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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nterview] 운집 이현승 대표

조회수 2023. 10.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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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왜 거기서 나와?

무심코 들어간 고깃집에 낯익은 얼굴이 보여도 놀라지 말 것. 그 직원은 불과 작년까지 마운드에서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돌려세우던 투수 이현승이 맞으니 말이다. 겨우내 ‘선수’로서의 은퇴를 선언하고 처음 ‘사장’으로 전직한 그의 앞에는 온통 난관투성이였다. 묻혀 온 것이라곤 하얀 로진이 전부였던 손에 물 한 방울 닿는 감촉도 그에겐 낯섦 그 자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달려온 나날들에 생경한 느낌이 무뎌진 덕분일까. 정든 유니폼을 뒤로하고 갈아입은 새 유니폼에는 어느덧 기름내가 가득 뱄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Yoonjeong Jeon Location Bangi-dong Woonzip

#앞치마 두른 야구선수

지금의 모습이 낯설 독자분들께 자기소개하고 시작할게요! (9월 7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전 야구선수였던 이현승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고깃집 사장이고요.

개업 후 약 3개월이 지났는데 요즘 식당 운영은 좀 어떤가요?
고깃집이 생각보다 힘드네요. 첫 달, 둘째 달이 특히 그랬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내가 내놓은 음식을 누구나 맛있다고 하면 좋을 텐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호응이 크지 않았어요. 약간 ‘이거 망삘(?)이다. 접어야겠다’ 싶은? 사실은 그것 때문에 그간 몸과 마음이 다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초보니까 뭘 하나 하기조차 쉽지가 않았어요. 청소부터 해서 모든 게 어색하니까요. 그래서 살도 빠졌네요.

야구와는 아예 다른 업종을 선택하고 싶어 했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가 있나요?
제가 운동 쪽에서 정점까진 아니더라도 제 이름 석 자 정도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겼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었죠. 야구 말고도 제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에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깊게 했습니다.

야구를 오래 봐 온 팬들에게는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것 같은데, 선수 시절부터 요리나 요식업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나요?
첫 번째로는 1도 관심이 없었고요. 두 번째로는 여태껏 와이프랑 살면서 설거지나 분리수거 같은 집안일에는 거의 손대지 못했어요. 근데 어쩌다 보니 제가 이런 일을 하게 됐네요?

은퇴를 결정했을 때와 고깃집 사장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원래부터 와이프한테 은퇴에 대해 자주 얘기했어요.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건 2017, 2018년도부터였죠. 더 망가지기 전에, 바닥을 더 보이기 전에 그만두자는 생각으로요.

‘운집’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굉장히 힘들게 나온 이름이에요. 이 가게의 이름을 비롯한 무엇 하나 저 혼자 쉽게 만들어 낸 건 없어요. 도와주신 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운집’이라는 이름이 확 끌렸습니다. 예를 들자면 그런 거 있잖아요. KBO리그 구단 중 몇 구단은 로고 자체가 멋있진 않잖아요. 그 팀을 좋아하거나 그 팀이 잘하니까 멋있어 보이는 거지. 저도 그런 부분을 생각해서 확 끌리는 느낌을 찾으려 했던 것 같아요. (구름 로고도 인상적이에요.) 이거 처음엔 무척 유치했어요. 아무튼,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뜻인데 지금까지는 잘 돼가고 있는 듯해요.

다른 가게 사장님들의 도움도 컸다고 들었어요. 그들과는 어떻게 인연을 만든 건가요?
인연이라기보다는, 어쨌든 전 이제야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초보자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다 보니 이 가게 앞에 있는 다른 집 사장님들과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인사도 하고 얘기도 더 많이 해 보려고 했죠. 그리고 마감할 때 청소하면서 저희 가게 쪽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 앞까지 제가 다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식으로 이쁨받아 보려고 노력 아닌 노력을 하고 있죠.

