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장르 좇던 게임업계 '쓴물'···'서사 콘텐츠 집중' 네오위즈는 '순항'

장민영 기자 2026. 3. 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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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랙션·소울라이크 등 글로벌 트렌드 장르 개발 확산
원유니버스 ‘던전 스토커즈’ 6월 서비스 종료 결정
익스트랙션 장르 '던전 스토커즈'는 오는 6월 9일 서비스 종료한다고 밝혔다. / 이미지=원유니버스 

[시사저널e=장민영 기자] 국내 게임업계에서 개발 프로젝트나 서비스 중단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탈출(익스트랙션), 소울라이크 등 특정 장르를 따라 개발하는 경향이 이어졌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례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장르 트렌드를 좇는 전략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유니버스가 개발·서비스하는 탈출(익스트랙션) 장르 게임 '던전 스토커즈'는 지난 9일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2025년 10월 29일 정식 출시돼 초기 스팀 기준 최대 동시접속자 수 5194명을 기록했지만, 이용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최근에는 일평균 접속자가 100명 안팎까지 줄었다. 회사 측은 안정적인 서비스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 오는 6월 9일을 기점으로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익스트랙션 장르는 최근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장에 진입해 장비와 자원을 확보한 뒤 제한 시간 안에 탈출하는 방식으로, 탈출에 성공하면 획득한 아이템을 보유할 수 있지만 사망할 경우 모든 장비를 잃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구조가 특징이다. 2017년 출시된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가 사실적인 전투와 생존 시스템을 기반으로 장르 기반을 형성했다.

작년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는 2025년 하반기 글로벌 게임 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부상했다. 보고서는 해당 장르가 기존 장르 팬층을 넘어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관련 장르 개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아이언메이스 '다크앤다커', 위메이드맥스 '미드나잇 워커스', 넥슨 '아크 레이더스' 등이 있다. 넥슨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한 아크 레이더스는 작년 10월 출시 이후 누적 1400만장 이상 판매되면서 해당 장르에서 대표적 성과를 냈다. 이후 대형 게임사 넥슨과 크래프톤은 각각 '낙원', '펍지: 블랙버짓' 등 해당 장르 신작 개발과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시장 경쟁도 확대되면서 현재 서비스 중인 개별 프로젝트 성과 격차도 커지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이 가운데 '던전 스토커즈'는 기존 장르 게임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장르를 빠르게 개발했지만,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사례로 남았다.

익스트랙션 장르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트렌드 장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콘솔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소울라이크' 장르를 준비하던 일부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 게임사 계열 개발사가 추진하던 콘솔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법인 정리 절차까지 진행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글로벌 콘솔 시장 진출을 목표로 추진됐던 프로젝트였지만, 개발 조직이 해체되는 수순을 밟으면서 업계 구조조정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콘솔·PC 게임은 개발 기간이 길고 제작비 규모도 커 단일 프로젝트 실패가 기업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 게임은 업데이트와 운영을 통해 콘텐츠를 보완할 여지가 있지만, 패키지 형식의 콘솔·PC 패키지 게임은 출시 초기 판매 성과와 이용자 평가에 따라 흥행 여부가 빠르게 갈리는 구조란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기업들은 장르 유행보다 콘텐츠 완성도를 중심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네오위즈는 콘솔·PC 중심 서사형 게임 개발과 인디게임 유통을 병행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출시한 소울라이크 액션 게임 'P의 거짓'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기록했고 이후 확장판(DLC) 'P의 거짓: 서곡'으로 콘텐츠 확장을 이어갔다. 네오위즈가 유통하는 로그라이크 장르 인디게임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글로벌 시장에서 100만장 판매를 기록했다. 

회사는 단순히 유행 장르를 따라가기보다 서사 기반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P의 거짓은 동화 '피노키오'를 재해석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서사를 구축했고, '셰이프 오브 드림즈' 역시 꿈을 탐험하는 설정을 중심으로 게임 구조를 설계했다. 차기 프로젝트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네오위즈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는 현재 P의 거짓 차기작이자 소울라이크 신작 '프로젝트 윈디' 개발을 준비 중이며 최근 관련 개발 인력 채용에도 나섰다. 

업계에서는 최근 프로젝트 종료 사례가 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린 현상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중견 게임사 개발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특정 장르가 주목받으면 국내에서도 개발이 빠르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개발 기간이 긴 콘솔·PC 게임 특성상 시장 흐름이 바뀌거나 경쟁작이 늘어나면 프로젝트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장르 선택 자체보다 콘텐츠 완성도와 차별화 요소가 더 중요한 경쟁 요인이 되고 있다"며 "단순히 유행 장르를 따라가는 전략만으로는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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