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 <31>담수화 시설 ‘물 안보’ 위협하는 환경전…“바다가 전장이 되는 순간”

2026년 5월 현재 페르시아만 북부 하르그섬(Kharg Island) 주변 바다는 검게 변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과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위성 자료에 섬 서쪽 해역을 중심으로 거대한 유막이 확산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일부 분석기관들은 약 52㎢ 규모까지 기름띠가 퍼졌으며, 3000 배럴 이상 원유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막은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인근 해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까지 정확한 기름 유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 측은 대규모 유출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며, 국제 분석가들은 노후 송유관과 저장시설 피로, 반복된 공격과 유지·보수 부족, 장기화된 저장 압박 등 복합적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역봉쇄 이후 원유 저장공간 부족 문제가 심화하면서 이란 석유 생산 시스템 전체에 과도한 압력이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가 기름을 유출시켰는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이러한 위험이 지금 이 시점에서 커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오늘날의 전쟁은 더 이상 단순한 폭격과 영토 점령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현대의 충돌은 상대의 생산과 저장, 수출, 운송 체계를 장기적으로 압박하며 시스템 전체에 피로를 누적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대치는 바로 그 변화를 보여준다. 미국은 역봉쇄와 해상통제를 통해 이란의 흐름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란은 해협 통제 가능성과 비대칭 위협을 통해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다. 겉으로는 전면전이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압박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압박이 시간이 지날수록 바다와 생태계 전체로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현대의 에너지 시스템은 단순한 저장 구조가 아니다. 그것은 생산과 저장, 운송, 수출이 끊임없이 순환돼야 유지되는 흐름의 체계에 가깝다. 따라서 흐름이 장기간 억제될 경우, 압력은 결국 시스템 내부에서 누적되며 저장시설과 송유관, 해양 환경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해양오염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다. 걸프 국가들의 상당수는 담수화시설을 통해 도시와 산업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만약 대규모 유막이 주요 취수 지역까지 확산될 경우 문제는 단순한 환경 피해를 넘어 물 공급과 도시 기능 자체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석유가 걸프 경제를 움직인다면 담수화시설은 그 사회 자체를 유지하는 기반에 가깝다.
결국 하르그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단순한 지역 환경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현대의 흐름 전쟁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에 가깝다.

과거의 전쟁은 영토를 점령하고 군사력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해됐다. 수도를 함락시키고 산업시설과 군사기지를 폭격하는 것이 승패를 결정했다. 환경 파괴 역시 존재했지만 대부분은 부수적 피해로 인식됐다. 그러나 21세기의 전략 경쟁은 점점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늘날의 충돌은 단순히 상대를 직접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저장, 운송과 유지 체계 전체를 압박하며 장기적인 비용을 누적시키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이 좁은 해협은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에너지 흐름의 핵심 통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이란의 대치 역시 단순한 군사 충돌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은 역봉쇄와 해상 통제를 통해 이란의 수출 구조를 압박하고 있으며, 이란은 해협 봉쇄 가능성과 비대칭 위협을 통해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여주는 방식은 전통적인 폭격 중심 전쟁과는 상당히 다르다. 트럼프가 시용하는 3개 항모강습단(CSG)과 2개 상륙강습단(ARG), 장거리 정찰과 해상 감시 체계를 결합한 ‘능동적 현존함대(AFIB·Active Fleet in Being)’는 단순한 전력 과시가 아니다. 