는 MZ세대 등 주력 소비층의 이동이 상권 운명에 철저히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 읽힌다.

소비 트렌드, SNS가 이끄는 ‘상권의 현재’

과거에는 지하철 접근성, 유동 인구 밀집도가 상권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SNS 상에서 ‘핫플’로 떠오르는 브랜드, 공간, 경험 요소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즉각적인 정보 공유와 인증 문화를 기반으로 상권 지도를 실시간으로 바꿔버린다. 이로 인해 중심 상권에 들어선 일부 매장은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하고, 바로 옆 매장은 인적이 드문 ‘그림자 상가’가 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임대료는 여전히 높지만, 실질적인 매출은 이 같은 유행의 파도에 민감하게 휘둘린다. 소비자의 하루, 한 달 이동 패턴이 달라질 때마다 골목경제 구도가 완전히 재편되기도 한다.

캠퍼스·강남 전통 상권의 침체, 새로운 선택지를 찾아 움직이는 소비자

신촌·이대 등 대학가 상권과 강남대로를 비롯한 전통 중심지에서 침체 현상이 뚜렷하다. 한때 ‘불패 상권’으로 불리던 홍대, 합정, 망원역도 임대료 하락과 공실률 상승을 피하지 못했다. 그동안 젊은 고객이 많아 임대료가 다소 높아도 버텼던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젊은 층이 더 싼 임대료에 새로운 브랜드와 분위기가 많은 동네로 옮겨가는 흐름이 분명하다.

강남권 역시 신사동, 압구정, 잠실·송파 등 일부 지역만 임대료 상승세를 보일 뿐, 강남대로 등 메인 스트리트의 임대료와 상권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명동 상권만 예외적으로 임대료와 공실률이 동반 개선되는 모습인데, 이는 내외국인 관광객의 유입 증가, 특화 콘텐츠의 성공적 안착 등 복합 요인 덕분으로 풀이된다.

공실률 5% 시대, 자영업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서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현실은 단순히 임대료나 매출 하락을 넘어선다. 고금리·고물가 환경에서 인수를 받거나 새로 창업을 하려는 수요도 줄면서, 기존 점포조차 임대인-임차인간 갈등이 잦고, 폐업-재창업 악순환도 심해지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상가의 전이 현상’으로 정의했다. 즉, 장사가 잘 안 되고 임대료가 오르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즉각 반응해 더 트렌디하고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에 기존의 중심 상권은 공동화되고, 한때 비주류였던 골목, 낮은 임대료 지역이 새로운 동력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상권 변화, 자영업·부동산 정책에 주는 시사점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는 ‘핫플레이스 쏠림’과 상권 양극화는 단순히 상업 공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도시 경제, 고용, 소비 문화, 부동산 정책 전반에 변화 요구 신호를 강하게 주고 있다. 단기적으론 소상공인 정책이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더욱 긴밀히 맞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상권별 특화 전략, 임대료 현실화, 신규 창업 지원과 지역상권 회복을 병행하는 복합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