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선수의 ‘먹고, 자는 문제’
며칠 전이다. 유튜브 채널 ‘이글스 TV’가 흥미로운 사실을 취재했다. 류현진과 인터뷰 때 이렇게 묻는다.
이글스 TV “준서 선수가 기막힌 걸 배웠다고 하던데.”
류현진 “누가요?”
이글스 TV “황준서 선수….”
류현진 “준서가요? 뭐요, 뭘….”
당사자는 눈만 껌뻑거린다. 무슨 얘긴지 전혀 모르는 눈치다. 영상 시청자도 비슷하다. ‘체인지업 던지는 법을 가르쳐줬나?’ 대충 그런 짐작을 할 뿐이다.
이글스 TV “3초 안에 삼키는 법을 배웠다고.”
그제야 느낌표가 뜬다.
류현진 “아, 예예예. 준서가 좀 먹는 것도 맛없게 먹고, 식욕 떨어지게 먹거든요. 그래서 살이 안 찌는 것 같아서, 조금만 씹고 삼키라고 가르쳐줬어요. ㅋㅋㅋ. 뭐 오래 씹으면 건강에 좋기는 한데. 아휴, 참….”
컷이 넘어간다. 이번에는 비법을 전수받은 수제자가 등장한다.
황준서 “그냥 세 번 씹고 넘기라고. 그렇게 먹어야 많이 먹을 수 있다고. (중략) 며칠 전에 먹으러 갔는데, 죽을 뻔했어요. 몇 인 분도 기억이 안 나고, 그냥 있는 거 다 입에 집어넣었어요. 선배님이 (손수) 먹여주셨어요. ㅎㅎㅎ”
먹는 얘기만으로는 좀 그런가? 황준서가 한 가지를 더 보탠다. “오늘 슬라이더 배웠어요. 어떻게 던지는지. 뭐,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요?”
물론 중요하다. 빅리그의 구질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비기(秘技)를 전수받았다. 그것도 그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에게 말이다. 황준서의 앞날에 서광이 드리운다.
그렇다. 최고가 되려면 대단한 체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목표를 이루는 집념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도 결국 인간이다. 일상이 곧 훈련이고, 수련이다. 중요한 먹고 자는 얘기가 빠질 수 없다. 그게 오늘 <…구라다>가 하려는 말이다.

‘짧은 체육복’과 ‘잠 귀신’
지난 20일(한국시간)이다. 오타니 쇼헤이(30)가 하루에 안타 6개를 쳤다. 이 중 3개는 홈런이다. 그러면서 50-50을 달성했다. 100년 넘게 누구도 이루지 못한 영역에 도달한 것이다. 중계하던 캐스터(조 데이비스, 스포츠넷 LA)가 이렇게 소리친다. “인간이 아니군요. 그저 웃음만 나오네요.”
‘쓰레기 잘 줍는 청년’도 황준서 같은 시절이 있었다. 중학교 때 별명이 ‘짧은 체육복’이다. 키는 훌쩍 컸다. 벌써 187cm나 된다. 그런데 위로만 자랄 뿐이다. 옆으로 퍼지지 않는다. 작년에 입던 옷이 맞을 리 없다. 웃옷이고, 바지고, 늘 엉성한 7부 스타일이다. 친구들이 킥킥거린다.
그래서 그랬다. 만다라트 차트의 한 구역을 ‘몸만들기’로 정한다. 영양제 먹기, 스쿼트 중량까지 목표량을 정했다. 물론 식사량이 빠질 수 없다. ‘오전에 밥 3그릇, 오후에 7그릇.’ 많을 때는 하루 13공기씩도 먹었다는 기억이다.
덕분에 고교 때는 몸이 커졌다. 90kg가 넘는 체격이 됐다. 시속 160km를 던질 수 있는 파워를 얻었다. (현재 프로필은 193cm, 102kg.)
학창 시절 별명이 또 하나 있다. ‘잠 귀신’이다. 어디서나 잘 잔다. 저녁 9시만 넘으면, 곯아떨어진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다. 집에서는 당연하다. 친구 집에 놀러 가서도, 합숙 훈련 때 숙소에도,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한결같은 숙면 모드다.
올 3월 얘기다. 서울에서 개막전이 열렸다. 전용기를 타고 LA에서 날아왔다. 편도 비행시간은 13시간 남짓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기내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오랜만의 장거리 여행이군요. 다들 조금은 들뜬 분위기였죠. 서로 웃고 떠들며,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그런 와중에도 잘 자는 친구들이 있어요. 쇼헤이(오타니)가 11시간, 제임스(아웃맨)가 7시간을 꿈나라에 다녀왔어요. 팀 내 1, 2등을 차지했죠.”

