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팬터뷰] SSG 랜더스 한두솔

빛보다 그림자를 먼저

찬란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단 한 곳. 그리고 그 밝은 조명 아래 서서 경기를 완성할 수 있는 건, 그늘진 곳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누군가일 것이다. 한두솔은 성실함과 꾸준함이라는 이름으로 걸어 왔다. 마운드에 오르기까지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지만, 서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낯선 일본에서 시간을 들여 익힌 건 야구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을 단단하게 다듬는 법,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잡는 법도 있었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걸음으로 프로 무대에 도착한 한두솔. 이제는 그가 지나온 길에 남겨진 묵직한 발자국이 빛을 끌어당기고 있다. 그림자는 언제나 빛을 품고 움직이기에.

에디터 이지인 사진 SSG 랜더스

dugout_mz 안녕하세요! <더그아웃 매거진>에는 첫 출연인데, 소감이 궁금해요. (5월 28일 인터뷰)
평소 <더그아웃 매거진>을 즐겨 보면서 한 번쯤 나가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이렇게 기회가 생겨서 너무 기쁩니다. 사실 안내 문자를 보내 주신 걸 잘못 읽고 대면 인터뷰라고 착각해서 준비하고 있었어요. (다음엔 화보 촬영으로 만나요.) 좋아요. 불러 주실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dawnlavender_rt ‘한두솔’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아버지가 지어 주신 이름인데요. 소나무처럼 흔들리지 말고 잘 살라는 뜻의 한글 이름입니다.

soyoung_jade 등번호는 한(1)두(2)솔 과 이어지는 번호라 34번을 한 건가요?
조금 민망한데, 그냥 남은 번호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걸 달았어요. 정식 선수가 되면서 번호를 골라야 하는데 남아 있는 것 중에 34번이 제일 나았거든요. 등번호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아서 느낌이 괜찮은 걸로 선택했어요.

#이기는 상상

kim_geon102 어떻게 야구에 흥미를 느끼게 됐나요?
아버지가 권유해 주셨고, 제가 살던 지역에는 리틀야구단이 없어서 일반 초등학교에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phoenix_doosol 어릴 적 좋아하던 팀이나 선수가 있다면요?)
어릴 때 야구를 보는 것보다 하는 걸 먼저 배워서 그런지 팀을 응원하거나 특정 선수를 동경한 기억은 없어요. 대신 아버지는 삼성 라이온즈의 오랜 팬이세요.

summer_forest97 쓱튜브를 보니 타격하는 모습도 잘 어울리던데, 포지션을 투수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고등학교 때까지 투수와 타자를 겸했어요. 그래서 타격하는 모습도 아마 보시기에 어색하지 않았을 거예요. 선택의 계기는 단순해요. 투수가 더 재미있었고, 실력도 더 나았기 때문이에요.

yh_landersfan 근 2년 동안 성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는데, 비시즌에 특히 바꾼 게 있나요?
투구폼이라든지 기본적인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해 새로운 트레이닝을 시도하고 있어요. 크게 뭘 바꾼다기보다는 디테일한 부분을 손보는 거죠. 예를 들어, 저는 투구할 때 약간 어깨가 열리면서 던지는 스타일이라서 이번 시즌에는 조금 닫아 놓고 던지는 연습을 열심히 했고요. 구종도 더 확실하게 정립하려고 노력했어요.

phoenix_doosol 불펜에서 등판을 준비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팀에 도움이 돼야 하니까요. 타자랑만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몰입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거든요. 잡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집중하고 있습니다.

sooxinism 어려운 상황에서도 호투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마운드에 올라갈 때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가면 당연히 퍼포먼스가 잘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어떤 상대가 나오든 제가 더 강하다고 되새기는 것 같아요. 저는 특별히 멘탈이 강하다거나,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계속 그렇게 되새겨야 마운드 위에서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ssgpick_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인가요?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이나 특별했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올해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전이요. 첫 경기는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놓은 엔트리로 치르는 거잖아요. 제가 그런 경기에 출전했다는 게 영광스러워요.
(stnaigettoll 던지고 가장 짜릿했던 공도 하나 알려주세요!)
지난달에 있었던 KT 위즈와의 연장전(4월 4일 문학 KT전)에서 직구로 강백호 선수를 삼진으로 잡았을 때 강한 짜릿함을 느꼈죠. 그날 승리 투수가 되기도 했고요.

phoenix_doosol 경기 전 김건우 선수와 하는 독특한 하이파이브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저희가 박수를 두 번 치는데, ‘청승청홀’ 하이파이브라고 해요. ‘청라돔에서 승, 청라돔에서 홀드’의 줄임말입니다. 청라돔에 갔을 때 건우는 승리를, 저는 홀드를 하자고 약속하면서 의지를 다지는 것이기도 해요. (데굴데굴 구르는 스트레칭도 독특하던데요.) 그거 몸 진짜 잘 풀려요. 트레이닝 파트에서 알려준 건지, 비시즌 때 센터에서 알려준 건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스스로 찾은 방법은 아니에요. 몇 년 안 됐는데 필수 루틴이 됐죠.

