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서 공장 멈추고 인니선 환경 논란…삼성SDI 최주선 리더십 흔들

최주선 체제 6개월 ‘환경 우등생’ 자처한 삼성SDI, 잇단 ESG 논란에 글로벌 신뢰 위기
[사진=삼성SDI]

올해 3월 출범한 삼성SDI 최주선 대표 체제가 취임 6개월 만에 환경 리스크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2차전지 산업 전반에서 ‘친환경’이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삼성SDI가 글로벌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최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헝가리 법원은 삼성SDI 괴드(Göd) 공장의 환경 관련 인허가를 전면 취소했다. 헝가리 법원은 삼성SDI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서 “핵심 배출 항목이 누락됐고 오염 영향이 과소 산정됐다”고 판단했다. 해당 허가 없이는 공장 가동이 불가능하다. 괴드 공장은 삼성SDI가 2018년 14억유로(약 2조원)를 투입한 유럽 핵심 생산거점으로 연간 5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독일·폴란드 등 유럽 각국의 완성차 업체로 공급해왔다.

이번 판결은 2023년 헝가리 환경단체 ‘괴드-에르트 협회(Göd-ÉRT Association)’와 환경관리법률협회(EMLA)가 제기한 소송의 결과다. 두 단체는 괴드 공장에서 발생한 소음·대기오염·폐기물 처리 과정이 적절히 평가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2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결국 승소했다. 업계에서는 재가동을 위한 인허가 재취득까지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본다.

괴드-에르트 협회 관계자는 “법원이 환경 허가를 취소한 것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성공이자 승리다”며 “공장은 이미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가동을 중단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장의 완전 폐쇄가 목적이 아니며 안전한 운영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 헝가리 법원은 환경 문제로 인해 삼성SDI 괴드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사진은 삼성SDI 괴드 공장 환경 리스크 관련 기자회견 중인 현지 환경단체. [사진=EMLA

삼성SDI를 둘러싼 환경 리스크는 헝가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올해 5월 시민사회단체(CSO)가 “삼성SDI가 불법·비윤리적으로 채굴된 니켈을 조달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삼성SDI는 현재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니켈 채굴 과정에서 약 7만6000헥타르(2억2990만평)의 열대림이 벌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약 98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두고 글로벌 환경단체 사이에선 삼성SDI가 강조해온 ESG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SDI의 ESG 보고서에는 환경적 책임 강화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경영 핵심 과제로 명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3월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최 대표의 ESG 대응력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최 대표는 반도체 연구원 출신으로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을 역임한 인물로 배터리 시장 ‘캐즘(수요 정체기)’ 극복을 위해 투입된 구원 투수다.

그러나 최 대표는 아직까지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SDI 올해 2분기 매출은 3조1794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4조859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영업적자 또한 3978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2410억원) 대비 증가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과 상반되는 성적표다.

▲ 삼성SDI 환경 리스크가 고개를 드는 가운데 최주선 대표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인터배터리 2025'에 참석해 도어스테핑 중인 최주선 대표.[사진=연합뉴스]

환경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경쟁사와의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배터리 산업 자체가 친환경 이미지를 기반으로 구축된 만큼 환경 논란은 곧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헝가리 판결 역시 단순한 가동 중단을 넘어 브랜드 가치 훼손과 고객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산업 전체가 ESG를 기준으로 설계된 만큼 공급사에 대한 환경 검증은 필수적이다”며 “환경 리스크가 확인된 업체와의 거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SDI가 환경 리스크를 오래 끌고 갈수록 발생하는 손해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또한 환경 리스크 해결이 삼성SDI가 마주한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배터리 주요 고객들이 집중돼 있는 서구권의 경우 환경 이슈를 상당히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며 “일이 커지기 전 빠르게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항소를 검토 중이다”며 “환경경영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삼성SDI#2차전지#전기차#헝가리#LG에너지솔루션#최주선

글=조승열 르데스크 기자

Copyright © ⓒ르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