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무인 전투기 시장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방산 거대 기업들이 자국 공군의 채택을 기다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국제 시장용 무인 전투기를 개발해 발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록히드 마틴과 노스럽 그루먼 같은 전통적 방산업체들이 "미군 자금으로 개발한 뒤 수출한다"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 경쟁에 한국도 참전했다는 사실, 과연 우리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미 공군의 CCA 프로그램, 업체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다
미 공군은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무인 전투기를 협조 전투기(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CCA)라고 부르며 야심 찬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잉,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루먼, 제너럴 아토믹, 앤듀릴 등 쟁쟁한 기업들이 참가한 CCA 인크리먼트1(1단계 조달) 경쟁에서 최종 선택받은 것은 제너럴 아토믹과 앤듀릴이었습니다.

그런데 탈락한 전통적 방산업체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보잉은 결과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록히드 마틴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이 회사는 "우리의 제안은 공군에게 정말 가치 있는 것을 만든다는 믿음에서 태어났으며 미 공군이 제시한 요건보다 수준 높은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 공군은 생존성(서바이버빌리티)을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록히드 마틴의 제안은 "불필요한 부분에 금을 도금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죠.
록히드 마틴 역시 불만이 많습니다.
미 공군이 제시한 CCA의 컨셉이 '소모를 전제로 한 저렴한 시스템'에서 '저렴하지만 소모도 가능한 시스템'으로 변경되면서 조달 비용도 F-35의 25%~50% 수준이 되었는데, 생존성이 경시되고 있기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하면 미귀환율이 높아져 비용 대비 효과가 나쁘다는 주장입니다. 즉, 재정적으로 적자라는 것이죠.
록히드 마틴의 반격, 국제 시장용 Vectis 발표
록히드 마틴은 불만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지난 9월 국제 시장용 독자 CCA인 'Vectis'를 발표한 것입니다.
이 회사는 다가오는 CCA 인크리먼트2(2단계 조달)에 대해서도 "미 공군이 유연성이나 생존성이 높은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Vectis는 훌륭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Vectis는 미 공군에 대한 제안을 상정한 설계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움직임입니다.
전통적으로 미국 방산업체들은 미군의 자금으로 무기를 개발하고, 미군이 채택한 뒤 그 신뢰성을 바탕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록히드 마틴은 이번에 처음부터 국제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독자 개발한 것이죠.
이는 무인 전투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기존 방식으로는 이 수요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입니다.
노스롭 그루먼도 가세, Project Talon 공개
노스롭 그루먼 역시 지난 12월 3일 국제 시장을 위한 독자 CCA인 'Project Talon'을 발표했습니다.
이 회사는 CCA 인크리먼트1 탈락 이유를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CCA 인크리먼트1에 제안한 설계안은 기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가격 면에서는 낮은 평가에 머물렀고 결과적으로 수주를 놓쳐버렸다"는 것입니다.

노스롭 그루먼은 이러한 실수를 수정하기 위해 Project Talon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크리먼트1에 제안한 설계안에 비해 Project Talon은 450kg이나 가벼워졌고, 부품 점수도 50% 삭감되었으며, 제조 시간도 30% 단축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대폭적인 비용 절감을 의미하는 것이죠.
이 회사의 항공 부문 책임자인 톰 존스는 방위산업 전문 매체인 Breaking Defense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발은 노스럽과 스케일드 컴포짓의 합동 팀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로써 비용과 스케줄을 지키면서 성능과의 트레이드오프를 할 수 있는 유연한 설계 방법이 탄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예산과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필요하다면 성능을 적절히 조정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개발 방식을 만들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어 그는 "이것은 CCA 인크리먼트1 때의 전통적인 개발 방법과는 정반대였다"고 강조하며, CCA에 요구되는 중요한 요소에 대해 흥미로운 주장을 펼쳤습니다.
"값싸게 대량으로"가 핵심, 생존성보다 가격이 중요
톰 존스는 "일부 시스템에는 정교함이 요구되지만, CCA에 있어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실현하는 물량, 즉 취득 비용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저렴한 가격의 물량은 소모전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록히드 마틴의 입장과 정반대입니다.

록히드 마틴은 생존성을 높여 미귀환율을 낮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용 효율적이라고 주장한 반면, 노스롭 그루먼은 어차피 소모될 것이니 값싸게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 낫다는 입장인 것이죠.
이러한 철학의 차이는 두 회사가 개발한 제품의 성격 차이로도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존스는 "Project Talon은 CCA 인크리먼트2에 제출하기 위해 설계하고 있지 않다"며 "노스럽 그루먼이 CCA 인크리먼트2에 Project Talon을 제안한다고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군이나 일부 고객이 실제로 Talon을 시찰했고 잠재적 고객도 있다"고 밝혀 이미 국제 시장에서의 거래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습니다.
Project Talon의 첫 비행은 2026년 가을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유럽과 중동에서 활발해진 CCA 거래, 미국 업체들의 초조함
록히드 마틴과 노스럽 그루먼이 이처럼 서둘러 국제 시장용 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미 국제 시장을 위한 CCA 제안과 거래가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 모두 "미군의 자금으로 개발해 채용된 뒤 해외 수출을 한다는 종래 어프로치에서는 해외의 CCA 수요를 놓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유럽 국가들은 차세대 전투 시스템 개발에서 무인 전투기를 핵심 요소로 포함시키고 있으며, 중동 국가들도 첨단 무인 전투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미군의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지금 당장 구매 가능한 시스템을 원하고 있으며, 미국 업체들은 이 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독자 개발에 나선 것입니다.
한국도 참전한 세계 무인 전투기 경쟁, 터키가 가장 앞서
현재 이 분야의 경쟁자를 나열하면 상당히 인상적인 목록이 나옵니다.
미국의 MQ-20, FQ-42A, FQ-44A, XQ-58A, Gambit1~6, Vectis, Project Talon, X-BAT, 호주의 MQ-21A, 독일의 F5 규격으로 작동하는 스텔스 무인 전투기, 터키의 Kızılelma, 그리고 한국의 LOWUS, UCAV, APP 등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중에서 가장 실용화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터키의 Kızılelma라는 사실입니다.
터키 공군의 발표에 따르면 Kızılelma는 단순히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아니라, 탑재된 센서로 목표를 포착해 국산 공대공 미사일(AIM-120의 대체품으로 개발된 Gökdoğan)을 목표에 명중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전체적인 CCA 개발 분야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성과입니다.
한국도 LOWUS(저가 무기 시스템), UCAV(무인 전투 항공기), APP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이 경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강점은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방위 산업 기술력과 비용 경쟁력에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폴란드,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방산 수출에서 이미 입지를 다진 상태이며, 이들 국가는 잠재적인 무인 전투기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전통적 방산 거대 기업들이 서두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무인 전투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터키처럼 먼저 실용화에 성공한 국가가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한국으로서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글로벌 무인 전투기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