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링을 왜 '일회용'이라 말할까

(출처:삼성)

삼성전자의 '갤럭시 링(Galaxy Ring)'이 처음 공개된 건 지난 1월 갤럭시 언팩(Galaxy Unpacked) 행사에서였다. 행사 말미에 짧은 영상으로 공개한 것이 전부였지만, 그동안 오우라(Oura)나 울트라휴먼(Ultrahuman), 링콘(RingConn)과 같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에서 스마트링을 출시해 온 것을 생각하면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중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실물은 한 달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프로토타입(시제품) 모델이라 기능을 자세히 확인할 수는 없었다. 공개된 정보도 제한적이었다. 그저 대강의 디자인만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지난 7월 10일, 갤럭시 링의 실체가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언팩에서 갤럭시 링을 공개했다. 회사는 갤럭시 링이 각종 센서 기술을 활용해 주요 건강 지표를 추적하고 개인화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워치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세밀하게 건강 정보를 수집하도록 설계된 제품이라고도 강조했다. 한 번 충전 시 일주일 동안 사용이 가능하며 수면 중에도 건강 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제 누구든 갤럭시 링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아직 갤럭시 링을 구입하지 않았다면 눈길이 갈 만한 분석이 나왔다.

(출처:iFixit)

갤럭시 링 분해 결과 공개
8월 21일(현지시간) 전자제품 분해 보고서로 유명한 미국 모바일 기기 수리 지원 업체 아이픽스잇(iFixit)에서 갤럭시 링을 분해한 결과를 공개했다. 글을 작성한 아이픽스잇의 샤람 모크타리(Shahram Mokhtari)는 갤럭시 링이 이번에 함께 공개한 갤럭시 버즈 3(Galaxy Buds 3)와 마찬가지로 '100% 일회용(100% disposable)'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무슨 뜻인 걸까?

샤람 모크타리는 갤럭시 링에 앞서 갤럭시 버즈 3를 분해한 바 있다. 아이픽스잇에서는 제품을 분해할 때마다 수리 가능성 점수를 매기곤 한다. 갤럭시 버즈 3에는 수리 가능성 점수 2점을 부여했다. 10점 만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점수다. 그는 4년 전 출시된 삼성 갤럭시 버즈 라이브(Galaxy Buds Live)가 수리 가능성 점수 8점을 받은 것을 거론하며 갤럭시 버즈 3가 퇴보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갤럭시 링도 갤럭시 버즈 3 못지않게 수리가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이픽스잇은 배터리를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갤럭시 링에 채택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영구적이지 않다. 수명이 정해져 있다. 정확하게 정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최소 400회 이상 충전할 수 있다. 배터리가 충전되고 방전되는 사이클을 400번 반복하면 배터리는 수명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 기기를 계속하고자 한다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만약, 교체가 어렵다면 기기로서의 가치는 소멸된다.

아이픽스잇은 갤럭시 링을 분해하면 결국 제품이 파손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면 더는 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셈이다.

(출처:iFixit)

전자폐기물 문제 심각…"일회용 기술 추천하지 않아"
전 세계는 현재 전자폐기물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자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덩달아 전자폐기물 발생도 늘었다. 국제연합(UN)의 글로벌 전자폐기물 모니터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만 약 6200만 톤의 전자폐기물이 발생했다. 2010년과 비교하면 82%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전자폐기물이 2030년까지 32% 늘어난 82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전자폐기물은 각종 오염 물질과 독성 물질 등이 포함돼 적절한 처리 없이 버려지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등 환경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려진 전자제품에서 일부 부품을 다시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전자폐기물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UN에 따르면 전자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5배 빠른 속도로 전자폐기물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픽스잇은 갤럭시 링을 수리할 수 없는 것은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갤럭시 버즈 3와 마찬가지로 갤럭시 링은 2년 이상 사용하기 어렵게 설계된 일회용 액세서리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제품은 곧 전자폐기물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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