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점집 골목이 지금 힙한 명소로…서울에 뜨는 감성 동네 4곳
구석구석 맛집 숨은 성북천·청파동·회기동 일대
(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이번 연말은 시끌벅쩍하게 보내기보다 차분하게 일 년을 돌아보며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요즘 주목 받는 동네 명소들을 가보자.
19일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익숙하거나 평범했던 동네였던 성북천, 신당동, 청파동, 회기동 4곳이 숨어 있던 매력과 이야기들이 재발견되면서 새로운 감성 명소로 뜨고 있다.
◇점집 많던 신당동, MZ세대 명소로
마을에 신당이 많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신당동은 조선 한양의 사소문(사대문 사이에 있던 작은 문)인 광희문과 연관이 깊은 동네이다. 조선시대에는 광희문을 통해서 죽은 이들을 도성 밖으로 옮겼고 그 길목에 있던 신당동 근처에 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무당집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최근 신당동은 '힙'당동이라고 불릴 만큼 주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시장 내에 있는 맛집들이 유튜브를 통해 소개되어 유명해졌고 시장 주변 싸전 거리에는 특색있는 가게들이 생겨나면서 신당역 주변을 찾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싸전'이란 쌀과 곡식을 파는 가게들을 일컫는 말로 쌀 창고를 리모델링한 카페, 레스토랑, 편집숍, 주점 등 다양한 점포가 들어섰다.
신당동 이색 명소로 주신당이 있다. 신당동 역사적 특성을 살려 술을 모시는 신당이라는 콘셉트로 꾸민 칵테일 바이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나는 외관도 독특하지만, 진짜 매력은 주신당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낸 12가지의 시그니처 칵테일에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주와 식자재를 활용해 다채로운 맛을 구현한 시그니처 칵테일은 12종류의 동물 신인 십이지신(十二支神)의 이야기로 스토리텔링을 덧붙여 눈과 입을 더욱 즐겁게 한다.
신당동 하면 빠질 수 없는 '신당동 떡볶이'도 있다. 떡볶이는 궁중에서 먹던 떡찜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추장 떡볶이는 1950년대 신당동에서 마복림 할머니가 만들어 팔면서 시작되었다.
마복림 할머니는 춘장과 고추장을 섞은 양념에다 떡과 채소를 넣고 연탄불로 볶아내는 떡볶이를 만들어 팔았다. 저렴한 가격과 매콤한 맛으로 인근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떡볶이 골목이 형성되었고, 고추장 떡볶이는 전 국민이 좋아하는 별미로 자리 잡았다.
◇하천을 따라 사색하기 좋은 성북천
성북천은 오랜 시간 동안 성북동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성북천은 북악산에서 발원하여 성북동과 안암동을 지나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하천이다. 성북천 산책로는 화려한 풍경보다는 소소한 정취가 돋보이는 길이다.
'한성대입구역~성신여대입구역~보문역~신설동역'으로 이어지는 성북천 일대에 생겨난 가게들은 복잡한 번화가를 피해 한산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와인을 좋아하거나 새로운 취미로 와인을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성북천 근처에 있는 '르퐁'이라는 와인 숍을 추천한다. 르퐁은 와인 보틀숍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내추럴 와인을 비롯한 다양한 와인을 취급하고 있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선호하는 맛의 취향을 말하고 주인장의 추천을 받아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하나둘씩 발견해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최신 감성 명소로 부상하는 청파동
청파동 일대는 숙명여대입구 교차로부터 숙명여대까지 연결되는 오르막 도로인 청파로47길을 따라 주요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청파동은 남영역과 숙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마을로 푸른 언덕이 많은 동네라는 데서 청파(靑波)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숙대입구역과 남영역 뒤편에 있는 남영동 골목길은 1960년대부터 용산 미군 기지의 영향을 받아 스테이크와 부대찌개를 전문으로 음식점이 많았다. 최근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나 맛집들이 이곳에 하나둘씩 자리를 잡으며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청파동에서 뜨는 맛집을 꼽으라면 '버거인'이 있다. 청파동 주택가 골목길에 자리한 수제 햄버거 가게로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 청파동 편에서 소개된 맛집이다.
카페로는 '스몰 로스터리'를 표방하는 데일리루틴이다. 원두를 직접 볶아서 맛 좋은 커피는 물론이고 조용하고 빈티지스러운 분위기가 감성을 더한다.
데일리루틴이 자리한 남영 아케이드 건물은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서양식 쇼핑몰이다. 목재로 이루어진 높은 천장과 다소 어두컴컴한 건물 안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대학가 감성이 끊기지 않는 회기동
회기 시장은 골목길을 따라 좌우로 각종 상점이 늘어선 골목형 시장이다. 회기 시장이 자리한 '회기역~외대역' 일대는 경희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카이스트 서울캠퍼스,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캠퍼스가 몰려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대학가 중 하나이다.
회기 시장의 골목길에도 파스타, 쌀국수, 고깃집, 카페 등을 운영하는 청년 가게들이 생기면서 활력을 찾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있는 골목을 따라 약 200m 구간의 시장 골목부터 청량초등학교와 경희대 부근으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골목까지 개성 있는 상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경희대학교와 회기역 부근의 대표적인 먹자골목은 바로 파전 거리로 회기 파전 거리의 파전은 새우, 오징어 등 해물과 함께 파가 듬뿍 들어가 두툼한 두께와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파전 골목에는 약 10개의 파전집이 모여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파전집은 인근 대학교의 학생들부터 옛 시절을 추억하는 4050세대의 직장인들까지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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