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보라. 대구의 중심가에 있는 지하철역인데 출구가 23번? 유튜브 댓글로 “반월당역은 왜 출구가 23번까지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대구를 다녀왔는데 사실 출구가 40개가 넘는 엄청난 곳이었다...
대구엔 도시철도가 3개 있다.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지상 모노레일로 만들어진 3량짜리 3호선이다. 당초 90년대말 대구에 1호선이 처음 생길 때만 해도 1호선 반월당역은 출구가 4개 그러니까 지금의 1번 2번 3번 23번 출구만 있었는데 그땐 대구 동성로 상권의 중심이자 만남의 장소 대구백화점과 가까운 1호선 중앙로역이 중심지였다.
그러다 급반전이 찾아오는 시기가 2005년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부터다. 대구를 동서로 관통하는 달구벌대로 지하구간을 통과하도록 설계됐는데 그러면서 반월당역이 1호선과 2호선 환승역이 됐고 지하에는 거대한 상권이 형성된다.
반월당네거리 지하, 대구에선 교차로를 사거리가 아니라 네거리라고 하는데 어쨌든 반월당역에서 이어지는 메트로센터(점포 403개)와 메트로프라자(점포 162개) 총길이는 840m로 엄청 길고, 직선형으로 뻗은 지하상가 양쪽으로 출구가 19개나 더 만들어져서 공식 출구만 23개가 됐다. 서울 강남의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길이가 이와 비슷하다.
대구교통공사 강정선 홍보팀 차장
“처음에 1호선만 생길 때는 그렇게 출구가 많지는 않았고, 2호선이 이제 달구벌 대로 따라 개통되면서 이렇게 출구가 많아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반월당 메트로센터 상가가 조성되면서 그 때 출구가 많아진거죠.”
그런데 지도를 보면 반월당역에 붙어있는 메트로센터 주위로 출구가 대부분 몰려있는데, 봉산육거리 쪽에 있는 메트로프라자엔 출구가 어디있을까? 여긴 게이트라고 표시해놓은 출구가 이렇게 20개 정도 별도로 만들어져서 반월당역 전체 출구가 40개를 넘어가버린다. 사실 메트로프라자에서 봤을 땐 반월당역까지 거리나 그 다음역인 경대병원역까지 거리가 비슷해보인다.
흔히 반월당역이 지하철역 출구 수로 전국 1위라고 하면 ‘아니다 인천 부평역이 더 많다’고 하는 얘기가 있는데 이건 지하상가 게이트 수를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대구경북 지역방위를 맡고있는 육군 50사단이 예의주시하는 곳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반월당역을 보면 보행자들은 지하를 통해 이동하고, 도로는 차량 통행 중심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대구정책연구원 김수성 박사는 반월당역 출구가 많은 것과 10차선이나 되는 달구벌대로의 교통 정체 해결은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정책연구원 김수성 박사
“그쪽 지역(달구벌 대로)이 늘 상습 정체 구간으로 지정이 되는 구간이거든요. 그러니까 중간중간에 횡단보도를 만들기에는 (교통량이 많아) 횡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있으니 중간에 (보행) 편의를 위해 게이트를 많이 만들어가지고 한 부분이어서…”
대형 지하상가가 그렇듯 여기도 미로처럼 출구가 얽혀있어서 자칫하면 길을 잃기가 쉬운데 우리가 만난 약국의 한 약사는 길 물어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최근엔 역 내부에 관광안내소가 생겼는데 관광지 안내보다 길 안내 역할이 더 클 것 같다.
oo약국 약사
"하루 종일 길 가르쳐주느라 지치죠. 하루에 한 스무명? 아침에 오늘도 10명이 물어보고 갔어요. 이 길바닥에 안내를 해놓으면 좋은데. 우리가 길 안내소도 아니고 피곤합니다."
반월당역은 유동인구도 엄청나다. 2021년 ‘대구 도시철도 역세권 통계’를 보면, 반월당역에 986만8000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 시민이 작년 기준으로 총 230만명 정도인 것을 놓고 보면, 외부인들도 엄청 많이 이용한건데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헷갈렸을 것 같다.
대구교통공사에 물어봤더니, 2호선 라인의 출구는 <메트로 센터>와 <메트로 프라자> 상가가, 1호선 출구는 대구교통공사가 관리 주체로 분산되어 있어 통합해서 관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대구교통공사 강정선 홍보팀 차장
“관리 주체가 건설해서 운영 받을때부터 (2호선 라인은) 상가에서 하는 걸로 하고 지하 3층, 4층(1호선) 관련된 것만 저희들이 관리하는 걸로 주체가 분리되어 있는데 단지 지하철을 이용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지하(상가) 통로로서 역할이 더 많은데 그런것까지 저희 공사에서 하기는 인력도 그렇고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