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효율화' 롯데백화점, 10년 만에 광고모델 '제니' 세운 이유

롯데백화점이 글로벌 아티스트 제니(JENNIE)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하고 10월부터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한다. /사진 제공=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이 약 10년 만에 광고모델을 다시 세웠다.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핵심 점포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글로벌 스타를 앞세워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목표로 한 마케팅인 만큼 투자 효율성을 입증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29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회사는 글로벌 아티스트 제니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하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캠페인을 전개한다. 계약 기간은 1년이다. 캠페인 메시지는 '애즈 아이 엠(As I am)'이다. 캠페인 영상은 다음 달 21일 롯데백화점 공식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공개된다. 이후 전 점포 내·외부를 비롯해 TV와 디지털 광고 등으로 캠페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광고 집행 지역은 외국인 고객 동선에 맞춰 선정했다. 인천공항 수하물 수취 구역과 서울역 등 외국인 관광객이 집중되는 장소에 캠페인을 선보인다. 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포함한 베트남·인도네시아 내 해외 점포 4곳에서도 제니를 활용한 광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10년 만의 광고모델 기용

롯데백화점이 광고모델을 기용한 것은 2017년 배우 신민아 이후 약 10년 만이다. 1990년대부터 소녀시대, 현빈, 박신혜 등을 광고모델로 활용해 왔지만 이후에는 별도 모델을 운영하지 않았다. 백화점 업계가 고급화 전략과 핵심 점포 투자에 집중하면서 대중 연예인을 앞세운 마케팅의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어든 영향이다.

다시 광고모델을 기용한 배경에는 외국인 고객 증가가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아진 데다 해외에서 백화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 브랜딩 전략이 필요했다"며 "해외 사업 확대에 맞춰 글로벌 스타를 활용한 브랜딩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 매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6400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7348억원)의 87%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는 이르면 3분기 중 업계 최초로 외국인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점포별로는 본점의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다. 롯데타운 잠실(120%), 부산본점(150%), 롯데몰 동부산점(170%) 역시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본점은 연매출 2조원을 웃도는 점포로 외국인 매출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올해 1~8월 누적 외국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하는 등 외국인 수요 확대는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추세다.

점포 줄이고 브랜드에 투자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외관에 설치된 초대형 미디어파사드 '롯데타운 라이트'. 롯데는 이를 통해 명동을 대표하는 관광·문화 콘텐츠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사진 제공=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의 광고모델 복귀는 점포 구조조정 이후 투자 우선순위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비효율 점포를 줄이는 대신 핵심 점포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자원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회사는 2024년 6월 마산점을 폐점한 데 이어 올해 3월 분당점 영업을 종료하는 등 점포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아점은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고, 건대스타시티점도 2028년 10월 임대차 계약 만료 이후 재계약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관악점과 상인점, 대구점 등 일부 점포 역시 구조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회사 측은 추가 점포 정리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점포 효율화로 확보한 여력은 핵심 점포 투자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식품관 리뉴얼에 약 800억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본점과 타임빌라스 수원 등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제니 효과' 입증 과제

관건은 투자 효율성이다. 경쟁사는 할인·상품권 등 직접적인 혜택을 앞세워 외국인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다음 달 11일까지 '글로벌 쇼핑 페스타'를 진행하며 결제·택스리펀드·상품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중국 BFC와 VIP 공동 마케팅 제휴를 맺고 중국 고소득층 고객 유치에 나섰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초점을 맞춘 대형 모델 기용을 선택했다. 브랜드 마케팅은 매출이나 고객 수 증가와 같은 성과를 직접 연결해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계약 기간이 1년인 만큼 투자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다만 글로벌 스타가 가진 인지도와 파급력을 고려하면 이번 모델 기용이 외국인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면세점과 카지노 업계가 해외 고객 접점 확대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한류 스타를 꾸준히 광고모델로 활용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고객에게 롯데백화점이라는 브랜드를 처음부터 알리는 것보다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모델을 활용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며 "제니가 다수의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해 온 만큼 롯데백화점의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모델 기용은 매출과 같은 직접적인 성과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의미가 있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롯데백화점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