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제 이름을 휴대폰에 이렇게 저장했더군요" 우연히 보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주말 오후 식탁 위에 놓인 아들의 휴대폰 화면이 켜지며 익숙한 진동음이 울렸다.

급한 전화인가 싶어 화면을 들여다본 나는 아들의 연락처 목록에 찍힌 내 저장명을 보고 그대로 멈춰 섰다.

'엄마'나 이름 대신 '나를 만들어 준 사람'이라는 생소한 여섯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시작한 아들과 나는 몇 년 전부터 서먹한 관계를 이어왔다.

학창 시절 내 지나친 간섭과 조급함 때문에 아이는 마음의 문을 닫았고 대화는 늘 겉돌기만 했다.

집에 들러도 겨우 인사만 건네고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늘 서운함만 쌓아두었다.

전화를 받아 건네며 저장명에 대해 슬그머니 묻자 아들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아들은 어릴 적 힘겨웠던 순간마다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준 내 존재를 잊은 적이 없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표현이 서툴러 마음을 전하지 못했을 뿐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인물로 나를 기억하고 싶었다는 설명이었다.

단순히 차가운 자식이라고 여겼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져 가슴 한구석이 뜨겁게 메어왔다.

화려한 말보다 아들이 남겨둔 조용한 문장 하나가 그동안의 오해와 서운함을 한순간에 녹여버렸다.

아이가 저녁을 먹고 나설 때 나는 평소와 달리 따뜻한 찌개를 싸주며 오랜만에 어깨를 토닥였다.

돌아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휴대폰 속 여섯 글자를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서툴게 적어둔 그 저장명 안에는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아들의 깊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나는 식탁에 앉아 오래된 가족 사진첩을 꺼내어 들고 아들의 어린 시절 얼굴을 조용히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