가게는 몇 명으로 운영되는 중인가요?
저희 가게는 손님이 오시면 고기를 다 직접 구워드리는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저와 와이프 외에도 직원이 좀 더 있죠. 제가 이런 업종도 처음인데 그런 부분까지 같이 챙겨야 하다 보니 정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일 낮부터 새벽까지 직접 가게에 상주한다고 들었어요. 고깃집이라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운동을 십몇 년 하다 보니까 아직은 체력적으로 할 만하네요. (선수 시절과 비교하면 어때요?) 여기가 훨씬 극한이죠. 제일 극한. 표현이 적당할진 모르겠지만, 제가 프로 생활 시작했을 때 처음 캠프에 갔던 느낌이에요. 모든 게 낯설고, 무섭고, 황당하고…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면 도망갈 수도 없거든요?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어도요. (여름 휴가는 없었나요?) 없었죠. 연중무휴. 아, 딱 하루 쉰 적 있어요. 고기가 소진돼서요.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뭔가요?
메뉴는 보시다시피 더미 우대가 메인이에요. 원래는 이 우대 갈비라는 게 길어요. 제가 처음에 그걸 먹고 반하긴 했는데요, 이대로 나가기엔 2% 부족할 것 같더라고요. 손님들이 이 집까지 굳이 찾아서 와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제가 남들이 안 하는 특이한 걸 선호하는 편이라, 특별한 메뉴를 만들자고 얘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그 메뉴 말고도 저희 가게 모든 음식이 맛있어요. 사장이라 그냥 얘기하는 게 아니라, 물론 호불호는 있겠지만 제 입맛엔 다 맞거든요.

개업하고 나서의 실제 업무 난이도는 개업 준비 과정에서 상상했던 것과 비슷했나요?
상상 초월이었어요. 솔직히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시작도 안 하고 접었을 거예요. 처음엔 홀에서 고기 굽고 서빙하는 것까지만 생각해서 그런 것들 위주로 배웠는데요. 그러다 보니 숯불 착화기나 덕트 같은 부분들은 하나도 몰랐고 청소도 생각보다 훨씬 힘들더라고요. 여기저기 낀 기름때도 닦아야 하고. (공식 영업시간이 다가 아니네요.) 개업 첫 달엔 집에 들어가면 새벽 4시, 5시 그랬어요.

운동선수 이현승과 서비스업 종사자 이현승은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가요?
어쨌든 운동은 10년 이상 해 오면서 저만의 커리어를 쌓은 분야라면, 여긴 아직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아기 단계라는 차이점이 있죠. 다만 둘의 목표는 똑같았어요. 기왕 할 거면 잘하자. 열심히 잘하자. (신인 선수 시절에도 비슷한 마음이었나요?) 그땐 좀 더 셌죠. 약간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데 ‘프로 뭐, 별거 없네?’, ‘나도 씹어 먹을 수 있겠는데?’라는 마인드를 가졌어요. 물론 지금은 ‘쉽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마음이고요.

#팬에서 손님으로

두산 팬들이 방문하면 고기를 구워주면서 이런저런 비하인드 썰을 풀어주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팬분들은 잘 모르는 얘기를 해 드리면 좋아하시죠. 예를 들면 감독님 얘기라든지. “감독님 진짜 무서웠어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얘기해드리죠. 지금껏 당해왔던 것들. (웃음) 이제 어차피 야구선수도 아닌데요. (그 내용을 본지에도 살짝 공개하자면?) 지금 두산의 이승엽 감독님은 제가 겪어보지 못해서 뭐라 말하기는 어렵고요. 김태형 감독님은 좋게 표현하자면 상남자 같은 사람이었어요. 선수들에게 뭐라고 하셔도 뒤끝도 없고 딱 쿨하게 끝내시거든요. 근데 그걸 받아들이는 선수마다 성격도 유형도 다 다르거든요. 감독님의 말씀에 대해 누구는 “아~” 하고 넘길 때 어떤 친구는 전전긍긍하고 하는 거죠. (본인은 어떤 유형의 선수였나요?) 저는 감독님과 비슷한 것 같아요. 뭐든 그때뿐인 거고, 그 순간에 최대한 풀려고 노력해요.

