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지하수 유출로 인해 토사가 유실되며 형성되는 지중 공동 발생 메커니즘

서울 잠실 일대에서 연이어 발생했던 대형 싱크홀은 단발성 사고가 아니라 거대한 재앙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시 공학자들과 지질학자들은 최근 서울 지하철 9호선 노선을 따라 집중적으로 보고되는 지반 침하 현상에 주목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지역의 땅이 유독 약한 이유는 과거 한강의 물길이 지나던 자리인 모래와 자갈 중심의 연약한 충적층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약 지반 아래로 거대한 터널을 뚫고 대형 빌딩의 지하 공간을 깊게 파내려가면서 땅속의 물리적 균형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장 치명적인 원인은 지하 굴착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공사장으로 흘러들어오며 밖으로 배출되는 지하수 유출 현상이다.
지하수가 펌프를 통해 빠져나갈 때 물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미세한 흙 입자들을 함께 쓸고 내려가면서 지반 내부의 구조를 허물어뜨린다.

흙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간 자리에는 텅 빈 공간인 공동이 발생하고 그 위의 아스팔트나 구조물이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때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이 바로 싱크홀이다.
특히 9호선 노선 일대는 한강과 인접해 있어 지하수위가 높고 흐름이 빨라 토사 유실의 규모와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평가다.

평가다.
지금도 우리 발밑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지하 물길이 땅의 지지력을 매일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도로 일부가 파이는 것을 넘어 그 아래 매설된 고압 가스관이나 열수송관이 함께 붕괴될 경우 도심 한복판에서 초대형 폭발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수 흐름을 철저히 차단하는 차수벽 공법 기준을 강화하고 지표 투과 레이더 장비를 동원해 땅속 빈 공간을 선제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누수가 발생해 주변 흙을 씻어 내리는 주범인 노후 상하수도 배관에 대한 전면적인 교체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는 화려한 마천루를 쌓아 올렸지만 정작 그 무게를 지탱하는 발밑의 지질학적 안전은 심각하게 훼손되어 가고 있다.
출퇴근길에 무심코 밟고 지나는 단단한 아스팔트 아래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지대일 수 있다는 뼈아픈 과학적 경고를 더 이상 무시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