그것은 특정 해역에서 실제로 흐름을 통제하고 질서를 집행할 수 있는 “현장에서 실제 집행되는 힘”으로 기능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현존 위협(TIB·Threat in Being)’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이란은 반드시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언제든 해협을 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장과 세계가 계속 의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뢰와 드론, 미사일과 고속정 같은 비대칭 전력은 실제 충돌 없이도 보험료와 운송비를 상승시키고, 해상 교통 전체에 지속적인 불안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 통제 경쟁이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과 생태계 전체에 부담을 누적시키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현대의 에너지 시스템은 단순한 저장 구조가 아니다. 그것은 생산과 저장, 운송, 수출이 계속 순환돼야 유지되는 흐름의 체계다. 유전은 단순한 기계처럼 쉽게 멈출 수 없으며, 생산을 급격히 줄이거나 장기간 저장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이번 하르그섬 유출 사태 역시 바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기화된 봉쇄와 저장 압박, 노후 인프라와 유지·보수 부족이 복합적으로 누적되면서 시스템 전체의 피로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분석가들이 저장공간 부족과 장기 해상 저장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현대의 흐름전쟁은 상대를 즉시 무너뜨리는 방식보다 유지 비용과 불확실성을 장기간 누적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보험료 상승과 운송 지연, 저장 압박과 유지·보수 부담은 단기간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 전체를 점점 불안정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전쟁은 점점 ‘느린 압박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은 더 이상 단순한 부수적 피해가 아니다. 페르시아만은 수심이 얕고 해수 순환속도가 느려 오염물질이 장기간 체류하기 쉬운 구조다. 여기에 산호 군락과 맹그로브, 해양 생물 산란장과 담수화 시설이 밀집돼 있다. 따라서 대규모 유류 유출은 단순한 해양오염을 넘어 어업과 연안 생태계, 물 공급 체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걸프 국가들의 상당수는 담수화 시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카타르는 생활용수의 약 77%, 바레인은 약 67%, 아랍에미리트(UAE)는 절반 이상을 담수화 시설을 통해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유막이 주요 취수 지역까지 확산될 경우, 문제는 단순한 환경오염이 아니라 ‘물 안보(Water Security)’의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대의 환경전(Environmental Warfare)은 기존 환경 파괴와 구별된다. 그것은 단순히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흐름을 억제하고 시스템을 피로하게 만드는 장기 압박 속에서, 환경 자체가 전략적 비용의 공간으로 전환되는 현상에 가깝다.
결국 오늘날의 바다는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에너지와 물류, 생태계와 물 공급이 동시에 연결된 전략 공간이다. 그리고 흐름을 통제하는 경쟁이 심화될수록, 가장 먼저 피로해지는 것은 바로 그 바다 자체가 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대치는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다. 그것은 흐름을 둘러싼 장기적 압박 경쟁에 가깝다. 미국은 역봉쇄와 해상 통제를 통해 이란의 수출 구조를 조이고 있으며, 이란은 해협 통제 가능성과 비대칭 위협을 통해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다. 양측 모두 전면전을 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압박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총성이 줄어든 이후부터 시스템 내부에는 더 느리고 깊은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한다.
현대의 에너지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흐름의 체계’다.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는 송유관과 저장시설, 항만과 유조선을 거쳐 계속 이동해야 한다. 생산과 저장, 수출, 운송이 끊임없이 순환될 때만 시스템 전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따라서 흐름이 장기간 억제되거나 특정 구간에서 병목이 발생하면, 문제는 단순한 경제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압력은 시스템 내부에 축적되기 시작하며, 저장시설 과부하와 유지·보수 부담, 노후 설비 피로와 같은 구조적 문제가 점점 커진다.
필자는 이러한 상태를 ‘흐름 포화(Flow Saturation’라고 정의한다. 흐름이 차단되거나 지연되면서 저장과 운송, 유지 체계 내부에 압력이 누적되고, 그 결과 시스템 자체가 점점 불안정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하르그섬 유출 사태는 바로 이러한 흐름 포화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특히 트럼프의 역봉쇄 이후 이란은 빠르게 저장 공간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산을 유지하려면 저장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일부 원유는 유조선에 장기간 저장되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길어질수록 시스템 전체의 피로 역시 함께 증가한다는 점이다.