반대로 가게를 찾은 팬들은 어떤 얘길 해주곤 하나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예를 들면 “우승했을 때 너무 좋았다” 이런 얘길 종종 해주세요. 그럼 저는 또 비하인드 스토리로, 남들은 우승 분위기에 이미 다 울고 하는데 저 혼자 한 박자 늦고 이랬던 이야기를 해 드리기도 하죠. 이렇게 미디어로는 접하지 못한 얘기들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손님들에게 받은 선물도 있나요?
많이 주셨어요. 그중에 기억에 남는 건 부채에 자수로 운집이랑 이름 작업해서 주신 거요. 이건 저만 주신 건 아닌 거 같긴 하지만요. 근래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가 편지를 써줬는데 기특하더라고요.

두산으로 돌아와달라고 하는 팬들도 있다던데, 그런 얘길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요?
지금 투수들이 없다. 지금 있는 애들이 정신을 못 차린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어요. 솔직히 은퇴했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분이 나쁘진 않죠. 저도 나이가 차면서 퇴물에 가까운 느낌으로 있었는데, 어린 친구들이 아니라 절 찾아주신다는 건 제가 그 정도의 활약은 했다는 거니까요.

지난 3개월간 단골이 된 손님들도 있나요?
두산 팬분들도 있지만, 먹어보니 맛있어서 계속 오시는 일반 손님들도 계세요. 의외로 멀리서 와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리고 이 가게가 예약까지 해서 올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웨이팅을 걱정하신 건지 예약도 제법 해주시더라고요. 감사하죠.

반대로 소위 말하는 ‘진상’ 손님은 없었나요?
진상이라고 해서 저한테만 특별히 무례한 건 아니었어요. 대신 나이가 좀 있으신 분 중에 저뿐 아니라 직원분들한테도 이거 갖고 와라, 저거 해라 하대하는 손님은 있기도 했죠. 근데 저는 그런 분들은 원래 그런 사람이구나 생각하긴 해요. (돈을 안 내고 간 손님도 있다고 들었어요.) 오픈했을 때쯤 16만 8천 원어치를 드시고 간 분이 계셨어요. 저랑 기념 촬영도 했거든요. 술에 취해서 그러신 건진 모르겠는데요. ‘다시 오겠지, 오겠지’ 했지만, 그 상태로 3개월이나 지나 버렸네요.

선수들도 종종 찾아온다고 들었어요. 한 번 와줬으면 하는데 아직 안 온 선수가 있다면?
(양)의지? 아직 안 왔는데, 그 친구는 알아서 온대요. (주로 두산 선수들이 찾아오겠죠?) 대체로 그렇죠. (허)경민이도 자주 오고요. 근데 선수들이 오더라도 바쁜 상황에는 잘 못 챙겨줘서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차라리 안 왔으면 한 적도 가끔 있고요. 오히려 친한 사람들이라 “네가 구워 먹어” 하는 식으로 놔두게 되다 보니까요. 물론 후배 선수들이 찾아주면 팬분들도 따라서 더 오시니까 와주는 건 정말 고맙지만요. (김태형 해설위원도 방문했나요?) 전화는 드렸고 한번 오시겠다고 얘기는 나왔는데 아직입니다. 대신 이승엽 감독님은 한번 방문하셨어요.

손님들에게 말 붙이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원래 성격이 활발해서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아주 어렵진 않죠. (서비스업이 은근히 잘 맞나 봐요.) 근데 그런 게 아무리 잘 맞는다고 해도, 저도 사람인지라 하루도 안 쉬고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 힘들 수밖에 없잖아요. 웃어야 해도 웃기가 쉽지 않은 날들도 있고요. 그래서 팬분이 찾아와서 사진 요청을 하시면 전 한쪽에 들어가서 ‘아, 이, 오, 에, 우’ 하면서 얼굴 근육을 풀고 나와요. 사진을 찍는 팬분 입장에선 제가 억지로 웃음을 짓는 거랑 좋아서 웃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니까. 그런 부분들은 양해해 달란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제가 싫고 귀찮은 게 아니라 힘들 때가 있다는 점이요.

