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타이어, EV브랜딩 접고 '합리적 프리미엄'으로 전략 선회

조회 492025. 4. 2.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인 마곡 더넥센유니버시티 /사진 제공 = 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가 전기자동차(EV) 전용 브랜드를 출범하지 않기로 했다. 경쟁사들이 EV타이어를 브랜딩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는 것과 대조된다. 고가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 대신 성능, 가격, 신차 공급에 집중해 실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2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넥센타이어는 최근 타이어 연구개발(R&D) 방향을 선회했다. EV와 내연기관 모두에 장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공급가격을 합리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EV 전용 브랜드를 내놓지 않는 미쉐린, 콘티넨탈 등 상위권 기업들과 같은 행보다.

넥센타이어가 EV브랜드 론칭에 적극적이지 않은 배경은 R&D 역량 개선이다. 자사가 개발한 AI기술(X-AI)을 활용한 신제품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고 빅데이터 기반의 AI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AI를 활용한 EV타이어는 내구성, 접지력, 저소음 성능이 우수해 내연차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각 사 사업보고서

판관비 부담, 지지부진한 EV 수요, R&D 능력 개선 등 현실적인 요인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3사가 제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넥센타이어다. 매출의 21.8%인 6208억원을 지출했다. 지난 6년간의 통계를 보면 꾸준히 20% 이상을 유지해왔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17~18% 수준이었다.

업계 2위인 금호타이어와 비교할 때 넥센타이어는 매출 격차보다 더 많은 판관비를 썼다. 지난해 넥센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의 매출은 각각 2조8479억원, 4조5381억원이다. 판관비 지출은 각각 6208억원, 7937억원이다. 매출은 경쟁사보다 1조6902억원 적지만 판관비 차이는 1729억원에 불과하다.

/사진 제공=넥센타이어

저조한 EV 판매량 및 부족한 현금도 문제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납품한 신차타이어(OE) 중 EV 제품 비중은 각각 22%, 16%다. 통상적인 OE 타이어 생산 비중(약 30%)을 감안해 역산하면 타이어 1만본당 한국타이어는 660본, 금호타이어는 480본을 생산했다는 의미다.

현금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넥센타이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11억원에 불과하다. 2023년(956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적다. 미국 유통망 재건, 유럽 체코 공장 정상화, 새 투자처 물색 등 상당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도 부담이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국산 EV차종에 납품하고 있다"며 "또 EV타이어 교체주기 도래에 대비해 전기차와 내연기관 모두에 적합하다는 인증마크 'EV루트'를 각인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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