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3대 국책은행도 내부 수장…수협은행, 명분 없는 '외풍'

차기 Sh수협은행장을 선출하는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6파전 구도의 최종후보군(숏리스트)은 '출신'의 대비가 극명하다. 신학기 현 수협은행장을 포함한 3명의 내부 출신과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필두로 3명의 외부 인사가 맞붙는 형국이다. 금융권의 이목은 수협 고유의 의결 방식인 '행추위 5분의4' 규정에 쏠린다. 정관상 정부 측 사외이사 3명과 대주주인 수협중앙회 측 위원 2명 중 4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최종 후보 1인에 오른다. 특정 인사의 독주를 막고 합리적 인사를 도출하는 기제다.

수협은행장 인선의 향방을 가를 핵심 쟁점은 외부 관료 출신의 수용 여부이다. 앞서 수협은 2001년 외환위기 여파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했다. 당시 체결된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은 은행장 인사에 장기간 관(官)이 개입하는 외풍의 근거로 작용했다. 이후 2022년 9월 잔여 공적자금을 전액 조기 상환하며 수협은행은 족쇄를 풀었다. 자본의 독립성을 회복한 지 4년이 흘렀고 약정의 효력은 사실상 소멸된 상태다.

소위 모피아 등 관 출신의 고위직이 수협은행장으로 부임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정부 입김이 절대적인 정책금융기관 중 국책은행의 최근 인사 기조를 복기하면 외부 수혈의 한계는 명확해진다. 한국산업은행(박상진 회장), IBK기업은행(장민영 행장), 한국수출입은행(황기연 행장) 등 3대 국책은행의 수장은 30년 안팎을 내부에서 몸담은 경력을 갖고 있다. 정부 지분이 100%에 달하는 정책금융도 이른바 낙하산 관행이 깨진 셈이다. 대통령의 임명을 받는 국책은행장이 모두 내부 발탁인 점을 고려할 때 이재명 정부의 실무중심 인사 원칙을 읽을 수 있다.

이 같은 대세 속에 이 원장의 출사표는 의아하다. 금융위원장 직속 기관으로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금지 업무 등을 총괄하는 중앙기관장의 등판에 현 정부의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따른다.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한 이 원장은 재정경제부를 거쳐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 금융산업국장, 금융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FIU 원장은 장·차관 바로 아래 1급 상당의 고위공무원단으로 금융위로 치면 서열 3위 사무처장급에 해당한다.

수협은행 지배구조의 특징을 살펴봐도 외풍의 취약점이 드러난다. 현재 내부통제를 책임지는 최기정 상임감사위원은 전 감사원 국장과 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경영진의 업무 전반을 감시하며 지배구조상 은행장과 더불어 두 중심축을 형성한다. 수협은행 내 최고위 임원은 이미 외부에서 할당됐다. 최 감사가 이 대통령과 대학 동기인 데다 감사원 출신이라는 점은 관치(官治)와 낙하산 논란을 야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임감사와 은행장 모두 외부 출신으로 채워질 경우 집행과 통제기능 모두 외풍에 종속되는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라며 "이사회 안에서도 긴장 관계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 행장은 수협은행 최초의 연임에 도전한다. 취임 전 2023년 2300억원대 수준에 머물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457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000억원가량을 기록해 역대급 실적 경신이 확실시된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여파로 1·2금융권이 대손충당금 부담을 진 국면에서 신 행장은 수익 창출력을 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건전성 지표도 양호하다. 상반기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0.38%, 연체율 0.35% 수준으로 예년에 비해 리스크 방어력을 높였고, 자본 적정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역시 지난해 12.59%에서 현재 15.76%까지 올랐다.

수협 인사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최근 조직의 안정적 기류가 흐른다"라며 신 행장 다음의 서열로 숏리스트에 오른 도문옥 수석부행장이 후보직을 자진 철회한 행보를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도 수석부행장을 가리켜 "차기 경영진 인선을 둘러싼 내부 파벌을 사전에 차단하고 현 체제에 힘을 싣기 위한 전략으로 본다"라며 "결정적으로 노조의 지지를 이끈 것은 여느 금융기관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통상 경영진 선임에 어깃장을 놓는 노동조합이지만 수협은행 노조는 신 행장의 경영 성과와 현장 소통 방식에 합격점을 줬다. 또 노조 차원의 개별 면접을 공식화한다고 천명했다. 후보 전원은 행추위와 더불어 노조의 검증대에 서야 한다. 이해형 수협중앙회 노조위원장은 "은행장 후보들과 관례상 면담을 거쳤지만 이번 절차부터 공식화 해 경영철학과 인사, 직원 처우와 보상, 고용안정, 노사관계 등을 검증할 것"이라며 "자질이 없거나 외부 낙하산에 대해 명확히 반대하겠다"라고 밝혔다.

굵직한 사업의 연속성도 따져봐야 한다. 수협은행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지주사 체제의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 3년간 인수합병(M&A)에 역량을 집중한 수협은행은 지난해 9월 트리니티자산운용 인수를 최종 마무리 지으며 첫 번째 비은행 자회사로서 Sh수협자산운용을 공식 출범했다. 두 번째 타깃인 상상인증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수협은행은 11월까지 독점 협상권을 확보해 실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사 M&A는 피인수 기관 선정부터 실사, 가격 조율,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인수 후 통합(PMI)에 이르기까지 2~3년 이상 일관된 전략이 필요한 고난도 작업이다. 증권사 편입이라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은 수협은행은 원활한 사업 진척과 이를 지휘할 수장을 염원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사업 연속성의 훼손은 곧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라고 제언한다.

수협은행 행추위의 5분의4 룰은 단순히 표를 나누는 산술적 제도가 아니다. 외부 개입을 차단하고 2년간 조직을 이끌 사령탑을 선별하는 최종 관문이다. 공적자금 상환으로 외풍의 동력은 수그러졌고 국책은행도 선제적으로 내부 출신의 전문성에 무게추를 뒀다. 차기 수협은행장 인선은 종합금융그룹 도약이라는 본궤도를 이어갈지 과거의 관행으로 회귀할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다. 100만 어업인과 고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추위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바란다.

신병근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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