유전은 단순한 수도꼭지처럼 쉽게 잠글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생산을 급격히 중단할 경우 압력 변화와 침전물 문제로 인해 송유관과 저류층 자체가 손상될 수 있으며, 생산 재개 과정에서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들이 “유정은 마음대로 껐다 켤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의 에너지 시스템은 단순한 저장 구조가 아니라, 계속 흐르고 순환돼야 유지될 수 있는 거대한 시스템에 가깝다.
이 때문에 현대의 해상 봉쇄는 단순한 수출 차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과거의 봉쇄가 무역과 군수 물자를 차단하는 데 집중됐다면, 오늘날의 흐름전쟁은 상대 시스템 전체를 점진적으로 피로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저장시설과 송유관, 항만과 유조선, 보험과 유지 체계 전체에 압력이 누적되며, 그 결과 시스템은 내부에서부터 불안정해지기 시작한다.
이번 하르그섬 유출 가능성 역시 바로 이러한 ‘시스템 피로(System Fatigue)’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후 송유관과 저장시설 과부하, 반복된 공습과 유지·보수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이 아부자르 유전과 하르그섬을 연결하는 해저 송유관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히 이란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의 흐름전쟁은 압박이 누적될수록 그 비용이 주변 전체로 확산된다. 실제로 이번 유막은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인근 해역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것은 더 이상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걸프 전체의 해양 환경과 에너지 시스템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페르시아만은 수심이 얕고 해수 순환 속도가 느려 오염물질이 장기간 체류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산호 군락과 맹그로브, 어장, 산란장, 담수화 시설이 밀집돼 있다. 따라서 유류 유출은 단순한 해상 사고를 넘어 해양 생태계와 수산업, 연안 지역 전체에 장기적 영향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구조는 현대의 흐름전쟁이 단순히 ‘누가 더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전략 경쟁은 상대의 유지 비용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보험료 상승과 운송 지연, 저장 압박과 시설 피로, 환경오염까지 모두가 장기적 비용으로 누적된다. 즉, 현대의 충돌은 점점 “비용의 전쟁”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현대의 흐름전쟁은 단순히 상대의 경제를 압박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누적된 압력은 결국 바다와 생태계, 그리고 환경 자체로 역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하르그섬 유출 사태는 오늘날의 전쟁이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에 가깝다.

이번 하르그섬 유류 유출 사태가 더욱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석유 수출 차질 때문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영향이 걸프 지역 전체의 물 공급 체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중동 안보를 이야기할 때 석유와 가스, 유조선과 해상 교통로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 걸프 국가들의 생존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은 의외로 담수화시설에 가깝다.
걸프 지역 대부분은 극단적인 건조 기후와 제한된 강수량, 부족한 지하수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카타르와 바레인, 쿠웨이트 등은 오래전부터 대규모 담수화 시설을 통해 도시와 산업용수를 공급해왔다. 일부 국가는 생활용수의 절반 이상을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으며, 카타르와 바레인처럼 사실상 국가 생존 자체가 담수화 체계에 연결된 국가들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들이 대부분 해안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담수화 시설은 바닷물을 직접 끌어와 고압 여과와 멤브레인 처리를 거쳐 식수와 산업용수로 전환한다. 따라서 대규모 유막이 취수 지역 인근까지 확산될 경우, 해수 흡입구 오염과 필터 손상, 시설 가동 중단 가능성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단순한 해양오염이 곧 도시 기능 자체의 위협으로 연결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까지 실제 담수화 시설 피해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유막 자체보다 ‘불확실성’이다. 현대의 흐름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압박은 반드시 실제 파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언제든 공급과 운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속적인 불안 자체가 국가와 시장 전체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이 점에서 담수화 시설은 현대전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취약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의 전쟁은 정유시설과 발전소, 군수 공장을 우선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대규모 도시와 산업이 해안 기반 담수화 시스템에 의존하는 시대에는 물 공급 체계 자체가 새로운 전략 공간이 된다. 