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서울 ‘산후 조리원’ 요금 최고 4000만원, 최저 200만원… “소득 따른 격차 줄여야”
공공 산후 조리원은 2곳 뿐…지역 주민이 우선
“소득 따른 산후 조리 격차…정책 설계에 고려해야”
서울에서 ‘산후 조리원’을 2주간 이용하는 가격은 최고 4000만원대, 최저 200만원대로 나타났다. 20배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또 산후 조리원 이용 가격은 최근 1년 만에 10%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의 3배에 가깝다.
이에 따라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적절한 수준의 산후 조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최고가 산후 조리원은 강남구 D 업체, 2주에 최고 4020만원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25개 자치구에서 산후 조리원 112곳이 영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요금이 가장 비싼 곳은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D 산후 조리원으로, 2주 특실 기준 4020만원이다. 1년 전보다 220만원이 인상됐다. 이곳은 배우 고소영·김희선·이보영·한가인·이민정 등 유명 연예인이 이용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일반실 요금도 2주 기준 2520만원이다. 1년 전에는 1200만원이었는데 요금이 2배 넘게 올랐다.
이곳에는 대표 원장을 비롯해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피부과에 별도의 원장 직함을 가진 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기본 서비스로 전신 체형관리 산전·산후 각 1회, 스킨케어 산후 1회, 산후 부분 체형관리 1회 등을 제공한다. 리무진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특실 기준으로 요금이 두 번째로 비싼 곳은 강남구 H 산후 조리원이다. 배우 전지현이 이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신생아실 인력이 100% 간호사로 구성돼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 세 번째로 비싼 곳은 종로구 O 산후 조리원이다. 가수 이지훈의 아내인 미우라 아야네씨가 출산 7일차에 “여긴 천국인가요”라는 글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배우 배용준의 아내인 가수 박수진이 이용한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특실 요금이 2000만원이 넘는 산후 조리원은 강남구에 3곳, 강서구에 1곳 더 있다.
한편 서울 지역 산후 조리원의 2주 평균 이용 요금(올해 8월 기준)은 일반실 465만원, 특실(87곳) 746만원이다. 작년 8월 조사와 비교하면 1년 새 일반실은 43만원(10.3%), 특실은 108만원(16.9%) 올랐다.
이 같은 요금 인상은 강남구 산후 조리원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를 제외한 서울시 24개 자치구 산후 조리원 일반실 평균 비용은 작년 8월 361만원에서 올해 8월 390만원으로 29만원(8.1%) 올랐다. 강남구는 같은 기간 722만원에서 816만원으로 94만원(13.1%) 뛰었다.
산후 조리원은 강남구에 편중돼 있기도 하다. 작년에 강남구 출생아는 서울시 전체 출생아의 5.8%였지만, 강남구에는 서울시 전체 산후 조리원의 14.3%(16곳)가 모여 있다.
◇서울 최저가는 송파구 공공 산후 조리원, 2주에 190만원
반면 서울에서 산후 조리원 요금이 가장 저렴한 곳은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공공 산후 조리원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다. 2014년 3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공 산후 조리원으로 문을 연 곳이다. 2주 일반실 기준으로 송파구민은 190만원, 다른 지역 주민은 209만원이다. 특실은 없다. 송파구민이 아니면 공실이 나와야 이용할 수 있다. 셋째 아이 이상을 낳은 산모나 저소득층·장애인에게는 이용 요금을 20~30% 감면해준다. 산후 우울증을 예방하고 산모가 운동을 하도록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지난 10년간 산모 5919명이 이용했고, 이용자의 96%가 만족감을 느꼈다.
서울에는 송파구 외에 서대문구에도 공공 산후 조리원이 한 곳 더 있다. 서대문구의 ‘품애가득’ 산후 조리원이다. 비용은 2주 일반실이 250만원이고 특실은 없다. 전신마사지 2회, 얼굴마사지 1회를 무료로 제공한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주민을 우선적으로 받아준다. 이용 요금은 250만원이지만 서대문구에 1년 이상 거주한 주민에게는 20%를 감면해주고, 다른 지역 주민에게는 10%를 더 받는다.
◇산모 10명 중 8명 산후 조리원 이용… “비용 지원 필요하다” 51.3%
산후 조리원 이용은 산모들 사이에 일반화돼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에 출산한 산모 31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산후 조리 실태조사’에서 81.2%는 산후 조리원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3년 만에 6.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산모들은 만족스러운 산후 조리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산후 조리 경비 지원’(75.6%, 복수응답 가능)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건강 관리 지원 사업 확대(17.4%)’, ‘공공 산후 조리원 확대(13.4%)’ 등의 답이 나왔다. 산후 조리원 이용과 관련해서는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1.3%로 가장 많았다.
현재 서울시는 산후 조리원 비용을 직접 지원하지는 않고 있다. 서울시는 산후 건강회복에 필요한 의약품·한약·건강식품 구매, 산후 요가·필라테스·붓기관리·체형관리,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1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원한다. 바우처로 산후 조리원 요금을 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우처로 산후 조리 비용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게 되자 산후 조리원들이 요금을 올렸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실태조사 결과 24세 미만 산모, 고졸 이하 산모는 산후 조리와 영아 돌봄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득에 따라 산후 조리원 이용 격차가 발생하고 있어 정책 설계 단계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22년 기준으로 공공 산후 조리원 평균 건립비는 33억원이고, 운영비는 연간 7억4000만원이다. 국회에는 현재 전액 지방비로 설립·운영되고 있는 공공 산후 조리원에 국비를 지원하자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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