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차례 용도변경 완화·세차례 과태료유예…생숙 합법화 이번엔?
업계 일제히 환영 "오피스텔 전환 촉매제 기대"…형평성 문제 제기도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의 합법화를 위해 또 한 번의 규제 완화에 나섰다.
오피스텔로의 용도 변경을 위한 기준 완화는 이번이 두 번째, 생숙 소유주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는 세 번째다.
엄격한 법 집행만 앞세울 경우 생숙을 분양받은 이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이 만만치 않은 데다, '생숙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을 지켜온 준법 생숙 소유자와의 형평성 문제, '부동산 규제 우회 투자처'로 부각돼 공급이 급증한 생숙이 아파트보다 규제는 덜 받으며 사실상 아파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특혜 아니냐는 문제 제기는 정부가 세심하게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생숙 투기 조짐이 나타난 지난 2021년 국토부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의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매년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이때 정부는 기존 생숙을 주거가 가능한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는 길을 일부 열어줬다. 2021년 10월부터 2년간 바닥 난방과 발코니 등 건축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했고, 이행강제금 부과를 2년 유예했다.
그러나 생숙 소유주들은 정부가 부여한 특례로는 오피스텔 용도 변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발했고, 용도 변경은 더디게 일어났다.
소유주들은 이행강제금을 내고 계속 거주하거나, 숙박시설로 영업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정부는 이후 용도 변경 특례를 종료하되, 숙박업 신고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이행강제금 부과를 올해 말까지로 한 차례 더 유예했으나, 숙박업 미신고 생숙은 올해 7월 기준으로 여전히 5만2천실에 달했다.
기존 특례로는 오피스텔 용도 변경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추가로 내놓은 방안은 복도 폭, 주차장 기준 완화와 '조건부'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바꿔 숙박업 등록 기준을 완화토록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내년 9월까지 숙박업 예비 신고나 용도 변경을 신청하면 이행강제금은 2027년 말까지 부과 절차 개시를 미루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업계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게 될 처지에 놓이자 생숙 분양 계약자 중 상당수가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분양 잔금을 내지 않아 '생숙 대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전국의 생숙 관련 집단소송은 50여건, 관련 소송 인원만 3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주택협회는 이번 대책이 보다 원활한 오피스텔 전환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성공을 위해서는 건축법 개정 등 조속한 후속조치 및 관할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지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생숙에 대한 불법 낙인이 벗겨지고. 수분양자·공급자 사이 갈등과 잔금대출 및 PF 상환 어려움이 개선될 것"이라며 "여건별로 숙박 및 주거 활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전체 주거 시장, 임대차 시장에도 순기능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생숙 사업자와 수분양자가 치러야 할 비용은 늘어날 수 있지만, 합법화로 분양계약취소소송,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이 해결되면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이 줄고 사업자와 수분양자 간 갈등도 봉합될 수 있다.
정부는 용도변경을 지원하되 생숙 소유자가 주차장 설치비, 기부채납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으나, 형평성은 여전히 고려해야 할 문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특례로 오피스텔로 용도를 전환할 수분양자는 임대와 실거주 등 미래 사용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그에 상응해 일정 기간 전매 규제 페널티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며 "이미 용도 변경과 숙박업 신고를 마친 생숙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추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생숙 사업자와 소유자의 의견을 수렴해 가장 필요하면서도 동시에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한 오피스텔 용도 전환 때는 명확한 기부채납 산정 방식을 마련해 공공기여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도 변경을 원하는 소유자들이 기부채납액을 분담하고 난 뒤 시일이 지나 추가로 전환을 요구하는 소유자가 생길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 형평성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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