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 MBC] 꽃집 화장실의 수상한 해바라기 화분‥범인은 사장님
[뉴스데스크]
◀ 앵커 ▶
지금 보시는 건 인천의 한 꽃집 화장실에 놓여 있는 해바라기 화분입니다.
변기 바로 옆에 놓여있는 모습이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데, 알고 보니 이 화분이 범행도구로 쓰인 거라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유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인천 부평구의 한 꽃집.
이달 초, 꽃집의 한 여성 직원은 화장실을 쓰다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변기 옆에 놓여 있던 해바라기 화분 모양이 부자연스러워 보였던 겁니다.
누군가 휴지 심지를 밑에 받쳐 화분을 높였는데 이상하게 보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모 씨(가명)/피해 직원] "해바라기 화분에 휴지 심지가 깔려 있는 거예요. 근데 그 해바라기가 조화(인공 꽃)거든요. 조화인데 굳이 창가의 해를 봐야 되는 것도 아닌데, 바닥에 휴지 심지를 1단도 아니고 2단으로‥"
불길한 예감에, 곧바로 화분을 들춰봤더니 잎으로 교묘하게 가려둔 검은색 카메라가 발견됐습니다.
[김모 씨(가명)/피해 직원] "처음에는 꽃에 아무것도 없어서 아 그래 의심하는 게 아니지 했는데 화분의 바닥을 보니까, 카메라가 이렇게 설치가 돼 있는 걸 보고‥"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꽃집 사장인 40대 남성 정모 씨를 불법 촬영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습니다.
압수수색 결과 정 씨의 카메라에선 꽃집의 여성 직원 4명을 2달간 불법 촬영한 영상물이 확인됐습니다.
정 씨는 심지어 영상 가운데 일부를 휴대전화로 다시 찍어, 사진 형태로 5백여 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문제의 화분이 처음 놓인 건 작년 11월쯤.
사장의 선의인 줄만 알았던 직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모 씨(가명)-박모 씨(가명)/ 피해 직원] "사장님이 화장실에 난로도 따뜻하라고 놔주시더니 정성들여서 해바라기 화분까지 갖다주셨나‥<돈이, 재물이 많이 들어오니까 그거를 여러 군데 막 갖다놨다,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두달 여 간의 불법 촬영은 치밀했습니다.
정 씨는 수시로 화분을 조정해 카메라의 위치와 각도, 높이를 다르게 하는가 하면 고성능 카메라로 한 차례 바꾸기도 했습니다.
[이모 씨(가명)/피해 직원] "(발견 전날은) 화분이 난로 옆으로 엄청 바짝 가 있었어요. 그리고 밑에 이것(휴지심지)도 없었고요."
직원들만 피해를 입은 게 아니었습니다.
근무시간에 엄마를 찾아왔던 6살 딸까지 화장실에 갔다가 불법 촬영의 피해자가 돼, 엄마가 경찰에서 대리 진술을 해야 했습니다.
[이모 씨(가명)/피해 직원] "(불법 촬영물에서) 아이 얼굴이 아예 정면으로 딱 나온 거예요. 그때 제가 제 것 봤을 때보다 더 좀 마음이 무너졌어요."
하지만 경찰은 정 씨에게 같은 전과가 없고, 달아날 가능성과 증거를 없앨 우려도 없다며 불구속 수사를 해왔습니다.
정 씨 측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평생 뉘우치고 반성하며 살겠다'는 문자를 피해자들에게 보내고 영업을 중단한 상황.
하지만 단순히 고용관계를 넘어 오랫동안 정 씨측과 교류해왔던 피해자들은 트라우마는 물론 보복 범죄 가능성까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김모 씨(가명)/피해 직원] "계속 악몽을 꾸고요. 밖에 나가서는 절대 화장실 이용은 못 하고 있고 그러다보니까 외부 활동에 대한 두려움과 자제를 하게 되고‥"
MBC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취재: 이준하, 한재훈 / 영상편집: 권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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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이준하, 한재훈 / 영상편집: 권나연
유서영 기자(rs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48719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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