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리포트]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 허용하는 게 맞다

보험사 인수시 우리금융 재무건전성 큰 문제 안돼

생보산업 전체 차원서도 보험사 M&A허용 바람직

시장 효율성과 규제 균형 중요, 감독절차 투명해야

전임 손태승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을 이유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경고한 지 5개월이 지났다. 그후 우리금융이 비은행 비즈니스 확충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화를 위해 강력히 추진하던 그룹의 성장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연임까지 생각하는 임종룡 회장의 마음이 많이 바쁠 것 같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5월 금융위원의 승인을 받아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을 합병한 뒤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지만 아직 본인가 승인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이사회 승인 이후 추진해온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거래’는 해를 넘기고 지난 15일에야 겨우 금융당국에 승인 신청을 했다. 금감원이 앞당겨 실시한 종합검사가 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 인수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우리금융이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주주간계약서를 체결하며 제시한 인수가격은 동양생명(지분 75.3%) 1조2840억원, ABL생명(지분 100%) 2654억원으로 총 1조549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6월 말 자기자본 기준으로 두 회사의 인수거래 가격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각각 0.75배, 0.36배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그만큼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의지가 강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거래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임 회장이 추진하는 우리금융 경영전략에 대해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던 금융당국으로서는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이슈가 아주 좋은 핑곗거리가 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금감원의 종합검사 결과 발표가 연기되고 금융당국의 인수거래 승인결정도 지체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우리금융 종합검사 결과를 12월에 발표한다고 예고했지만 갑작스런 12·3 비상계엄으로 해를 넘겨 다음 달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승인이 필요한, 우리금융이 추진하는 모든 경영전략이 멈춰 서고 말았다. 금감원 종합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가 2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제10조)'에 따라 다른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데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우리금융에 대한 금감원 검사 결과는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여부에 영향을 주게 된다. ‘금융지주회사법(제17조)’과 ‘시행령(제13조)’에는 금융지주가 자회사를 편입하려면 편입 대상 회사의 사업계획이 건전하고 타당해야 하며, 금융지주와 자회사의 재무 등 경영관리 상태가 건전해야 한다.

종합검사 결과 우리금융의 자본적정성이나 내부통제 등 경영관리 상태가 다른 자회사를 인수해 경영할 수 없는 열악한 수준이면 당연히 승인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인수 대상 회사의 사업계획이나 재무상태가 형편없이 취약하다면 인수 금융지주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역시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금융이나 인수 대상 보험사의 재무상황과 경영관리상태가 시장 참여자와 감독당국이 용인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보통주자본(CET1) 비율의 가이드라인을 13%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돈을 벌어 쌓은 본원적 자본을 넉넉히 확보해 경기 불확실성과 배당정책 등 밸류업 정책 방향에 적절히 대응하라는 취지다. 금융지주사가 비연결 대상 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보험사를 인수하는 경우 규제당국은 다른 일반회사와 달리 매우 보수적인 자본관리를 요구한다. 금융지주의 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지주사 자본의 10%까지 투자금액은 위험가중치 250%로 위험가중자산(RWA)에 추가로 합산한다. 또 보험사 투자금이 지주사 자본의 10%를 초과하는 경우 지주사 자본에서 차감한다. 금융지주가 적정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 보험사를 인수하려면 필요한 자본량이 그만큼 증가한다.

지난해 3분기 말 우리금융의 CET1비율은 11.95%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 전 분기 대비 0.09%p, 전년동기 대비 0.2%p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CET1비율 가이드라인이나 회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할 때 제시한 중장기 관리목표 13%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적극적인 RWA 관리와 이익증가 추세 등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지난해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발표할 때 제시한 거래예상가격(1조5494억원)은 협상과정에서 일부 조정됐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가격으로 사들여도 염가매수차익과 당기순이익 등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의 CET1비율 하락 폭은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소폭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금융의 자회사 출자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99%로 규제비율 130%에 한참 못 미친다. 결국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리스크와 경영관리 실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식과 태도에 달렸다는 의미다.

우리금융은 안타깝고 불만스럽지만 감독당국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증권과 보험 비즈니스가 없는 유일한 곳이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3분기(누적) 당기순이익 2조7170억원의 93.2%가 은행이 벌어들인 돈이다. 하나금융(당기순이익 3조2474억원의 85.6%), 신한금융(4조658억원의 76.3%), KB금융(4조3699억원의 58.0%)에 비한다면 비은행 비즈니스 확충에 대한 우리금융의 열망은 클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에 차질이 생기면 그 파장은 임 회장과 우리금융 차원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고령화와 성장동력 둔화로 국내 보험시장에는 매물이 넘쳐난다. KDB생명·MG손보·롯데손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동양생명·ABL생명의 매각이 실패하면 보험시장 정상화는 더 요원해질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매물로 대기 중인 보험사가 조기에 정리되지 못하면 과당경쟁 등 판매시장의 혼탁은 더 심해진다. 인수합병(M&A)이 지연될수록 자본 효율성은 떨어지고 시장 참여자의 불안감은 높아진다. 감독당국의 조치가 개별 회사뿐 아니라 전체 시장의 경제적 효율을 확대할 수 있다면 금융당국은 보다 전향적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독이 본래의 목적과 취지에서 벗어나면 기업 경영을 방해하고 산업과 시장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경영자 개인의 리스크가 회사의 경영과 전략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비하고 강화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금융회사에서 전임 경영자 개인의 리스크가 회사 전체의 장기전략 추진에 결정적 장애로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의 효율성과 당국의 규제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우리금융의 M&A 승인 프로세스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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