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판사도 앓아"…말더듬 편견에 말문 닫고 마음의 문도 '꽁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2일 제27회 세계 말더듬의 날을 맞아 머니투데이와 만난 이모씨(30)는 유창성 장애(말더듬)가 있다.
이경재 대구카톨릭대 언어청각지료학과 부교수는 "한국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국왕이었던 조지 6세 등 '말을 더듬는 롤모델'로 꼽힐 만한 사람이 없어 아쉽다"며 "우리가 조금만 인내를 갖는다면 말더듬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답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그....그...그게 당황하면 첫 마디...가 잘 안..나와요"
지난 22일 제27회 세계 말더듬의 날을 맞아 머니투데이와 만난 이모씨(30)는 유창성 장애(말더듬)가 있다. 이씨는 서울 양천구에서 한 물류업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에겐 아직도 낯선 사람 앞에서 자연스러운 첫 마디를 꺼내는 게 어려운 일이다.
전체 인구의 약 4%가 말더듬 증상을 경험한다고 알려졌다. 유창성 장애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경험하며 더 악화되지만 한국 사회에선 이들에 대한 배려와 올바른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씨는 "중·고등학교 땐 놀림도 많이 받아 학교에서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하는 날이 많았다"면서도 "20대 초반까진 식당에서 간단한 주문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 증상이 악화한 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다. 민원인을 상대하다 증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이씨는 구청에서 주차관리 업무를 맡았는데 악성 민원인 앞에선 말문이 막혔다. 민원인은 당황해하는 이씨를 상대로 더 화를 냈고 이씨는 그럴수록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럴 때면 이씨는 종이를 꺼내 자신이 유창성 장애가 있다고 써서 보여주며 설명했다.
증상이 심해진 이씨는 소집해제 후 '고립'을 택했다. 25살 청년이었던 그는 이젠 식당에서 간단한 주문조차 할 수 없었다. 직업을 갖는 건 불가능했다. 단순업무를 처리하는 아르바이트 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말더듬을 '앓는다'는 걸 인정하고 2019년부터 언어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서서히 호전됐던 이씨는 이젠 어엿한 물류센터 직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유창성 장애는 상대방이 알아채기 어려운 경미한 수준에서부터 턱 근육에 경련을 일으키며 말문이 막히는 심각한 수준까지 정도가 다양하다.
홍민석 맑은소리 언어치료연구소 원장(51)은 "치료 받으러 오는 성인 중 3분의 1 정도는 본인이 밝히지 않으면 주변에서 말더듬이 있는 걸 모른다"며 "유명 연예인과 명문대 대학교수, 초등학교 교사, 항공사 승무원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말더듬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언어치료학회에서 추정하는 것보다 실제 말 더듬 인구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유창성 장애는 지능이나 언어 능력과 상관이 없다. 발화자의 성격이나 부모의 훈육 방식과도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언어치료소에는 차별과 따돌림으로 극단 선택을 고민하는 청소년들도 찾아 온다고 한다.
박성연 아이플러스 서울 언어치료센터 원장(51)은 "명문대생과 판사들도 많이 치료 받으러 온다"며 "성인 말더듬 증상자 중엔 고학력자들이 꽤 많다"고 했다. 이어 "말을 더듬으면 사회적 관계 맺기가 어렵지만 유창성 장애가 있는 사람 중엔 성격이 좋은 사람도 많다"고 했다.
사회적 차별은 여전하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말더듬을 개선하기 어렵다. 학계에선 만 7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할 경우 완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심현섭 말더듬과 함께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말더듬을 경험할수록 내면의 수치심과 좌절, 부정적 자아개념 등 여러 감정과 태도가 자리 잡는다"며 "말더듬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면 치료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이어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관심 갖고 노력해야 말더듬는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회피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경재 대구카톨릭대 언어청각지료학과 부교수는 "한국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국왕이었던 조지 6세 등 '말을 더듬는 롤모델'로 꼽힐 만한 사람이 없어 아쉽다"며 "우리가 조금만 인내를 갖는다면 말더듬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답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최민환, 율희 가출에 충격…이혼 후 양육비·재산분할 없었다" - 머니투데이
- 이수지 "화장실서 김고은에 무릎 꿇어"…첫 만남서 긴장한 사연 - 머니투데이
- '싱글맘' 오윤아, 재혼 계획 고백 "친구 같은 남자 만나고파" - 머니투데이
- "중국 여자랑 결혼했잖아"…'새신랑' 조세호 당황케 한 질문 - 머니투데이
- 박나래 "나를 못된 사람 취급…절친 돈 빌려주고 현타"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이다은과 재혼' 윤남기, 대치동 금수저 맞았다…"없는 게 없는 집" - 머니투데이
- "여보, 우리도 차 바꿀까"…싹 바뀐 팰리세이드·스포티지, 신차 쏟아진다 - 머니투데이
- 다음주 미국 대선 그리고 FOMC…'빅이벤트' 따른 투자 전략은? - 머니투데이
- '연쇄살인마' 유영철, 시뻘게진 눈으로 "귀신 4명 보여…잠 못 자" - 머니투데이
- 둔촌주공 입주 한달도 안 남았는데…"내년에 이사할게요" 미루는 이유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