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스페어타이어를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는 차량이 늘면서 ‘타이어 플러그 키트(일명 지렁이)’가 비상용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펑크 상황에서 손쉽게 구멍을 막을 수 있어 운전자들 사이에선 필수품으로 여겨지지만, 이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타이어 플러그는 끈적이는 고무 재질의 막대(일명 ‘러버 웜’)를 펑크 부위에 삽입해 내부의 공기 누출을 막는 방식이다. 타이어를 휠에서 분리하지 않아도 수리할 수 있어, 도로 위 긴급 상황이나 DIY 수리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플러그 수리가 ‘만능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타이어의 중앙 트레드 부위에 난 작은 구멍이 아닌, 숄더나 사이드월에 생긴 손상은 수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리가 가능한 영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선 플러그 대신 타이어 자체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특정 조건 아래에선 효과적이다. 타이어 중앙 부위에 박힌 작은 못이나 나사로 인한 펑크라면, 플러그를 이용해 일시적으로 주행할 수도 있다. 올바르게 시공된 경우, 단기적인 응급 처치로서는 충분한 기능을 한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플러그만으로 수리한 타이어를 몇 달, 혹은 몇 년간 사용하는 것이 과연 안전한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타이어 제조사와 관련 안전 기관들은 대체로 ‘플러그-패치 결합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타이어를 탈착한 뒤, 내부에는 패치를 붙이고 외부 구멍은 플러그로 막는 방식으로, 구조적 강도와 기밀성 두 가지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플러그만 사용한 경우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밀폐력이 떨어질 수 있고, 공기압 유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장기간 운행 시에는 정기적으로 공기압을 점검하고, 수리 부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내부 구조에 손상이 있거나 트레드가 심하게 닳아 있다면, 플러그 여부를 떠나 주행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결국 타이어 플러그는 운행을 잠시 이어가기 위한 ‘응급처치’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진료가 필요한 상처에 밴드만 붙이고 넘어가는 격”이라며, 장기적으로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면 반드시 정비소에서 표준 수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