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나간다지만 눈앞이 깜깜…울산·강원·서울·포항, 대회 각오보다 K리그 걱정이 먼저
박효재 기자 2025. 9. 4. 12:25

아시아 무대 도전을 앞두고 열린 출정식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참가팀 미디어데이에서 울산 HD, 강원FC, FC서울, 포항 스틸러스 감독들은 대회 우승을 다짐하는 당찬 포부 대신 국내 리그 걱정을 더 많이 했다.
중하위권 침몰, 리그가 우선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8위(승점 34점)로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승 7무 12패의 성적표는 리그 3연패 팀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다. 신태용 감독은 “지금 성적이 안 좋아서 일단 상위 스플릿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리그에 중점적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FC서울은 5위(승점 40점)를 기록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승 10무 8패로 중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고, 최근 안양전에서 패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강원FC는 7위(승점 38점)로 광주와 같은 승점을 기록하고 있다. 정경호 감독은 “기본적으로 리그가 우선인 것이 맞다”며 “파이널라운드까지 다섯 경기가 남았는데 이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포항 스틸러스만이 4위(승점 44점)로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최근 강원전에서 0-1로 패하며 완전히 흐름을 타진 못했다.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빡빡한 이중고

ACL은 9월 중순부터 내년 2월까지 이어지는데, K리그 순위 경쟁이 한창일 때와 겹친다. 울산, 강원, 서울이 참가하는 최상위 대회 ACL엘리트는 16일 개막해 홈 4경기, 원정 4경기 조별리그에서 총 8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포항이 뛰는 하위 대회 ACL2도 18일 태국 빠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12월까지 조별리그가 이어진다.
특히 강원은 16일 춘천에서 상하이 선화와 첫 경기를 치른 뒤, 중국 청두 룽청,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 호주 멜버른시티 원정 길을 떠나 아시아 전역에서 경기해야 한다. 창단 첫 ACL 도전부터 강행군이 예고된 상황에서 K리그에서 입지까지 불안하니 정경호 감독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외국인 4명으론 아시아 정상 도전 한계
감독들은 외국인 선수 쿼터 제한을 ACL 경쟁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신태용 감독은 “다른 나라는 11명이 외국인 선수로 구성되어 ACL에 출전하고 있는데 우리는 4명에 제한되어 있다”며 “ACL에서는 용병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동 감독도 “예전에 동남아는 우리보다 한참 아래였는데, 이제는 외국인 선수 9명, 10명이 경기를 뛰다 보니 우리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실적인 제약을 인정했다.
시즌 운영 방식의 차이도 불거졌다. ACL이 추춘제로 운영되는 반면 K리그는 춘추제를 유지하고 있어 경기력 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태용 감독은 “우리나라도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며 “혹한기인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 한 달만 쉬더라도 그렇게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일단 조별리그 통과부터

신태용 감독은 “조별 예선 통과가 기본적인 목표”라고 했고, 정경호 감독은 “첫 승을 빨리 거두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밝혔다. 박태하 감독은 “내년 ACL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며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인성에게 부담을 주겠다고 말했다.
김영권(울산)은 “지난 3년 리그 3연패를 했는데, 지금 안 좋은 성적에 선수들도 많이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며 “리그가 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ACL을 포기하고 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진수(서울)는 “오랜만에 ACL을 나가는 만큼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고, 이유현(강원)은 “우리의 수준을 평가할 기회로 만들고 싶다”며 현실적인 목표를 밝혔다.
K리그 대표로 나서는 4개 팀 중 포항만이 상위권에 있고, 나머지 3팀은 모두 중하위권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과 선수들은 호언장담보다는 현실적 접근을 선택했다. ACL에서 선전을 통해 K리그 위상을 높이고 싶지만, 당장 눈앞의 리그 상황부터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가 고스란히 드러난 출정식이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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