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오래 별거해 실질 혼인관계 종료, 국민연금 분할 지급 안 된다”
오랜 기간 별거해 사실상 혼인관계가 종료된 상태였다면, 법률상으로 혼인이 유지됐더라도 국민연금 분할연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A 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노령연금분할지급결정 취소 소송(2025구합54612)에서 4월 23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공단이 전 배우자 B 씨에게 원고 노령연금의 50%를 분할 지급하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실관계]
A 씨와 B 씨는 혼인 후 수십 년간 법률상 부부 관계를 유지하다가 협의이혼했다. 이후 B 씨는 2025년 국민연금공단에 A 씨 노령연금에 대한 분할연금을 청구했다. 국민연금공단은 두 사람의 혼인기간 가운데 238개월을 분할연금 산정 대상 기간으로 인정하고, A 씨 노령연금의 절반인 월 38만 원을 B 씨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A 씨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실상 혼인관계가 종료돼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특히 자신이 국민연금에 가입한 시점에는 이미 별거 상태였으므로,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실질적 혼인기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
재판부는 국민연금 가입기간 내 A 씨와 B 씨가 혼인 상태가 아니므로 연금 분할 지급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판시 취지는 다음과 같다.
-단순히 일정 기간 별거했다고 해 그 기간을 분할연금 산정을 위한 혼인 기간에서 제외할 것이 아니라, 부부가 별거하는 동안에도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는지, 역할분담을 통한 가사·육아 활동이나 가족에 대한 경제적 부양이 있었는지, 혼인관계 해소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해 실질적인 혼인관계의 존부를 판단해야 한다.
-국민연금법 시행령 규정은 혼인기간에서 제외돼야 하는 기간이나 그 사유를 예시적으로 특정해 열거한 것에 불과하다. 시행령의 취지는 사실상 이혼한 배우자가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상대방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의 형성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경우에 이를 분할연금 산정에서 제외하고자 한 것이다. 시행령에서 정한 기간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별거, 가출 등의 사유로 인해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기간은 혼인기간에서 제외돼야 한다.
-A, B 씨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서로 다른 주소지에서 생활해 왔고, 독자적으로 경제활동을 해 온 점 등을 근거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단절됐다. A 씨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내에 B 씨와의 혼인기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분할연금 수급권자의 자격을 갖추었다는 전제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