맛있다는 칭찬 외에 개선점에 대한 조언이나 피드백을 해준 손님도 있었나요?
초반에는 엄청나게 많았어요. 예를 들면 밑반찬부터 “이렇게 나가면 안 된다” 하는 피드백이 있었죠. 어떤 분은 팬이라고 말씀하시긴 했는데, 노트북까지 들고 오셔서 컨설팅처럼 해주기까지 하셔서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그분은 그분 나름대로 진지하게 도움을 주시려고 한 것 같은데, 사실 저도 이 가게를 제 맘대로 차리고 운영한 게 아니거든요. 저도 컨설팅을 받은 건데… 모르겠어요. 그분은 제가 제 이름값으로만 장사하는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셔서 ‘이게 맞나?’ 싶긴 했죠.

가게를 운영하면서 생긴 애로사항이 있다면?
애로사항이 많았죠. 식당 일이라는 것도 손이 빠른 분들이 잘하실 텐데 저는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아니라서요. 손님한테 서비스를 100만큼 줘야 한다고 치면, 괜찮을 땐 100 이상 드리지만 바쁠 땐 50도 못 드리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서비스적인 부분에서 만족도가 조금 낮아지는 경우도 있는 듯해요. 저도 최대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고, 이게 다 핑계가 된다는 것도 알지만 이런 부분이 아직 어렵네요. 개선할 부분이 꽤 되죠.

매일 고기를 굽는 사람으로서 고기 잘 굽는 꿀팁을 살짝 알려줄 수 있을까요?
노하우라고 해도 다른 건 없어요. 숯불엔 뭘 구워도 맛있거든요. 저희 숯도 좋은 거 써요. 제일 비싼 커피향 숯. 화력도 좋고 오래 갑니다.

#끝은 새로운 도전

은퇴 선언을 하면서 미련은 없었나요?
은퇴하신 분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운동하면서 나이가 어느 정도 차면요. 제일 힘든 게 뭐냐면 몸을 못 만든다는 거예요. 젊어서는 캠프 가면 이렇게 저렇게 짜인 스케줄 대로 피칭하고 훈련하고 시합 나가는, 그런 단계들이 있잖아요. 근데 나이가 들면 마운드에 올라갔다가 부상이 생겼다가, 또 올라갔다가 어디 다쳤다가. 이게 반복돼요. 몸 만드는 게 무척 힘들어요. 젊을 땐 감기 걸리면 2, 3일이면 나았는데 나중엔 일주일씩 아프고 하는 것처럼요.

에이징 커브가 느껴지는 순간엔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렇죠.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그게 느껴진 순간부터 은퇴를 고민한 거기도 하고요. 그때부터는 자존심 문제죠.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은퇴 고민을 길게 하게 된 이유는 뭐였나요?
만약 제가 두산이 아니라 다른 팀이었다면 은퇴를 더 빠르게 결정했을 거예요. 두산이라 은퇴를 못 했어요. 두산은 포스트 시즌에 무조건 올라가니까. 정규 시즌에 겔겔대도 가을야구에서 잘하니까 팬분들도 좋아하시고 생명 연장 느낌으로 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얘기도 종종 들었어요. “왜 가을만 되면 몸이 좋아지고 안 아프냐. 실력이 똑같은데 왜 결과가 잘 나오냐” 이런 얘기를 팀 닥터분과도 해봤는데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기운’ 같은 걸까요?)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기(氣)발인 거죠. 실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날씨 영향도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단기전에는 성적이 좋은 걸까요. (운이라고 말하면 섭섭하잖아요.) 아니에요. 솔직히 운이에요. 처음엔 ‘이현승은 가을에 잘한다’라는 인식이 있으니까 은근 부담됐거든요. 근데 막상 시합에 나가면 또 똑같더라고요. 오히려 잘 막을 것 같고. 나 말고도 좋은 후배 투수들이 있었는데 제 가치를 보고 믿어주셨다는 것에 대한 마음 때문이었을 수도 있어요.

