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보일러, 중국에 납품업체 기술자료 32건 빼돌렸다
구매단가 낮추려 기술자료 32건 건네
공정위, 검찰 고발…과징금 9억원도
보일러 및 냉난방기 제조사 귀뚜라미가 부품 단가를 낮추려 납품업체(수급사업자)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에 넘긴 뒤, 같은 제품을 개발해 부당 이익을 누린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귀뚜라미와 지주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9억여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귀뚜라미와 지주사 ㈜귀뚜라미홀딩스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하도급법)상 기술유용 행위를 적발해 시정 명령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18일 밝혔다. 귀뚜라미에는 과징금 9억5400만원도 부과하기로 했다.
귀뚜라미와 귀뚜라미홀딩스는 납품받던 부품의 구매 단가를 아끼려고 납품업체의 기술자료를 제3의 업체에 넘기고 같은 제품을 개발해달라고 의뢰하는 방식으로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하도급법상 원칙적으로 원사업자는 납품업체의 기술자료를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해선 안 된다. 다만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는 요구할 수 있다는 예외를 두고, 이 경우 요구목적 및 대가 등을 적은 서면을 제공하도록 했다. 그러나 귀뚜라미는 관련 서면 제공 없이 납품업체들로부터 이런 기술자료를 받아 경쟁업체들에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귀뚜라미의 원자재 등 구매 업무를 위탁 수행하는 귀뚜라미홀딩스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보일러 난방수 온도 등을 감지하는 센서를 납품하던 ㄱ업체의 기술자료 32건을 중국에 있는 경쟁업체에 제공했다. 기술자료를 넘겨받은 중국 업체는 센서 3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2021년부터 그중 1종을 귀뚜라미에 납품했다. 공정위 추산에 따르면, 귀뚜라미가 ㄱ업체로부터만 납품받던 센서를 중국 업체에도 납품받으면서 아낀 금액만 1억5900만원에 이른다.
귀뚜라미는 2022년 5월에 냉방기 팬을 회전시키는 부품인 전동기를 납품하던 ㄴ업체의 기술자료 2건도 국내 업체에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경쟁 업체도 해당 기술자료를 기반으로 전동기 개발에 성공했지만, 실제 생산 및 납품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홍근 공정위 기술유용조사과장은 “귀뚜라미의 이런 행위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취득 목적 및 합의된 사용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게 자신의 구매 단가 절감 등 경영상 이익을 위해 사용한 행위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조처로 업계의 유사 법 위반행위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