실제로 걸프 지역의 대형 담수화 시설 상당수는 특정 도시와 산업단지 전체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으며, 장기간 오염이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기능 마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의 특수성은 이러한 위험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 지역은 수심이 얕고 해수 순환 속도가 느리며, 높은 수온과 염도 때문에 오염물질이 장기간 체류하기 쉽다. 따라서 대규모 유류 유출이 발생할 경우 단순히 며칠 사이에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해안선과 해저 퇴적물, 해양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구조는 현대의 환경전(Environmental Warfare)이 단순한 자연 훼손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흐름을 억제하는 압박 구조가 장기화하면서, 환경과 물 공급 체계 자체가 전략적 비용의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전쟁이 도시와 군사시설을 직접 파괴했다면, 오늘날의 흐름전쟁은 생산과 저장, 운송과 유지 체계를 압박함으로써 결국 바다와 물, 생태계 전체로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물 안보(Water Security)’의 중요성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과거 국가안보의 핵심은 군사력과 영토 방어에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안보는 훨씬 더 복합적이다. 에너지 흐름과 해상 교통로, 물 공급과 담수화 시설, 보험과 물류 체계 전체가 서로 연결돼 있다. 특히 걸프 국가들처럼 에너지와 물 공급이 모두 바다에 의존하는 국가들에게 해양 환경의 안정성은 곧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
바로 이 점에서 하르그섬 주변 유류 유출은 단순한 환경 사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현대의 흐름전쟁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오늘날의 압박은 더 이상 단순한 군사 충돌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생산과 저장 체계를 피로하게 만들고, 그 결과를 환경과 물 공급 구조 전체로 확산시킨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단순한 석유 수송 문제를 넘어선다. 이제 그곳의 경쟁은 바다 위를 지나가는 에너지뿐 아니라 그 바다를 통해 공급되는 물과 생태계, 그리고 도시의 생존 구조 전체를 둘러싼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현대의 환경전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 훨씬 더 전략적이고 위험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단순한 중동 위기를 넘어 현대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에 가깝다. 과거의 전쟁은 상대 군사력과 산업시설을 직접 파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오늘날의 충돌은 점점 더 흐름과 비용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폭탄을 투하했는가가 아니라 상대의 시스템 전체에 얼마나 오랫동안 압박과 불확실성을 누적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환경은 더 이상 단순한 부수 피해로만 남지 않는다. 오히려 환경 자체가 압박의 결과가 축적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의 흐름전쟁은 생산과 저장, 수출과 운송 체계 전체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결국 바다와 생태계로 역류하기 시작한다.
이번 하르그섬 유출 사태는 바로 이러한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기화된 봉쇄와 저장 압박, 노후 인프라와 반복된 충돌이 복합적으로 누적되면서 시스템 전체의 피로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사고라기보다 장기화된 압박 구조가 어떤 형태로 환경적 비용을 발생시키는지를 보여주는 현상에 가깝다.
특히 현대의 흐름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이지 않는 비용’을 확대시킨다. 보험료 상승과 운송 지연, 항만 적체와 저장 압박, 유지·보수 비용 증가는 단기간에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압력이 장기간 누적될 경우 결국 시스템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송유관과 저장시설, 항만과 유조선, 그리고 해양 환경 전체가 동시에 피로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비용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선박들은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이동하기 시작했으며, 전쟁위험보험(War Risk Premium) 역시 크게 상승하고 있다. 유조선과 화물선 운항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 항행은 더 이상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해협은 열려 있지만 누구도 안심하지 못하는 바다”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오염은 단순한 생태 문제를 넘어 해상 질서 자체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키는 요소로 작동한다. 유류 유출은 해양 생태계뿐 아니라 항만 운영과 담수화 시설, 어업과 연안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걸프 지역처럼 해양 환경과 에너지·물 공급 체계가 밀접하게 연결된 지역에서는, 환경오염이 곧 경제적·전략적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대의 환경전(Environmental Warfare)은 기존의 환경 파괴와 구별된다. 그것은 단순한 자연 훼손이 아니다. 오히려 흐름을 억제하고 시스템을 피로하게 만드는 장기 압박 구조 속에서, 환경이 전략적 비용의 저장 공간으로 변하는 현상에 가깝다. 과거의 전쟁이 눈에 보이는 폭발과 파괴를 중심으로 이해됐다면, 오늘날의 흐름전쟁은 보이지 않는 피로와 누적 비용을 통해 상대를 압박한다.