타 채널 인터뷰에서 고깃집이 자리를 잡으면 야구장에 방문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 직관하러 간 적 있나요?
아니요. 매장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게 안에 야구 관련해서 인테리어를 한 게 없어요. 저는 아예 야구는 배제하려고 했거든요. TV도 없고요. 저는 장사를 하려고 한 거지 야구선수로서의 절 알리려던 건 아니었어요. 만약 그랬다면 신천동으로 갔겠죠. 대신 팬분들이 오셔서 포토카드나 편지 같은 걸 주고 가셔서 붙여두긴 했죠. 원래는 제 사진만 붙이려고 했는데 저 잡스러운 카드들도… (장난) 농담이고 두산 친구들 것도 붙여주시더라고요.

보통은 유니폼이라도 걸어둘 법한데요?
그런 건 약간 진부하지 않나요? 유니폼부터 사인지 같은 거. 근데 다 받아서 보관해두긴 했어요. 혹시 모르니까. (웃음) (대신 우승 반지를 가져다 둘 계획이라고 들었어요.) 안 그래도 아까 인테리어 하시는 분과 얘기를 마쳤는데, 거의 마무리됐어요. 근데 아쉽게도 2019시즌 우승 반지가 없어져서 속상하네요. 집 어딘가에 있을 것 같긴 한데. 가지고 있는 나머지 세 개는 가끔 가져와서 팬분들께 보여드리기도 했어요. 보관 상태가 좀 안 좋긴 하지만. 검은 봉투에 막 넣어놨거든요.

나중에 다른 분야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있어요. 저는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특히 남들이 안 하는 거요. 실패를 크게 두려워하지도 않아요. 극한 상황에 놓여야 사람이 확실하게 올라설 수 있는 것처럼 저 역시 도전을 즐겨요. (요식업 외 관심 분야엔 뭐가 있나요?) 원랜 유튜브도 생각해 봤는데 그건 이미 은퇴 선수들이 흔히 하고 있더라고요. 아니면 아카데미 레슨 쪽도 있을 텐데, 그거 할 바엔 현역 선수로 1년 더 하지 싶은 느낌이라… 그래서 야구는 아예 제하고 생각했는데 할 만한 게 진짜 없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고깃집도 그냥 길바닥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시작한 거예요. 모 아니면 도를 좋아합니다. 회사원처럼 안정적인 직업보다는 리스크가 있더라도 스케일이 큰 분야를 선호해요. 내가 부족했던 부분, 일이 잘 안 된 이유를 찾고 그런 걸 남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은퇴 후 요식업계를 선택할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어요.
제가 선례로 남는 거죠. 선수 생활이 끝나더라도 지도자뿐 아니라 이런 진로도 있다. 지금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은퇴 선수들도 그렇고, 길이라는 건 정말 다양하잖아요. 결국 어떤 길이든 내가 성공하려고 선택하는 거라는 점에서 똑같다고 봅니다. 직업란 게 다 그렇지 않나요.

이현승에게 ‘야구’란? 그리고 이현승에게 ‘운집’이란?
야구선수로서는 100% 성공했다고 보기엔 조금 애매했다고 생각해요. 막 잘한 건 아니지만 막 못한 것도 아닌 정도요. 하지만 야구로 제 이름 석 자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죠. 운집은 제가 이제부터 남들에게 새로 기억되게끔 목표를 세운 곳이에요.

마지막으로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인사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먼저 아직도 저를 잊지 못하고 찾아주신 분들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이젠 야구를 떠나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놓아버리고 외면하고 있진 않아요. 저도 시간 나면 챙겨 보고요. 사실 원랜 안 보려고 했는데, 두산이 이겨야 팬분들이 더 찾아오시더라고요. (웃음) 그걸 떠나서 저희 가게에 방문해주시면 제가 더 잘해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는 ‘고깃집 사장’이 되겠습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5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50호 (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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