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의 참교육 사이다 SBS ‘지옥 판사’ 파죽지세 비결3[TV와치]
[뉴스엔 김범석 기자]
‘저런 판사가 현실에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SBS 금토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극본 조이수, 연출 박진표) 후기 중 많은 엄지척을 받은 베댓 중 하나다. 14부작 판타지 장르 ‘지옥 판사’는 일가족 살해범과 보험사기, 아동학대 범죄자를 피비린내 나게 응징해 지옥으로 보내는 악마 판사의 이야기.
지옥 근무 중 좌천, 강빛나 몸에 빙의돼 정의 구현에 앞장서는 악마의 활약에 시청자 호응이 뜨겁다. 6.8%로 시작한 시청률이 최근 6회엔 13%를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다음 고지는 20%다. ‘지옥 판사’는 어떻게 대중을 사로잡았을까. 비결 3.
▲사이다 광속 전개
서사는 정교하지 않다. 경찰서와 법정이 주 배경이지만 수사나 판결의 치밀함과 짜임새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물 간 관계 역시 다소 엉성한 편. 이런 단점이 모두 용서되는 건 빠른 스피드,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극적 전개다. 매회 각기 다른 흉악범죄가 등장하고 인면수심 범인들이 악마 판사에 의해 어떻게 나락 가는지가 키 포인트다.
악인들이 심판받는 곳은 엄숙한 법정이 아니다. 강빛나는 정작 법정에선 무죄로 판결한 뒤 그들을 조용히 사적 공간으로 데려가 잔혹하게 처벌한다. 이마에 낙인까지 찍고 그들이 저지른 범행 방식 그대로 돌려준다. 심신미약을 주장하거나 뒤늦게 무릎 꿇고 반성하는 척해도 응징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게. 반성할 짓을 왜 했냐’는 서늘함이다.
SBS 한 임원은 “흉악범들이 제대로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재판 불신이 역설적으로 드라마 인기의 한 축”이라고 말했다. “법이 피해자와 가족의 울분을 온전히 담지 못하다 보니 판타지를 통해서라도 대리만족하려는 심리”라는 해석이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묻지마 칼부림 사건 등 흉흉해지는 사회 분위기도 사적 복수극의 관심도를 높였을 거라는 평이 나온다.
▲박신혜 출중한 연기력
지옥 판사를 연기하는 박신혜는 이 드라마의 센터다. 과거 ‘연기가 미모를 못 따라가는 것 아니냐’, ‘매번 청순한 캔디 역할만 맡는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번에 모두 말끔히 날려버렸다. 결혼 후 컴백작 ‘닥터슬럼프’가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남겼는데 ‘지옥 판사’로 모두 만회하게 됐다. 당분간 지상파뿐 아니라 케이블, OTT 등 장르물에서도 캐스팅 입지가 올라갈 전망이다.
한 드라마 홍보사 대표는 “‘지옥 판사’는 로마신화를 기본으로 기독교, 불교, 토템 등 여러 종교가 믹스돼있다”면서 “악마성을 가진 미녀 주인공 캐스팅이 드라마 성패를 가를 혈 자리였는데 박신혜가 너무 잘해줬다. 이 작품으로 출산 후 제2 전성기가 시작된 것 같다”고 평했다. 한 매니저도 “박신혜가 제대로 닉값을 해내며 출중한 연기력을 보여줬다”면서 “과거 청순하고 비련의 역할을 많이 했는데 센 캐릭터도 이렇게 잘하는 걸 보면 역시 기본기가 탄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SBS 편성전략도 적중
‘지옥 판사’는 지난 9월 21일 1~2회를 연속 방송했다. 모든 드라마의 1회는 인물 소개 등 서사의 밑밥을 깔며 워밍업하는데 '악마 판사'는 본격 사건이 등장하는 2회를 패키지로 묶어 한번에 내보낸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시청자를 이탈하지 않게 최대한 묶어두는 ‘가두리’ 편성전략이 먹힌 것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SBS가 지상파, 케이블 통틀어 가장 영리하게 편성하는 걸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작전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 2회를 따로 내보내지 않고 연속 방송하려면 물려있는 광고 등 여러 현안이 발생하는데 SBS와 스튜디오S가 그만큼 팀플을 잘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누가 요즘 지상파 드라마 보냐’는 위기론이 팽배한 요즘. 그럼에도 끝까지 살아남는 자는 거센 격랑을 역이용할 줄 아는 노련한 이들이란 걸 이 드라마가 보여준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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