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까지 무시한 편법 상품, 카드사 '오토할부'의 실체

강서구 기자 2024. 10. 15. 12: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카드사 오토할부 편법의 고리➋
복합할부금융 대신한 오토할부
60개월 할부로 신차 구입 가능
자동차 할부 자산 규모 9조원대
2016년 대비 3.6배 이상 증가
금융당국 행정지도 무시한 상품
8년 넘게 편법적인 상품 운용해

# 신용카드사의 '오토할부'는 많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신차 구매 방식 중 하나다. 카드사가 자동차를 구입할 때 '오토할부' 서비스를 이용하면 '대출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게 알찬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 문제는 오토할부가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를 무시한 '편법적 상품'이란 점이다. 더스쿠프가 단독 취재했다. 더스쿠프 視리즈 카드사 오토할부 편법의 고리 두번째 편이다.

카드사의 오토할부 상품이 금감원의 행정지도를 무시한 편법적인 상품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오토할부'로 알려진 신용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프로그램은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신차 구입 방식이다. 오토할부를 이용하면 소비자는 신용카드 일시불로 결제한 자동차 구매 대금을 할부로 전환해 3~60개월로 나눠서 갚을 수 있다. 새 차를 구입할 때 드는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건데, 소비자가 카드사의 오토할부를 선택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카드사의 신용평가만 통과하면 최대 1억원에 달하는 자동차 구매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할부 수수료 부담도 크지 않다. 주요 카드사 오토할부의 할부 수수료는 4~5% 수준이다. 캐피털사의 신차 대출금리가 5~10%라는 걸 감안하면 상환 부담이 확실하게 줄어든다.

무엇보다 시중은행이나 캐피털사의 대출과 달리 카드사의 오토할부는 대출 규제를 비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드사가 자동차 구매대금을 대출이 아닌 '신용판매 대금'으로 반영해서다. 대출로 인식되지 않으니 신용점수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참고: 오토할부의 장점은 기사 뒷부분에서 한번 더 언급했다. 그만큼 중요한 이슈다.]

결제 시장의 변화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카드사도 오토할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할부 결제금액의 0.1~ 0.5%, 선수금의 1.0~2.0%를 돌려주는 캐시백 혜택, 중도상환 수수료 무료, 대출로 잡히지 않는다는 장점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다. 당연히 신차를 살 때 오토할부를 찾는 소비자도 늘어났다.

그 결과, 카드사의 오토할부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의 자동차할부 자산 규모는 2014년 6월 1조3739억원에서 올해 6월 9조6909억원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고금리 기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 12월에는 10조690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많은 소비자가 신차 구입 방법으로 오토할부를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카드사의 오토할부가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를 무시한 '편법 상품'이라는 거다. 금감원이 여신전문업체(카드사·캐피털사)를 대상으로 행정지도에 나선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8월이었다. 발단은 자동차 판매사와 카드사 사이에서 벌어진 가맹점 수수료율 논란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논란이 있었기에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행정지도까지 내렸던 걸까. 시계추를 2014년으로 돌려보자.

[사진=뉴시스]

■ 논란➊ 수수료 분쟁 = 자동차 판매사와 신용카드사는 그해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핵심은 자동차 판매사가 카드사가 가져가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반발한 거였다. 이 이야기의 '내밀한 부분'을 살펴보려면 '복합할부금융'부터 확인해야 한다.

'복합할부금융'은 캐피털사와 카드사가 제휴해 만든 신차 할부 프로그램이다. '복합할부금융' 이전의 자동차 할부금융은 소비자→자동차 판매사→캐피털사로 이어지는 단순한 구조였다. 소비자가 자동차 구매계약 후 캐피털사에 대출을 신청하면 캐피털사가 완성차업체에 구매 대금을 지급하고, 소비자는 캐피털사에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신차를 장만했다(그림Ⅰ 참조).

복합할부금융은 이런 구조에 카드사가 끼어든 형태다. 소비자가 자동차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캐피털사가 대출금으로 카드대금을 결제한다. 이후 소비자는 그 대금을 캐피털사에 갚는 식으로 자동차 구매대금을 상환한다(그림Ⅱ 참조). 카드사는 자동차 판매사로부터 자동차 결제대금의 1.8~1.9%를 가맹점 수수료로 챙기고, 캐피털사는 카드사와 제휴해 자동차 대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문제는 자동차 판매사였다. 기존엔 없던 카드사가 자동차 판매 과정에 끼어들면서 자동차 판매사로선 내지 않아도 될 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다. 2014년 자동차 판매사가 카드사를 상대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율을 둘러싼 자동차 판매사와 카드사의 갈등은 평행선을 내달렸고, 결국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섰다. 그 결과물이 2014년 8월 29일 금감원이 카드사와 캐피털사에 내린 행정지도(복합할부금융 등 취급 관련 유의사항)였다.