모든 저녁 약속에는 ‘철벽’
잠에 대해서는 100% 진심이다.
이미 7년 전부터 전용 침구를 사용했다. 현재까지 이 회사의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다. 자신에게 맞도록 각도와 쿠션이 조절된 매트리스와 베개를 쓴다. 집에서는 물론, 원정지까지 (구단) 전용기로 실어 나른다.
물론 그런 선수들이 있다. 베개는 민감하다. 목에 주는 영향 탓이다. 그래서 자기 것을 가지고 다닌다. 과거 이치로가 그랬고, 이글스의 문동주도 따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매트리스까지 운송하는 건 쉽지 않다.
아무튼.
잠의 천적이 있다. 스트레스다. 낯선 곳, 걱정거리…. 그런 것들이 방해 요소다. 그런데 그는 괜찮다. ‘잠 귀신’ 아닌가. 머리만 대면 어디서나 쿨쿨 꿈나라다. 올봄 절친(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때문에 잠시 불면의 밤을 보낸 적은 있다. 그것도 곧 극복했다.
꿀잠의 훼방꾼은 또 있다. 지인과의 약속이다. 늦은 저녁, 혹은 술자리…. 만나자는 청이 오죽 많겠나. 하지만 그는 한결같다. 늘 철벽이다.
알려진 에피소드다. WBC 때 친해진 라스 눗바 얘기다. 일본인 모친을 둔 카디널스 외야수다. 세인트루이스 게임 때(2023년)였다. 통역을 통해 식사나 하자는 말을 전했다. 그동안 고마운 게 많아서 대접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냉정하다. “미안하지만, 힘들겠다.” 이유에 할 말을 잃는다. “잠을 자야 해서”였다.
다른 사람 같으면 당장 의절이다. 그러나 바른생활 사나이다. 이해해 줘야 한다. 뉴욕 원정 몇 년 동안 시내 구경도 한 번 못 해봤다는 사람 아닌가. 모든 게 잠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12시간도 잔다
본인이 설명하는 루틴이다.
야간 경기로 이어질 때는 10~12시간을 자야 한다. 그러자면 바쁘다. 돌아와서 간단히 먹고, 씻고는 침대로 간다. 그럼 벌써 밤 10시, 11시는 된다.
계속 이어서 12시간을 잘 수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그런데 아침에 잠시 일어난다. 식사를 챙겨 먹기 위해서다. 그리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1~2시간을 더 잔 뒤에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밤 게임 뒤에 낮 경기 일정이 어렵다. 이때는 6~7시간밖에 못 잔다. 그리고 동부 원정에서 돌아올 때도 힘들다. 시차 3시간을 회복해야 하는 탓이다. 이럴 경우는 모든 일정에 우선해서 잠 시간을 빼놓는다.
이도류를 할 때도 그런 면이 있다. 투수로 등판하는 날은 잠을 설친다는 고백이다. 아무래도 긴장감의 여파인 것 같다. 한때는 수면 유도제도 생각했다. 쓰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냥 눈만 감고 있어도 진정 효과를 봤다는 얘기다.

잠을 위해서는 훈련도 줄인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가치가 충돌할 경우다. 그러니까 ‘훈련이냐, 잠이냐’의 문제가 부딪힐 수 있다. 그 역시 일본 선수다. 연습 또 연습은 당연하다. 크리스마스 전날에도 배팅 케이지에 들어간다는 얘기는 잘 알려졌다.
대답이 의외다.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훈련량을 줄이는 것에 도전하고 있어요.” ‘도전’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만큼 필사적이라는 뜻이다.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게 얼마나 절실한지 짐작이 된다.
“과한 연습 탓에 체력적으로나 감각적으로 무너지는 경험을 몇 번 했어요. 그러면서 깨달았어요. 시즌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이라는 점이죠. ‘얼마나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느냐’가 관건이었죠. 그게 1년 전체를 볼 때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해요.”
라스 눗바가 섭섭해도 어쩔 수 없다. 본인만 ‘까인’ 게 아니다. 그와의 저녁 식사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시즌 내내 외식 횟수가 손에 꼽는다. 에이전트(네즈 발레로)도 약속 잡기가 힘들다고 푸념할 정도다.
“정말로 그는 인간이 아니군요.” 캐스터 조 데이비스의 샤우팅이 어떤 의미로는 맞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