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면 오른다?"…국내 증시 부는 경영권 분쟁 주의보
고려아연·영풍정밀·에프앤가이드·티웨이항공 등 주가 변동성↑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0.13% 내린 79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3일 79만4000원으로 종가 기준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후 소폭 내렸으나, 지난 달만 해도 50만원대에서 횡보했던 종목이 한 달 만에 70만원 후반대에 올라탄 모습이다.
영풍 계열사인 영풍정밀 역시 최근 주가가 급격히 오른 종목이다. 14일 3만750원에 거래를 마친 영풍정밀은 지난달 초(2일, 9210원) 대비 주가가 무려 200% 넘게 폭등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격히 올랐다가 떨어진 상장사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에프엔가이드는 지난달 19일부터 단 4거래일 동안 184.81% 급등한 3만8450원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단기간에 급락했다. 14일 종가는 고점 대비 65.22% 내린 1만3370원이다.
티웨이항공은 하루가 멀다고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14일 3165원에 거래를 마친 티웨이항공의 이틀 전 주가는 3770원이다. 2거래일 만에 16.04% 내린 결과다. 이달 첫 거래일인 2일 주가는 불과 2860원이었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경영권 분쟁이 키워드로 포함돼 있는 점이다. 우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은 최대주주인 영풍이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 달째 고려아연 경영진과 맞불 공개매수 분쟁을 벌이고 있는 종목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던 양 측이 서로 공개매수가를 올릴 때마다 공개매수가와 근접하게 오르면서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은 14일 MBK파트너스·영풍의 주당 83만원 공개매수가 마감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이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가를 89만원으로 상향한 가운데 향후 경영권 분쟁 양상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티웨이항공 역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경영권 분쟁이 감지된 상장사 중 하나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2대주주인 대명소노그룹이 주요 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티웨이항공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최대 주주인 예림당을 위협한다는 의혹을 사자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JKL파트너스가 티웨이항공 보유 지분을 다시 늘리자 주가가 급격히 내리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모양새다.
에프엔가이드는 2대주주인 김군호 전 대표와 현 최대주주인 화천그룹의 오너 3세 권형운 화천기계 대표가 각각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경영권 분쟁에 대한 키워드를 머금은 종목들의 주가 향방에 대해 경영권 분쟁이라는 재료가 소멸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주가 급락에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이 상장사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 등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종목 중 한 곳인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과정과 근거에 대해 엄정한 관리 감독과 불공정거래 조사를 지시하는 등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증권가도 키워드를 주시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고려아연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MBK파트너스·영풍의 공개매수 종료 이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기업들은 누가 승리하든지 기존 주주들이 재무 부담을 떠안게 됐다. 누가 승리하든지 기존 주주들이 재무 부담을 떠안게 됐다.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에 노출되면서 신사업에 대한 투자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될수록 급등했던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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