#두솔답게

hannahgongwon 요즘 두솔 선수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이 부쩍 늘어났는데 체감하고 있어요?
아뇨. 잘 모르겠어요. 종종 경기장에서 제 유니폼을 들고 계시는 팬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저는 아직 멀었죠. 체감할 단계는 아니다 싶어요.
(그래도 마킹지가 품절이라 살 수 없을 정도래요.) 제가 볼 땐 애초에 수량을 별로 안 만드는 것 같아요. (의심)

rlgmd_26 등장곡이 나올 때 팬들이 ‘잘생겼다 한두솔’을 외치기도 하거든요. 그 말을 딱 듣고 어땠나요?
의외로 되게 잘 들리는데 솔직히 쑥스러워요. 그래도 중간 투수가 등판할 때 그런 관심을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기분이 좋은 것도 사실이에요. 말했듯 마인드 컨트롤에 신경 써야 해서 큰 반응 없이 속으로만 웃긴 하는데요. 그렇게 외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zin_of_2 농군 패션이 너무 잘 어울려요! 그렇게 입고 등판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랜더스에 오고 나서부터 농군 바지를 입기 시작했어요. 바지가 길거나 펑퍼짐하면 나풀거려서 불편하거든요. 더 덥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사이즈 조절에는 한계가 있어서 농군 패션을 계속하고 있어요.

1ove.kr 예전에는 모자 안쪽에 ‘갈망’을 적어 뒀는데, 지금은 뭐라고 적혀 있나요?
2021년도쯤 ‘갈망’이라고 적어 놨던 것 같네요. 당시에 단어 뜻을 찾아봤었는데 ‘간절히 바란다’라는 의미더라고요. 1군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적었어요. 올해는 문구가 자주 바뀌고 있는데 지금은 저희 강아지 이름을 써 놨어요. 또, 제가 기독교라서 ‘두려운 건 오직 하나님’이라고 적어 두기도 했고요.

1999.infj 최근에 수염을 깎은 이유가 뭔가요? 잘 어울렸는데 아쉬워요.
근래에 실점도 많이 하고, 기운이 영 별로인 것 같아서 환기할 겸 깎았어요. 근데 아쉽나요? 왜… 아쉬워하시나요? 저도 안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너무 들어 보이잖아요. 팬분들께서 정말 아쉬워하신다고요?!

ykpp90 힙두솔, 두소르상, 97두솔 등 별명 부자예요.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뭐예요? 수염을 두고 ‘야구주머니’처럼 ‘야구 뿌리’라고도 하더라고요.
양동근 배우님과 닮았다는 말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워낙 팬이거든요. 작품도 작품인데, 특유의 바이브가 너무 멋져요. ‘야구 뿌리’라는 말은 오늘 처음 들었는데 제가 수염을 깎아버려서… 아무튼 잘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nicholas_official 랜더스를 대표하는 패션의 선두 주자예요. 어떻게 이런 센스를 갖게 됐나요?
일본에 유학하러 갔을 때, 각자 입고 싶은 걸 입는 분위기를 유독 강하게 느꼈는데 그게 저한테 영향을 끼쳤나 봐요. 하지만 저는 옷을 좋아하는 거지 잘 입는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imheidimit 쓱튜브에서 빈티지 옷들을 즐겨 입는다고 했잖아요. 빈티지 옷을 잘 고르는 팁을 알려 주세요!
우선 빈티지를 이해하기부터 쉽지 않을 거예요. 엄밀히 따지면 남이 입던 헌 옷을 입는 거잖아요. 함부로 추천하기는 좀 어렵지만 제가 고르는 방법을 알려 드리자면, 저랑 어울리는 색깔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먼저 골라요. 그리곤 집에 어떤 옷이 있는지 고려해서 이런 조합으로 입으면 좋겠다는 확신이 들면 구매합니다.

summeronbase 취향이 확고해 보이는데, 좋아하는 영화나 인생 캐릭터, 음식, 음악 등 다른 분야에서의 취향도 궁금해요!
일본 영화를 즐겨 봐요. 인생 영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인데, 아세요? 평범한 대학생 남자와 하반신 마비인 여자의 사랑 이야기인데요. 편견을 갖지 않으려던 남자가 주위의 시선 때문에 흔들리고,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지고, 결국 떠나는 그런 내용이에요. 음악은 주로 인디 음악을 들어요. 요즘은 백현진 배우님 노래를 자주 듣습니다.

handoo34 만약 야구를 안 했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 것 같나요? 해 보고 싶은 직업이 있을까요?
배우가 돼 보고 싶어요. 연기는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은 꿈이기도 해요. 연기하는 사람들은 너무 멋있잖아요. 감정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도 대단하고요.

stnaigettoll 요즘 한두솔 선수의 지갑을 가장 많이 열게 하는 것은 뭐예요?
무조건 음식이요. (인천 맛집 추천해 줄 수 있어요?) 그럼요. 구월동에 ‘작은식당우’라는 라멘집도 있고, ‘금봉텐동’도 좋아해요. ‘어부김부장’이라는 횟집도 추천할게요. 자주 가는 카페도 있는데요. 여기도 구월동에 있는 ‘셀렘’이에요. 분위기가 괜찮아서 책을 읽으러 자주 가요.

