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힌턴 "AI가 인류 지배하는 공상과학 영화, 20년 안에 현실 될 수 있다"
AI 위험성 경고한 'AI 대부'
민주주의 훼손·사이버 공격 악용
중장기로 보면 일자리 줄어들 것
추론능력, 20년 내 인간 앞설 듯
순기능 모두 부정하진 않아
산업혁명 같은 폭발적인 생산성
나도 GPT 쓰지만 다 믿진 않아
빅테크에 '안전 투자' 강제해야
“20년 안에 인공지능(AI)의 추론 능력이 사람을 앞설 확률은 최소 50% 이상입니다. 인류가 AI에 지배당하는 공상과학영화의 장면은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76)는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몇 년 동안 AI로부터 인간의 통제권을 지켜내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우리 미래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 8일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과학계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된다. 순수과학이 아닌 응용과학에 물리학상이 돌아간 것부터 이례적이고, AI 전문가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사상 최초다. 인터뷰는 수상자 발표 직전 서면으로 이뤄졌다.
AI 위험성 고발하는 ‘AI 대부’
힌턴 교수에게는 두 가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나는 ‘AI의 대부(godfather)’, 다른 하나는 ‘AI의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다. 그는 1970년대 인간의 뇌와 비슷한 방식으로 컴퓨터가 정보를 분석하는 ‘인공신경망(ANN)’의 개념을 제시하고 후속 연구를 이어왔다. 지금 우리가 쓰는 각종 AI 서비스의 뿌리가 된 이론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AI 핵심 인재 상당수가 그의 제자다. 힌턴 교수 자신도 2013년 구글 부사장으로 영입돼 AI 대중화의 길을 닦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빅테크를 비판하며 사표를 던져 정보기술(IT)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브레이크 없이 과열된 AI 개발 경쟁이 인류에 통제 불능 위협으로 떠올랐고, 구글을 벗어나야 이런 점을 자유롭게 경고할 수 있다는 게 그가 밝힌 퇴사 이유다.
AI 대부가 지목한 AI의 부작용은 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힌턴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신종 병원체와 사이버 공격 설계에 악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중기적으로는 대규모 일자리 감소와 치명적 자율무기가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내가 가장 걱정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AI가 ‘이제 인간의 통제권을 빼앗아야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날도 올 수 있다는 것”이라며 “20년 뒤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나도 챗GPT 쓰지만…다 믿진 않아”
그가 AI의 순기능까지 모두 부정하는 건 아니다. 힌턴 교수는 “AI는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고 의료와 과학 분야에서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순기능과 역기능 중 무엇이 클지는 우리의 대응에 달렸다”고 했다.
힌턴 교수는 구글을 떠난 이후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연구에 고강도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AI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을 기업 자율에만 맡기면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너무나 큰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고, 이는 과거 석유와 제약산업에서도 확인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AI 안전 관련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인력과 자본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며 “일정 부분을 투입하도록 정부가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무기 통제에 준하는 외교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밝혔다. 힌턴 교수는 “AI에 통제권을 빼앗길 수 있는 실존적 위협 앞에 세계인은 한 배를 탄 입장”이라며 “핵전쟁을 막기 위해 냉전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국제적 공조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인적으로 애용하는 AI 서비스가 있는지 묻자 “궁금한 게 생기면 챗GPT-4를 많이 쓴다”는 답이 돌아왔다. 힌턴 교수는 “챗GPT-4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유용한 전문가”라면서도 “할루시네이션(환각·그럴싸한 거짓 정보를 답변하는 현상) 때문에 완전히 신뢰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AI 추격 해법은 ‘기초과학’
힌턴 교수는 G2(미국·중국) 이외 국가가 AI 격차를 따라잡을 길은 ‘기초연구 강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는 기초연구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AI 인재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연구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발산할 수 있는 학문적 자유를 누리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은 이들의 활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기초연구는 성과물을 예측하기 힘든 속성이 있다”며 “젊은 연구원들이 불필요한 서류 작업이나 보고 등에 매달리게 한다면 이들의 호기심을 꺾을 것”이라고 했다.
힌턴 교수는 “AI 연구를 수행하는 데 갈수록 값비싼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며 “삼성 같은 대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사이에 조화로운 협업을 유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그는 세계적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와 논쟁을 벌였다. 촘스키 교수는 AI가 사람처럼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는데, 힌턴 교수는 “촘스키 학파는 틀렸다”고 일침을 놨다. 이달 30일 ‘글로벌인재포럼 2024’에서 기조연설에 나서는 힌턴 교수는 LLM 기반의 AI 서비스들이 인간과 얼마나 비슷한 수준까지 발전했는지를 소개하고, AI 활용에서 고려해야 할 점을 짚어볼 예정이다.
제프리 힌턴은…글로벌 'AI 4대 천왕'
구글 퇴사 후 규제 강조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1947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실험심리학을 전공하고 에든버러대에서 인공지능(AI)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서식스대 연구원을 시작으로 케임브리지대, 미국 UC샌디에이고, 카네기멜론대 등에서 컴퓨터과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신경과학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2012년 DNN리서치라는 AI 연구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컴퓨터가 수천 장의 사진을 분석해 고양이, 자동차와 같은 사물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구글에 4400만달러(약 591억원)에 매각하고, 구글 브레인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23년 구글을 퇴사하고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창하고 있다.
힌턴 교수는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 요수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얀 르쿤 메타 수석AI과학자 등과 함께 ‘AI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인물로 그중에서도 대부로 꼽힌다. 이들 네 명 가운데 벤지오 교수와 함께 AI 비관론자로 지목된다.
힌턴 교수는 1972년 박사과정부터 AI를 연구하며 AI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오늘날 딥러닝으로 불리는 인공신경망(ANN) 기술 개발 방법론의 이정표가 된 1986년 논문 ‘역전파 오류에 의한 학습 표현’의 공동 저자다. 그가 설립한 DNN리서치가 개발한 기술은 챗GPT 탄생에도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공동 창업자와 얀 르쿤 등이 그의 제자다.
■ 제프리 힌턴 약력
△1947년 영국 출생
△1970년 케임브리지대 졸업
△1975년 에든버러대 박사
△1976~1978년 서식스대 연구원
△1980~1982년 케임브리지대 과학책임자
△1982~1987년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
△1987~1998년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1998~2002년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신경과학연구소 설립·운영
△2013~2023년 구글 부사장 및 연구원
△2001년~ 토론토대 교수
강영연/임현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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