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도 책 찾는 사람들…미리 보는 '2026 서울국제도서전'
AI 협업·감각적 독서 경험 전면에
상업화·사유화 논란은 여전한 과제

AI가 일상화된 시대지만 책을 둘러싼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시대, 사람들은 왜 다시 책의 세계로 모이는 걸까.
오는 6월 개최되는 2026 서울국제도서전(SIBF) 주제는 '인간 선언'이다. 아직 세부 프로그램은 모두 공개되지 않았지만 책을 매개삼아 AI 시대 인간의 의미를 다시 질문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개최를 한 달여 앞둔 지금,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도서전의 방향을 정리해본다.
AI 시대에 던지는 '인간 선언'
올해 도서전의 핵심 키워드는 '호모 두두리(Homo duduri)'다. 두두리는 한국 설화 속 도깨비의 원형으로 알려진 존재다. 도서전 측은 불을 피하지 않고 맞선 두두리의 서사를 오늘날 AI 시대 인간의 모습과 연결했다. 현생인류를 뜻하는 '호모(Homo)'를 결합해 AI라는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도 질문하고 사유하는 인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서울국제도서전 측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 10주년이자 출판계의 AI 활용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점임을 고려했다"며 "호모 두두리는 '질문하는 인간'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눈길을 끄는 건 소설가 김연수가 참여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매해 도서전을 기념해 한정판 기획 도서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로, 올해는 10개의 고전을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뒤 인간과 AI가 질문과 응답을 주고받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장르가 방패 되던 시대 끝났다"
올해도 서울국제도서전은 공모전을 통해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40종을 선정했다. 여기서 '좋은 책'이란 아름다움·즐거움·재미·지혜라는 4가지 관점에서 조명한 결과물이다.
올해 선정작의 경우 기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만화, 웹툰, 웹소설 중심이었던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부문은 올해부터 문학 전반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그림책 중심인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부문 역시 어린이뿐 아니라 전 연령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작품들이 이름을 올렸다. 심사평에 따르면 심사위원단은 '장르가 방패가 되거나 약점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밝히고 있다.
독서를 감각적 경험으로 접근하는 흐름도 두드러진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부문에서는 단순 디자인보다 종이 질감, 제본, 타이포그래피 등 읽는 경험 자체를 확장하는 요소들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제시됐다. 단순 정보 소비를 넘어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해진 셈이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최근 몇 년 사이 굿즈와 SNS 중심 콘텐츠 비중이 커지면서 상업화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 2024년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정부 보조금 중단에 대응해 도서전을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는 공공성 약화와 사유화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 소규모 출판사들은 참가 기준과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가 젊은 층 유입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연적 진화라고 보는 만큼, 이러한 목소리들이 얼마나 균형 있게 수용될 것인지가 도서전의 미래를 가를 과제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