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하(立夏)를 앞두고, 어느덧 초여름의 기운이 완연해졌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짙어지는 햇살을 따라 특별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대구 달성군 옥포면 교항리, 이팝나무 군락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름조차 정겹게 ‘이밥나무’라 불리는 이곳은, 마치 하얀 쌀밥을 뿌려놓은 듯 만개한 꽃잎들이 숲 전체를 뒤덮는다.
흔치 않은 집단 군락 형태로 보존된 이팝나무 숲, 그리고 오랜 세월을 품은 고목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옥포 세청숲

대구 도심에서 벗어나 옥포읍 교항리 마을을 지나면, 약 100m 거리의 완만한 구릉지에 자리한 세청숲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단순한 숲이 아니다.
수령 300년을 넘긴 이팝나무 45주가 빽빽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 멀리서 바라보면 숲 전체가 하얀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르는 듯한 모습인데, 이는 5월 초순에 피어나는 이팝나무의 흰 꽃송이 덕분이다.

‘이팝나무’라는 이름도 흥미롭다. 길게 뻗은 흰 꽃송이들이 꼭 하얀 쌀밥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로 꽃이 만개한 시기에는 하얀 구름이 땅에 내려앉은 듯한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독립수로 드물게 자라기도 하지만, 이처럼 빽빽이 군락을 이룬 곳은 전국에서도 보기 드물어 그 가치를 더욱 높인다.

이팝나무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세청숲은 다양한 고목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150여 년의 시간을 견뎌온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느티나무, 말채나무가 숲 곳곳을 지키고 있다.
각 나무마다 고유의 존재감이 느껴지며, 이 숲이 단순한 자연 공간을 넘어 학술적으로도 풍치림으로서 보존 가치가 높은 이유를 증명한다.

흥미로운 전설도 전해진다. 옛 마을 사람들은 이 숲을 신성시하며, 나무에 해를 끼치는 자에게는 백미 한 두씩 벌과금을 부과했다는 이야기다. 숲을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풍습이다.
매년 칠월 칠석이면 마을 주민들은 당산제를 올리며 숲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다. 단순한 자연유산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신적 지주로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곳임을 알 수 있다.

5월 옥포 이팝나무 군락지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이팝나무 꽃들이 만들어내는 은은한 향기 속을 걸으면, 일상의 무거운 생각들도 자연스레 흩어진다.
구불구불 이어진 숲길은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경사로 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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