이 점에서 미국과 이란이 보여주고 있는 전략 역시 흥미롭다. 이란의 TIB(Threat in Being)는 “언제든 해협을 흔들 수 있다”는 지속적 위협을 통해 불확실성을 확대한다. 반면 미국의 AFIB(Active Fleet in Being)는 항모강습단(CSG)과 상륙강습단(ARG), 정찰과 해상 통제 체계를 통해 실제 질서를 유지하고 흐름을 통제하려 한다. 여기에 ‘프로젝트 프리덤’(PF·Project Freedom)과 같은 선박 구출 및 항행 복원 시도가 결합되면서, 현재의 호르무즈 경쟁은 단순한 군사 대치가 아니라 “누가 흐름을 유지하고 누가 흐름을 피로하게 만드는가”의 경쟁으로 변하고 있다.
결국 오늘날의 전쟁은 더 이상 단순한 군사 충돌로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에너지와 물류, 보험과 담수화, 생태계와 물 공급 체계 전체가 서로 연결된 거대한 시스템 경쟁에 가깝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피로해지는 것은 바다와 환경, 그리고 그 위에 의존하고 있는 인간 사회 전체다.
과거의 전쟁이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면, 오늘날의 흐름전쟁은 바다 자체를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현대의 환경전은 앞으로 더욱 중요하고 위험한 전략 공간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의 전쟁이 어디까지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에 가깝다. 과거의 전쟁은 도시와 군사시설을 직접 파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오늘날의 전략 경쟁은 점점 더 흐름과 시스템 전체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영토를 점령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랫동안 흐름을 통제하고 상대의 유지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미국은 역봉쇄와 해상 통제를 통해 이란의 수출과 저장 체계를 압박하고 있으며, 이란은 해협 통제 가능성과 비대칭 위협을 통해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다. 양측 모두 전면전을 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압박이 멈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총성이 줄어든 이후부터 시스템 내부에는 더 느리고 깊은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한다.
이번 하르그섬 유류 유출은 바로 그 피로가 바다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장면에 가깝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기화된 봉쇄와 저장 압박, 노후 인프라와 유지·보수 부담이 복합적으로 누적되면서 시스템 전체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징후는 분명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압력은 이제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환경과 생태계, 물 공급 체계 전체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현대전에서 ‘환경’이 더 이상 부수적 피해로 남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흐름전쟁은 생산과 저장, 운송과 유지 체계를 압박하면서 결국 바다와 담수화 시설, 생태계와 물 안보 전체를 흔들기 시작한다. 석유가 걸프 경제를 움직인다면, 담수화 시설은 그 사회 자체를 유지한다. 따라서 유막이 단순한 해양오염을 넘어 물 공급 체계까지 위협하기 시작하는 순간, 문제는 에너지 안보를 넘어 생존 안보의 영역으로 확대된다.
결국 현대전의 가장 큰 특징은 ‘비용의 확산’에 있다. 보험료와 운송비, 저장 압박과 유지 비용, 환경오염과 담수화 위협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연결 구조 속에서 바다는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와 물류, 생태계와 생존 체계 전체가 교차하는 전략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바로 그 현실을 보여준다. 해협은 아직 완전히 봉쇄되지 않았다. 유조선과 화물선들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그 흐름은 더 이상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바다는 이미 지속적인 압박 속에서 피로해지기 시작했고, 그 비용은 해양 생태계와 인간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오늘날의 전쟁은 더 이상 도시만 공격하지 않는다. 이제 전쟁은 바다와 물, 그리고 흐름 자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글: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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