xxjixx_92 강아지 호시, 두치를 키우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자랑해 주세요!
최근에 한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지금은 한 마리만 본가에 있어요. 근데 자랑은 어떻게 하는 거죠?
(보통 귀엽다, 똑똑하다 이런 칭찬을 하죠.) 음, 우선 안 짖고요. 착하고, 귀엽고.
(개인기도 있어요?) 그런 건 안 시켜요. 강아지도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애초에 안 가르칩니다. (단호)

#나만의 걸음으로

0531_1011_0718 최지훈 선수가 광주일고 일 년 후배인데, 고등학교 시절 어떤 선후배였나요?
지훈이가 엄청 열정적인 친구잖아요. 지금이랑 똑같았어요. 야구에 진심이고 항상 열심히 하던 친구였죠. 저희는 특별할 건 없고 예나 지금이나 서로 응원해 주는 선후배 사이예요.

0531_1011_0718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왜 육성선수 입단이나 대학 진학이 아닌 일본행을 택했나요?
처음엔 아버지가 권유해 주셨는데, 저도 바로 간다고 했어요. 그게 훨씬 나을 것 같다고 봤거든요. 누구나 해 볼 수 없는 경험이잖아요. 야구 말고도 일본어를 배운다거나 색다른 걸 더 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마주하는 거니까 별 고민을 안 하고 떠났죠.
(dawnlavender_rt 프로 데뷔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일화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제가 다닌 대학교 옆에 바로 고등학교가 붙어 있었는데요. 그 고교에 잘하는 선수가 있어서 기자분들이 취재하러 많이 찾아왔었거든요. 근데 그 선수가 저랑 너무 닮았다면서 다들 헷갈렸던 기억이 나요. 저를 붙잡아서 이것저것 물어 보더라니까요. 당황스러웠어요.

soyoung_jade 일본과 한국의 야구는 크게 다른가요?
벌써 기억이 희미해졌는데, 당시 일본의 훈련량이 확실히 훨씬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철저히 ‘팀’ 위주의 플레이, 단체 위주의 생활을 했달까요. 근데 제가 한국 대학교에 다녀 본 게 아니라서 비교하긴 어렵네요.

kaeun_0919 시라카와 케이쇼와는 지금도 연락해요?
네, 거의 시라카와가 먼저 해요. 제가 잘한 날에 ‘잘 보고 있다’라고 연락이 오면 저도 재활 잘하고 있냐고 물어 보는 식으로요. 시라카와가 일본으로 돌아가고 나서 만난 적은 없는데, 주로 영상 통화를 해서 얼굴은 자주 봤어요.

seojunleebaseball 만약 지금 ‘감독 한두솔’이라면 타 팀에서 누굴 영입하고 싶나요? 딱 한 명만 골라야 해요.
(코디) 폰세? (웃음) 아니면 삼성 김성윤 선수나 김지찬 선수요. 워낙 방망이도 잘 치고, 발도 빠르고, 센스도 좋고, 수비도 잘하잖아요. 아마 모든 팀이 까다롭다고 여길 거예요. 그런 선수가 우리 팀에 있으면 너무 좋죠.

phoenix_doosol 팬 서비스에 적극적인 선수라는 미담이 많은데, 그렇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이숭용 감독님께서 제가 KT에 있을 당시 타격코치로 계셨는데요.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팬분께 사인해 드릴 때도 옆에 계셨어요. 제가 사인이 없어서 곤란해하니까 감독님께서 네 이름만 써도 되니까 해 드리라고, 팬들이 있으니까 우리도 있는 거라고 말씀하신 게 크게 와닿더라고요. 그리고 팀을 옮기고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는데요. 1군에 갓 올라왔을 때 다른 선수들은 사인해 드리고 있는데 팬분들께서 절 모르시니까 그냥 지나쳤을 거잖아요. 매번 속으로 ‘나한테도 해 달라고 하면 진짜 열심히 잘할 자신 있는데’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경험이 쌓여서 지금은 최선을 다해 팬 서비스를 해 드리려고 해요. 제 마킹 유니폼을 들고 계시는 팬분을 보면 부르기 전부터 먼저 다가가려고 하고요.

sooxinism 한두솔 선수는 어떤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지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잘하는 선수로 기억해 주시면 좋겠어요. 꾸준한 선수로요.

phoenix_doosol 앞으로 선수 생활 가운데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없어요. 지금은 단지 시합에 자주 나가고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걸 바라고 있어요. 아직 저는 그저 공을 열심히 던져야 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서서히 제가 이루고 싶은 꿈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dugout_mz 많은 응원을 보내 주시는 팬분들께 인사하고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마운드로 뛰어 올라갈 때 함성이 들리는 게 스스로 부끄러운 순간이 몇 번 있었어요. 제가 못하는데도 응원해 주시는 게 감사하면서도 참 부끄럽더라고요. 마음만큼 잘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안 좋은 얘길 들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응원을 해 주시는 분들이 그 이상 많아서 항상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그 응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잘할 테니까 계속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1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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