■ 논란➋ 금감원의 행정지도 = 당시 금감원이 발표한 행정지도의 골자는 총 세개였다. 첫째, 복합할부금융 제도는 유지하되 카드사·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가 취급하는 자동차 구매 대금은 할부금융이 아닌 대출로 계산해야 한다.

둘째, 향후 복합할부금융과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려면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셋째, 복합할부금융이 아닌 일반 할부금융 상품에도 이를 공통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사실상 카드사의 복합할부금융에 제동을 건 것이다.

신용판매가 주업인 카드사에 할부가 아닌 대출 비중을 늘리라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여신전문금융사의 본업 비율을 규제한다"며 "카드사는 신용판매가 아닌 다른 사업의 비중이 50%를 넘으면 안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할부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이를 할부금융이 아닌 대출로 계산하면 본업 비율 규제를 어길 수밖에 없다"며 "2015년 자동차 판매사와의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에 실패하면서 복합할부금융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카드사의 자동차할부 자산 규모는 2016년 2조원대에서 올 상반기 9조원대로 증가했다.[사진=뉴시스]

실제로 2015년 자동차 판매사와 카드사의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상은 결렬됐다. 자동차 판매사는 1.8~1.9%인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인 1.3%로 낮춰달라고 했지만 카드사는 1.7% 이하로 낮출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그해 3월부터 주요 카드사는 복합할부금융 시장에서 줄줄이 발을 뺐다.

■ 논란➌ 카드사의 꼼수 = 하지만 복합할부금융 시장에서 철수한 카드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복합할부금융이 빠진 자리를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2010년 8654억원이었던 복합할부금융 시장이 2013년 4조5906억원으로 급증했다는 걸 감안하면 카드사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카드사가 선택한 돌파구가 다름 아닌 '오토할부'였다. 복합할부금융을 토대로 캐피털사와 체결했던 제휴를 끊고 직접 자동차 할부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략은 임시한도와 일시불 결제 후 할부 전환이었다.

카드사의 전략은 통했다. 무엇보다 카드사는 결혼·장례·자동차 구매 등 갑작스럽게 자금이 필요할 때 소비자의 결제한도를 높여주는 '임시한도' 제도를 폭넓게 활용했다. 카드사의 임시한도 사용기한은 일반적으로 1개월이지만 오토할부에선 할부 전환이란 방식을 이용해 최대 60개월까지 늘어났다.

일시불 결제 후 할부 전환책도 소비자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 오토할부를 이용하면 신차를 신용카드 일시불(최대 1억원 한도)로 살 수 있지만, 큰돈이 들지 않는다. 카드사가 자동차 구매대금을 3~60개월 할부로 전환해 주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 구매대금은 법적으로 '할부'로 인정돼 대출에서도 빠진다. 오토할부를 이용한 자동차 구입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참고: DSR은 차주借主 상환능력 대비 원리금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다.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정부는 대출 잔액이 1억원이 넘으면 차주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의 40%(시중은행 기준)로 규제하고 있다. DSR이 40%를 초과하면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카드사의 오토할부엔 커다란 결함이 존재한다. 2014년 금감원이 내린 행정지도를 무시한 상품이라는 점이다. 복합할부금융과 비슷한 상품을 출시할 땐 사전에 협의하란 금감원의 방침도 지키지 않았다. 자동차 할부를 할부금융이 아닌 대출로 계산해야 한다는 지도 역시 무시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자료가 카드사 자산에서 차지하는 '할부 카드대급금' 규모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5년 6월 18조9413억원이었던 카드사의 할부 카드대급금 규모는 올해 6월 40조653억원으로 2.1배가 됐다.

이는 주요 카드사가 자동차 구매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할부금융으로 전환하는 오토할부 상품을 출시한 시점과 일치한다. 카드사의 오토할부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를 완전히 무시한 상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카드사 오토할부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토할부를 '정상적인 할부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오토할부에 문제가 생겨도 철회할 수 없다. 카드사의 신용카드 임시한도 남용이 소비자의 과소비를 유도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행정지도를 무시한 오토할부의 문제들이 차고 넘친다는 건데, 이 이야기는 視리즈 카드사 오토할부 편법의 고리 세번째 편에서 이어가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