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하늘이 하얀 눈송이로 가득 찼다. 올겨울 첫눈이라기엔 믿기 힘든 폭설이 도시를 뒤덮었다. 그리고 그 순간, 파란 물방울 하나가 눈 덮인 거리를 가로질렀다. 바로 미니 쿠퍼 S 5도어다.
열쇠를 연상케 하는 시동 다이얼을 돌리자 경쾌한 배기음이 울려 퍼진다.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의 204마력이 기다린다. 눈 덮인 도로 위에서 이 차를 어떻게 제어할지, 그리고 5도어 모델의 실용성은 어떨지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하얀 눈과 파란 차체가 만들어내는 대비. 추운 겨울 날씨와 미니의 따뜻한 감성의 대비를 느끼기 위해 길을 나섰다.
차에 다가가자 한층 더 날렵해진 외모가 눈에 들어온다. 'Charismatic Simplicity'. 미니가 내세운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다. 복잡한 선들은 사라지고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으로 변모했다. 전면부의 상징적인 원형 헤드라이트와 8각형 그릴은 여전하지만, 더욱 또렷하고 집중된 표정을 짓고 있다. LED 헤드라이트의 주간 주행등은 마치 살아 있는 듯 개별적으로 움직이며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뒷모습 역시 한결 깔끔해졌다. 테일 라이트는 마치 차체와 하나인 듯 매끄럽게 붙어있고, 수직으로 늘어선 LED 클러스터는 옛 미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차 안으로 들어서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대시보드 중앙의 거대한 원형 OLED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240mm 크기의 이 화면이 계기판부터 내비게이션, 각종 차량 정보까지 모든 것을 보여준다. 마치 미래의 자동차에 탑승한 듯한 기분이 든다.
실내 전반에 걸쳐 미니멀리즘이 느껴진다. 불필요한 요소들은 모두 제거되고 꼭 필요한 것들만 남았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 사용된 재활용 소재가 눈에 띈다.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놓치지 않은 센스가 돋보인다.
이렇게 겉모습만 봐도 이전 모델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과연 이 새로운 미니가 눈 덮인 서울 거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안고 시동을 걸어본다.
시동을 걸자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깨어난다. 204마력의 힘이 기다리고 있다. 특출나지는 않은 힘이지만, 눈 덮인 도로 위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조심스레 페달을 밟자, 미니가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폭설로 하얗게 변한 서울 거리를 달리는 파란 미니의 모습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하지만 이내 이 차의 진가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우선 도심에서 좁은 골목길을 누볐다. 5도어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3도어 못지않은 민첩성을 보여준다. 여러 사람이 나와 눈을 쓸어내고 있는 좁은 골목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전히 자그마한 차체가 사람과 차를 피해 이리저리 잘 빠져나간다. 좁은 길에서 유턴도 걱정 없다. 후방 카메라와 주차 보조 시스템이 눈 쌓인 주차장에서도 정확한 주차를 도와준다.
큰 도로로 나섰다. 어느 정도는 제설이 되어 있는 상황. 주변을 살펴 안전을 확인한 후,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아본다. 순간 미니가 폭설을 가르며 힘차게 달려 나간다. 예상보다도 더 강력한 가속감에 놀랐다. 문이 두 개 늘고 차체도 그만큼 무거워졌을 텐데도 호쾌하다. 눈길임에도 불구하고 타이어가 노면을 제법 단단히 움켜쥐며 앞으로 나아간다. 각종 전자 장비가 그만큼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코너에 진입하자 미니 특유의 고카트 같은 핸들링이 빛을 발한다. 문이 두 개 늘었지만, 무게중심이 낮고 휠베이스가 짧아 날카로운 코너링이 가능하다. 눈길에서도 나름대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에 '미니는 미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고속도로에 올랐고, 눈이 조금 잦아들어 속도를 높여볼 수 있었다. 100km/h에 도달해도 차체가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다. 미니의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고속 주행 시 차체 안정성에 큰 도움을 주는 듯하다.
폭설 속 주행에서 미니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중앙의 원형 OLED 디스플레이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주행 모드를 '고 카트'로 전환하자 디스플레이의 그래픽이 변하며 '워후~'하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여기에 가상 사운드 생성기가 작동하며 마치 진짜 카트를 운전하는 느낌이다. 가속할 때마다 화면에 나타나는 동적인 애니메이션이 주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실내 공간 활용도 장점이다. 5도어 모델답게 뒷좌석 착좌감이 크게 개선되었다. 비로소 성인 두 명이 제대로 앉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었고, 트렁크 용량도 275리터로 실용성이 높아졌다. 2열을 접는다면 최대 925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미니'라는 이름값에는 어울리지 않을 만한 공간감이다.
미니 특유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 요소들도 눈에 띈다. 토글스위치나 원형 에어컨 송풍구 등 레트로한 감성의 디테일들이 첨단 기술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특히 앰비언트 라이팅은 12가지 색상으로 설정 가능해 취향에 따라 실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폭설 속에서 따뜻한 오렌지색 조명을 켜니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연비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폭설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복합 연비 12.4km/L보다 10% 이상 높은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폭설에 가다 서다 하는 도심 구간에 오래 갇혀 있었음을 고려하면 준수한 효율성이다.
안전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전방 충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보행자 감지 등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다. 특히 폭설 속에서도 전방 카메라와 레이더가 정확하게 작동하며 안전 운전을 도와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일간의 폭설 속 여정을 마치며, 미니 쿠퍼 S 5도어는 예상을 뛰어넘는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다. 300km가 넘는 주행 동안 이 작은 차는 스포티한 주행의 즐거움은 물론, 실용성과 안전성까지 겸비한 모습을 선보였다.
눈 덮인 도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하며 미니의 DNA인 고카트 같은 핸들링을 잃지 않았다. 동시에 5도어 모델로서 적당한 실내 공간과 트렁크 용량은 일상적인 활용도를 한층 높여주었다. 첨단 기술이 적용된 인테리어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미니 특유의 개성을 잃지 않아 인상적이었다.
폭설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미니 쿠퍼 S 5도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반자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도심형 컴팩트카를 넘어 믿고 탈 수 있는 올라운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하얀 눈 위를 달리는 파란 미니의 모습처럼, 이 차는 일상에 특별한 색채를 더해주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미니 쿠퍼 S 5도어는 겨울이라는 시련 속에서도 자신만의 매력을 잃지 않았고, 오히려 그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번 시승을 통해 미니가 왜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